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왜 우리에게, 제주도를 걸레로 만들어 물려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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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왜 우리에게, 제주도를 걸레로 만들어 물려 주시나요?‘
  • 고현준
  • 승인 2021.12.05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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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을 취재하며 느낀 지금 이 시대의 우리들이 잘못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자연에 덧칠을 하고 예쁜 얼글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기만한 제주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그래서 ‘오름랜드마크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한 오름이다.

그 앞 아끈다랑쉬오름은 그 이름만 들어도 오르고 싶어질 정도로 예쁘기만 한, 가을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우리 제주의 소중한 오름이다.

코로나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실내보다 야외를 더 찾아나서고 있어 최근 이 두 개의 오름에는 하루에도 수천명이 찾을 정도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오름이 높지 않아 오르기 쉽고 찾아가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으며 특히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 탐방로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모두 헤어져 너덜거리고 있고, 벌써 정상 능선 지역에는 벌건 송이가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용눈이오름 등 다수의 오름이 이런 발길들로 인해 풀이 사라지고 맨살이 드러나면서 이미 휴식년제를 실시, 출입을 막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랑쉬오름 역시 곧 휴식년제를 시행하든가 입장료를 받아 탕방객을 줄이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 됐다..

 

더욱이 이 아름다운 산촌길에는 지금 소형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에 더해 저류지를 만든다며 4곳이나 땅이 파헤쳐지고 있다.

이 저류지는 진입도로 입구와 다랑쉬오름 바로 옆에 깊이 땅을 파내 송이지역에 큰 돌로 옹벽을 쌓아 무너지는 오름을 막아보겠다는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무지막지한 일을 제주도가 아무 거리낌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번 다랑쉬오름 주변 환경파괴 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참 많아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비교할 수 있는 것들을 조사해 봤다,

먼저 다랑쉬오름이라는 이 아름다운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다랑쉬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남아 있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서는 “다랑쉬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하여 다랑쉬(도랑쉬 돌랑쉬)라고 부른다고 하며, 송당의 주민들은 ”저 둥그런 굼부리에서 쟁반같은 둥근 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는 송당에서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고 마을의 자랑거리로 여기기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한자명은 예로부터 대랑수악, 대랑봉, 월랑수산, 월랑수 등으로 표기돼 왔으며 지금은 월랑봉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한다.

결국 다랑쉬는 높은 봉우리란 뜻이며, 원어 ‘달수리’의 변화된 형태로 남아있는 고구려어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김종철 선생을 이곳 다랑쉬오름의 굼부리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분화구의 깊이가 국립지리원 지도에 의하면 조천읍 교래리의 산굼부리가 132미터, 백록담이 115미터로, 이들과 비교해 볼 때 다랑쉬가 산굼부리에는 못미치나 백록담과 같다”는 것이다.

 

이어 아끈다랑쉬에 대해서도 이렇게 쓰고 있다.

‘정상에서 동쪽 발밑을 내려다보면 거기 다랑쉬와 닮은 꼴의 낮고 자그마한 오름을 발견한다.

산 위가 동그랗게 팬 것까지 닮아 있어 영락없이 다랑쉬의 축소판이다.

둘레 약 600m, 귀엽게 생긴 것이 마치 똬리모양으로 아끈다랑쉬(소월랑봉)라는 이름이다.

’아끈‘이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이다. 물 때(무수기)를 말하는 ’아끈죄기‘리는 말이 있다. ’죄기‘는 조금, 음력 매달 초여드레와 스무사흘의 조수가 가장 낮은 때를 일컬으며, ’아끈죄기‘는 그 전날, 즉 초이레나 스무이틀의 조수를 말한다.

이 ’아끈‘이 오름 호칭에까지 등장했다. 새끼다랑쉬라는 뜻이다.“(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서..)

 

이렇듯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주도-개발업자의 인식과 전혀 반대라는 점은 실로 아쉬운 일이다.

그동안 제주도가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참으로 단순 무식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할 정도로 지금 우리는 심한 개발후유증을 앓고 있다.

제주도는 사람이 많아지면 일단 길을 크고 길게 만들고 본다. 그리고 그곳을 아예 새로운 건물이 마구 들어서는 새로운 신도시로 만들어버린다.

처음에는 건축이 안된다고 했다가 조금 있으면 모두 다 규제를 풀어버린다.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큰 태풍이 지나면서 계곡에서 흘러오는 쓰러진 나무들에 다리가 흔들리고 시내가 물바다를 이루자 아예 계곡을 모두 없애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아직도 계속 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항상 주인보다 손님이 먼저라는 식의, 제주도만의 파행적인 환경정책이다.

