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도지사 권한대행이 허수아비는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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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도지사 권한대행이 허수아비는 아니지 않습니까..?"
  • 고현준
  • 승인 2021.12.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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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8코스 중앙로 간세라운지-삼양해수욕장..환경정책없는 제주도를 걱정시키는 '상념의 길'

 

 

 

겨울이라고 할 수 없는 날씨..

요즘 올레를 걸을 때마다 느끼는 계절에 대한 감정이다.

아직 동장군이 오려면 먼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올레길 날씨는 거의 봄날씨를 방불케 한다.

지난 4일 제주올레18코스를 걷는 날..

차를 몰고 18코스 중간스탬프가 있는 삼양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시내권을 관통하는 코스이기에 아예 중간지점에 차를 세우고 거꾸로 걷고 난 후 삼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려는 계획이었다.

함께 걷고 있는 안건세 올레꾼은 18코스는 이미 걸었다며 안 걸었던 다른 코스를 혼자 걷겠다는 연락을 해 와 이날은 고광언 선생과 둘이서 오붓하게 걸었다.

바닷가라 차가울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삼양해수욕장에 당도하니 봄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양 앞바다는 포효하듯 하얀 파도가 넘실댔고 올레길에 파도가 쳐서 인도까지 파도가 넘칠 정도로 길을 적시고 있었지만..

 

 

 

봄날처럼 따뜻하게 걸을 수 있었던 날이었다.

그렇게 삼양해수욕장 나무데크를 따라 걷는데.. 파도에 따라 뭍으로 올라온 핑크색 부표 하나가 외롭게 앉아 있었다.

이 부표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듯 망연한 모습으로 바다를 응시하는 중이었다.

이날 삼양 앞바다는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듯 파도가 아주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런 삼양해수욕장 동쪽 조그만 동산이 있는 풀밭에는 시비가 몇 개 서 있다.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삼양동 연가

-오영호

 

새벽 범종소리에 눈뜬 텃새들이

불탑사 5층 석탑 천년의 빛을 물고

원당봉 한바퀴 돌아 삼양동 문을 열면

옛 마을 선각자들 화합의 손을 잡고

삼양의 깃발 올린 선주민 원형움집엔

넘쳐난 한라의 푸른 정기 거리마다 빛나네

호미같은 해안가로 춤추며 달려온 파도

올레길 걷고 있는 나를 보고 하는 말

찌든 몸 검은 모래로 찜질하고 가라는...

순한 귀 열어 놓은 정 많은 이웃들이

일궈낸 터전마다 피어나는 사람향기

바다엔 사랑의 꿈을 낚는 통통배가 떠 있네

 

이 시비에는 2017년 7월 한곬 현병찬 씀이라는 글귀가 맨 아래에 한글로 써 있었다.

 

 

 

 

이곳 해안가 모래밭에는 다양한 해양쓰레기가 가득 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그러려니 할 정도로 무뎌졌다.

어떤 곳 구석에는 하얀 부표 함께 몰려 너댓개가 떠다니는 곳도 있었다.

분명 이건 깨진 유리창이론과 그대로 매치가 된다.

쓰레기위에 쓰레기가 쌓이고 또 그 위에 쓰레기가 쌓이는,,

그래서 이제는 서로가 함께 무감각해지는..

그런 시대가 제주에는 드디어 도래한 것 같다.

이제 환경을 말하는 게 사치스러울 정도다.

다 깨부수고 건설하고 없애고, 다 팔려 나가고..

도대체 제주도의 정체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의 도지사는 선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공무원들이 아예 이 임시도지사인 구만섭 권한대행을 대놓고 무시를 하고 있거나..

존재감이 너무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6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홍명환 의원과 구만섭 권한대행과 약간의 설전이 있었다.

소명이 됐다는 권한대행의 이전 시정보고에서의 답변에 대한 문제점을 삼으면서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

그때 홍 의원이 전한 한마디는 “권한대행이 허수아비는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지적이 있었고 이 말에 구 권한대행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속기록에 있는 내용을 읽어보라는 등 공무원들을 보호하려고 거의 홍 의원과 설전같은 질의응답을 계속 했다.

이처럼 특히 제주도청 환경부서 공직자들은 제주를 위해 열심히 일할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기자의 질문에 아무 것도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

묵묵부답하고 있으면 그저 넘어가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 공직자들..

제주도 환경부서는 이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태업이나 같은 일들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게 무심하면 할수록 권한대행은 그들 대신 욕이나 먹게 될 것이고 공무원들 비호에도 힘이 부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을 못하게 막는 자리라면, 언젠가 그 임시도지사인 권한대행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워 질 날도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 다랑쉬오름의 경우처럼 그렇게 제주도가 망가지건 말건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리라.

