(하프올레걷기)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없애준다'는 이름의 계곡을 따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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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없애준다'는 이름의 계곡을 따라가면..
  • 고현준
  • 승인 2021.11.2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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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7코스 광령1리사무소-이호테우해변, 아름다운 계곡이 이어지는 추억의 길

 

 

 

이번 올레길에서에도 꽃을 오가며 꿀을 따는 꿀벌과 만났다.

이 녀석은 뭔가 얘기할 겨를도 없이 쉴 새없이 이 꽃 저 꽃 쉬지 않고 날아다녔다.

어느 한 꽃에 꿀이 많았던지 몇 초간 더 앉아 있어서 사진 한 장을 간신히 찍을 수 있었다.

이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볼 때마다 경이롭다.

자연이야 말로 오묘해 필설로는 표현하지 못할 놀라운 광경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늦가을 열매가 맺힌 모습 또는 활짝 핀 꽃은 더욱 더, 아름답다 못해 감탄하게 만든다.

올레길이 주는 여운 같은 그런 정감있는 모습이 그렇게 늘 올레길에 오래 머물게 하는 이유다.

 

 

 

지난 20일은 제주올레17코스를 걷는 날..

드디어 제주시로 입성하는(?) 날이다.

올레꾼 고광언, 안건세 선생과 셋이 올레걷기에 나선 이날의 계획은 일찍 걷기를 마치고 고내포구로 가서 드라이브 스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늦어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출발점인 광령1리사무소에 도착했을 때는 춥지도 않고 날씨가 참 맑았다.

다만 지난주에 그렇게 잘 보였던 한라산은 미세먼지로 인해 어떤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한라산이 배경이 된 올레길 사진은 늘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이날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는 올레길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광령1리 입구에 마을까지 봄이면 벚꽃이 피어 너무나 아름다운 도로가 만들어진다.

가을이 되어 이곳에 다시 서니..

이제는 붉은 단풍이 들어 풍치를 더했다.

길가에 쌓인 수묵한 낙엽이 무르익은 가을임을 말해준다.

이렇게 큰 길을 지나면 무수천 옆길을 걷게 된다.

이 길 입구에 자연석으로 만든 두상들이 가득 전시된 곳도 있었다.

 

 

 

'무수천은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없애준다는 이름의 계곡이다. 한라산 장구목 서복계곡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25킬로미터를 흘러 외도동 앞바다까지 이어진다. 수량이 풍부해 제주시의 주요 수원이기도 하다' 는 올레안내판이 이 무수천 계곡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올레길의 문제는 넝쿨이 숲을 점령해 간다는 사실이었다.

이 길 처음부터 끝까지 넝쿨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우람한 소나무는 물론 주변 숲은 모두 망가뜨리는 중이었다.

아쉬운 일이었다.

무수천이 주는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용암이 흐른 흔적이 너무나 선명한 제주의 계곡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넝쿨만 제거해도 참 좋을 올레길이 될 것을..

유독 이 길은 넝쿨들이 모든 숲은 다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걷다가 볼레낭과 그 옆에 오미자 열매와 비슷한 열매를 만났다.

먹어보니 하나는 달았고 하나는 맛이 별로였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이번에는 커다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꽃에 꿀벌 몇 마리가 앉아 부지런히 꿀을 따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나랑 얘기할 시간도 없다는 듯 부지런히 이 꽃 저 꽃을 오락가락 했다.

겨우 사진 한 장을 찍고 앞서 간 두 올레꾼을 따라갔다.

이 길을 지나 걸어걸어 외도동에 들어서니..

문화재 발굴현장도 보이고, 길을 가로 막고 선 공사판도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원래 올레길은 다른 곳으로 나 있었지만 무슨 공사인지 궁금했다. 공사현장을 통해 예전 올레길을 걸으면서 보니 ‘사메기내 소하천 정비사업’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공사판을 바로 지나자마자 ‘이곳은 상수도보호구역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보이고 그 바로 뒤에 각종 쓰레기통과 음식물쓰레기통이 가득 쌓여 있었다.

상수도보호구역에 왜 이런 하치장 또는 보관장소가 있는 것인지 이해난이었다.

올레길에서는 이렇게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과 만난다.

이곳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늘 청둥오리 떼가 노닐고 있다.

이날도 유유히 앉아 있거나 눈을 감고 편히 쉬는 새들이 많았다.

그렇게 만나는 다음 코스는 오래된 소나무가 늙은 가지를 뻗고 있는 월대였다.

월대는 언제 봐도 경이로운 모습이다.

300년 이상 된 나무들의 즐비하기 때문이다.

 

 

 

월대천을 지나 바다로 향한다.

외도와 내도를 잇는 다리를 지나 내도로 향하니 이제는 우리 귓전에서 사라진 알작지가 나타났다.

예전에는 파도가 칠 때마다 자갈이 구르는 소리가 귓가를 즐겁게 했지만 지금은 이곳 알작지의 돌 구르는 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생긴 변화다.

그러고 보니 내도라고 영문으로 안내하는 철조 구조물도 녹이 피어 있었다.

소리가 사라지니 알작지라는 이름도 이젠 빛이 바래버렸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없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횡포(?)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알작지라는 이름 때문에 이날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서성거리고 있었다.

 

 

 

알작지를 지나 암맥군과 만난다.

예전에는 자연포구로 이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안건세 선생은 이 독특한 모양의 암맥군을 보고 “마치 용이 승천하다가 멈춘 듯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이런 암맥군은 이곳과 서귀포시에 한 군데 등 그동안 딱 2군데서만 보이는 소중한 지역이다.

그리고 이날의 마지막 코스는 이호테우해변까지만 걷기로 했다.

처음 올레를 걷기 시작할 때가 생각이 난다.

무작정 걷기 시작한 올레는 가다가 중간중간 올레리본을 찾지 못해 헛걸음을 했던 때가 참 많았다.

그 당시는 올레길에서 올레꾼을 만나는 일도 많지 않았다.

묵묵히 홀로 수행하듯 하루종일 걷기만 했다.

요즘 올레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은 없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도 “비록 2년전에 걸었던 길이지만 걷다보니 예전에 걸었던 생각이 난다”며 올레길의 참맛에 빠져 걷는 중이다.

아마 다음 주에는 해안도로를 거쳐 제주시 중앙로까지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주시 중앙로 18코스 시작점이 있는 올레라운지는 처음 걷기를 마치고 완주증을 받았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올레꾼 고광언(왼쪽), 안건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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