주인인 제주도민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라도 손님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 충성해야 한다는 꼴이기 때문에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도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 나라에서는 관광객이건 뭐건 주민들이 자기네 마을을 찾지 말라고 하면 출입을 금지시켜 버린다.

그리고 항상 현지 안내원의 안내를 받도록 해서 주민들이 직접 관광지를 안내해야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하며, 그것도 주민들이 허락해야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거꾸로다.

주민이야 피해를 보건 말건 손님이 우선이다.

손님에 대한 예우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호소(?)다.

그 중심에 오름이 있고, 아름다운 제주가 있다.

이렇게 제주의 아름다운 모든 곳에 도로를 만들어 다 뚫어버리면 도대체 무엇을 제주답다고 말할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퍼플섬(사진=신안군청홈페이지)

 

바로 며칠 전(지난 2일)이었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정부 간 관광 분야 국제기구인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24차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안군 퍼플섬’과 ‘고창군 고인돌․운곡습지마을’을 제1회 ‘최우수 관광 마을(Best Tourism Village)’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시상식에는 우리나라 수석대표로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 김정배 제2차관과 박우량 신안군수, 이주철 고창군 부군수가 참석해 수상했다고 한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관광으로 지역 불균형과 농촌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처음 ‘최우수 관광 마을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응모 대상은 농업, 임업, 어업, 축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거주자 1만 5천 명 미만의 마을이며, 국가당 최대 3개 마을을 추천할 수 있으며 선정 기준으로는 ▲ 문화/자연자원, ▲ 잠재성, ▲ 경제/사회적 지속성, ▲ 민관협력(거버넌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이 공모에 전 세계 75개 국가 170개 마을이 응모하여 우리나라 2개 마을이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퍼플섬(사진=신안군청홈페이지)
퍼플섬(사진=신안군청홈페이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6월 전국적으로 공모를 진행해 후보 3곳을 선정하고 현장 실사와 상담(컨설팅)을 거쳐 유엔세계관광기구에 제출했고 그 결과, 전 세계 75개 국가 170개 마을이 응모한 가운데 지난 10월 유엔세계관광기구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44개 마을이 최종적으로 ‘최우수 관광 마을’로 선정됐다고 한다.

마을 인구 총 130여 명이 거주하는 ‘신안 퍼플섬’은 평범한 섬이었던 반월․박지도를 일 년 내내 보랏빛으로 물들여 가고 싶은 관광지로 재탄생시켰다고 한다.

마을 인구가 총 380여 명인 ‘고창 고인돌․운곡습지 마을’은 운곡 저수지 개발로 이주한 거주민들이 고인돌과 람사르 운곡습지를 활용한 생태문화 관광을 통해 고령화, 인구 감소 등의 농촌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마을이 어떻게 퍼플섬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게 됐는지 찾아봤다.

이 섬은 다리도 퍼플(보라)색이고, 지붕도 다 퍼플이었다.

심지어 들판에 핀 꽃까지 보라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섬지역이 모두 퍼플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참 특이했다.

퍼플섬(사진=신안군청홈페이지)

 

이처럼 관광객을 부르는 방식은 대규모 개발을 통한 도로개설이나 웅장한 건축물이 아니다.

소박하지만 볼거리를 만들면 되는 일이다.

제주도는 그야 말로 섬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곳이라 손 볼 곳이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 마구 마구 이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섬의 색 하나만 바꾸고도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이 됐다.

만약 다랑쉬오름이 있는 구좌읍 지역을 오름을 필두로 한 대자연을 살린 기획으로 억새나 굼부리를 통한 마을을 특화시키는 방법으로 이 지역을 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돈 쓰고 길을 뚫는 게 제주발전의 능사인양 환경정책을 펴는 제주도는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자연을 바라보는 단순한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무식함과 현명함으로 나뉘고, 무지와 지혜로움으로 대비된다.

제주도민들에게 ‘오름나그네’라는 선물을 남긴 고 김종철 선생은 그의 저서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오름의 왕국-그렇다. 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오름이 없는 이 섬의 지형, 바람만 스산한 죽음의 황야 같은 섬의 땅을 섬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다. 그 오름 자락에 살을 붙이고 살아왔으며 뼈가 묻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환경을 다 파괴해 놓고 나서..

미래세대로부터 이 시대의 그들은, 제주도의 미래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는 그 비난을 어떻게 설명하고 감당할 것인가..

”왜 우리에게 제주도를 걸레로 만들어 물려 주시나요?‘ 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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