 

 

존재감 없는 도지사 권한대행을 누가 만들고 있는 것일까..

환경에 관한 문제만 봐도 나몰라라 하는 꼴을 보면, 이건 분명 무슨 꿍꿍이가 숨어있는 궁금한 일이다.

그런 궁금한 일은 화북으로 들어갔을 때 처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벌써 엄청난 규모의 구멍을 먼저 파 놓은 저류지 비슷한 곳이 나타났고..

엄청난 개발이 진행되는 이곳은 예전의 인간미 물씬 풍기는 그런 도로가 이미 아니었다.

한라산을 가로막고 선 공사판의 철제벽이 즐비하고..

암반을 깨어내느라 많은 굴착기가 동원돼 굉음을 내며 이날도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올레길에서 이런 개발의 현장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프고 충격적인 광경이다.

제주도의 자연과 풍광을 보고싶어 올레길을 걷는 것인데..

개발광풍의 현장을 지나가게 만들다니..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게 제주도의 슬픈 현실이다.

도지사는 없고, 도지사 권한대행은 대놓고 무시당하고(?)..

개발을 하겠다는 개발주의자들의 의지 앞에서 환경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남의 이야기가 된다.

깨고 부수고..

공간만 있으면 개발의 광풍이 불어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든다.

하도 많은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이제 드디어 우리 모두가 슬슬 무감각해 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차도 유리창 하나가 깨져 있으면 곧 중고자동차로 변해버린다는 것.

유리창이론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래도, 그런 공사판의 공간 사이 사이에서 보이는 한라산은 아직 우뚝 했다.

겨우 발걸음을 옮겨 그나마 한라산의 자태가 고운 곳을 찾아 사진을 몇장 찍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양 앞바다는 이날 아주 푸르고 용감했다.

끊임없이 푸른 하늘을 배후삼아 육지로 돌진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삼양 앞바다는 더욱 푸르렀다.

젊은 용기가 용솟음치기 때문이리라.

이어 곤을동 해안변을 따라 걷는데..

곤을동으로 건너가는 길이 막혀 있었다.

밀물로 물이 차 올라 건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그 아름다운 마을을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조그맣고 따뜻해 보이는 해안의 조그만 마을..

예전에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동네를 떠들석하게 했을 이곳은 이제 사라진 마을로 남아 있다.

돌담만이 겨우 살아 남아 예전에는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제주4,3의 고통스런 흔적이다.

 

 

이 길을 따라 올라오는데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이곳에 놓인 태양광시설이 모두 파괴돼 있는 것이었다.

참 별 일이 다 생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주시 화북동에 알아보니..

예전에도 그랬고 이번이 두 번째 생긴 일이라고 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꼭 범인을 찾아서 그동안의 모든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라고 했다.

별도봉 뒷길을 오르는데 고광언 선생이 나무 위에 지은 새 집 하나를 발견했다.

그 바로 옆에는 수도시설이 돼 있었다.

물 가까운 곳에 지은 똑똑한 새 집이었다.

조금 있으니 새 한 마리가 이곳 물을 찾아 내려 앉았다.

"잠시 앉아 있으라"고 말하고 얼른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새들은 아마도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늘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말하면 곧잘 포즈를 취해주니 말이다.

 

 

별도봉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장 같은 평원이 있는 곳, 이곳에는 늘 사람이 넘쳐난다.

더욱이 이른 오후였지만 별도봉을 찾은 사람이 참 많았다.

그들 틈에 끼여 운동하듯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

별도봉은 산책길이 너무나 환상적인 길이다.

제주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제주국제부두도 한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산책로가 있는 이 길은 제주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그 길을 나와 우리는 백년 등대로 이름난 사라봉 뒤쪽 산지등대로 향했다.

이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등대가 있는 곳은 늘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인다.

이제 길은 산지천으로 이어진다.

산지천은 서울 청계천 회복의 모델이 됐던 곳이지만..

지금은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물이 너무 맑았다.

새 한 마리가 작은 고기를 찾아 몸을 움츠리고 있고..물속에는 고기들이 떼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다보니..

벌써 60년도 더 됐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60년대 초나 그 이전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인데..

선일건재사 건물과 여관 건물이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제주올레18코스는 그렇게 많은 추억을 더듬을 수 있었던 길이었다.

예전 어릴 때 많이 뛰놀았던 곳, 어릴 적 많이 배회했던 고향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환경에 대해서, 나이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이 길은 내게 추억과 함께 상념의 길로 남게 했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
올레꾼 고광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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