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서둘지 마라 그러나 쉬지도 마라..다 자신만의 때가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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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서둘지 마라 그러나 쉬지도 마라..다 자신만의 때가 있으니 "
  • 고현준
  • 승인 2022.01.0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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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9코스 너븐숭이-서김녕포구, 숲이 아름다운 시인의 길

 

 

 

 

“서둘지 마라

그러나 쉬지도 마라

위대한 것은 다

자신만의 때가 있으니”

-시인 박노해의 ‘걷는 독서’에서

 

보잘 것 없던(?) 울레길 숲 속에, 시 문장 몇 줄 적어놓으니 곧 바로 시인의 숲이 됐다.

제주올레19코스 김녕으로 들어가는 동복리 초입 숲 속에 생긴 작은 변화다.

이 길에서 처음 만난 이 시구는 ‘제주올레 걷는 독서’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있다.

이런 시구는 이 숲속 길을 걷는 동안 가끔 나타나 걷기에 힘든 올레꾼들의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만들었다.

 

 

 

지난 8일 새해 두 번째 맞는 토요일..

날씨는 오전부터 흐렸다.

아주 쌀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구름의 모습은 곧 비라도 퍼 부을 기세였다.

하지만 이날 날씨 예보는 흐리다 오후가 되면 맑음이어서 걷기에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과 북촌에 있는 너븐숭이기념관에 도착해서 이곳에 차를 세우려다가 동복리매립장 부근으로 차를 옮겨 걸으려고 했다.

조금 더 하프코스 스탬프가 있는 동복리마을운동장으로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복리매립장 길을 따라 예전에 걸었던 올레길을 따라간다고 갔지만 이 길을 찾을 수 없어서 몇 번이나 동네를 헤매다가 겨우 큰 길 너머 올레길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차를 세우고 보니..이곳에서 처음 만난 동복리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동복리

동복리에 최초로 사람이 정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백6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복리의 옛이름은 ‘곳막’ 또는 골막‘이다.

그 의미는 경계에 위치한다는 뜻이다. 즉 조천읍과 구좌읍 북촌리와 동복리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는 뜻으로 ’골‘ ’경계‘막(작은 촌락)이라고 부르다 이것이 마을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그후 동복리란 이름으로 바뀐 것은 1875년(고종12년) 당시 초대 경민장이었던 신영수씨를 중심으로 하여 마을 유지들의 합의하에 ’동복‘이란 이름으로 마을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동복이란 동쪽에서 빛이 비춰오듯이 영광과 복이 마을에 가득 내려줄 것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동복리를 지나는 동안 이 숲길 올레는 별로 눈에 들어올 변변한 볼거리가 없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길을 조용히 걷는 느낌..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그 바람개비 소리가 요란한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그런 길이 지루하게(?) 연결된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좋은 길이지만, 뭔가 뚜렷한 볼거리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길은 아니다.

그런 이 숲속 올레길에 시가 넘쳐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두 번 째 세 번 째 만난 글들을 함께 정리해 본다,

 

 

 

“일을 위한 삶인가 삶을 위한 일인가”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좋은 사회로 가는 길은 없다. 좋은 삶이 곧 길이다”

“여행은 편견과의 대결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는 모두 박노해 시인의 시였다.

숲속에서 이렇게 만나는 시는 또다른 영감을 주기도 한다.

삶의 여정에 대한 함축이 그런 것이리라.

갑자기 이 숲속을 따뜻하게 만든 시구들..

지루해하지 말라는 격려처럼 느껴지는 이 숲길의 아주 좋은 변화였다.

평화롭기만 한 이 올레길에서는 경주마처럼 예쁜 말을 키우는 곳도 있었고, 봄이면 산야를 노랗게 물들일 유채꽃도 밭 한가득 피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평화로운곳에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도 있었다.

보기에는 밭인데..

각종 쓰레기가 땅에 파묻혀 있는 곳이었다.

어떤 건물에서 가져온 폐기물인지 유리조각이 가득한 것은 물론 가설철재물은 물론 시멘트를 깨부수고 땅에 깔아놓은 모습이 가득이었다.

어떤 밭은 아무런 이유없이 땅을 파놓은 곳도 있었다.

불법매립이 의심이 드는 광경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일을 볼 때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쓰레기섬 제주를 떠올리게 된다.

남 모르게 저지르는 이런 작은 일들이 결국 쓰레기섬의 시작이다.

비록 많은 것을 만날 수 있는 코스는 아니지만 이날 하늘은 참 맑았다.

 

 

 

김녕에 들어서면서 파란 하늘과 초록색을 띤 밭, 그리고 하얀 구름은 올레길의 예쁜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밭이 많은 이 코스에는, 그림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도가 눈길을 끌었다.

남흘동을 지나 서김녕포구를 들어가는데..

언제 생겼는지 해안을 잇는 큰 다리가 새로 놓여져 있었다.

이 다리 오른쪽 길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동안도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19코스 종점스탬프..

20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19코스 중간 숲길 초입에서 만난 박노해 걷는 독서길에서는 그렇게 전한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죽는 날까지 자기 안에 소년 소녀가 살아 있기를,,”

“중단하지 않는 한 실패가 아니다”

 

 

 

 

올레길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만큼 울림이 큰 것이다.

사실 홀로 걸을 때에는 올레리본을 찾지 못해 몇 번이나 왔던 길을 다시 걷고 또 반복적으로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19코스 후반 하프코스를 걸으면서도 다시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리가 차를 놓아둔 곳이 동복리인지 북촌리인지 헷갈리는 바람에 처음에 조금 덜 걸으려고 했던 구간보다 더 걷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고광언 선생과 함께 둘은 큰 길을 착각해 택시를 타고 일주도로길에 내렸다가 엄청난 거리를 다시 걸어야 했다.

다행스럽게 이 지역을 잘 아는 고광언 선생이 “아, 윗길이다”라는 말에 다시 택시를 타고 처음 시작한 곳에 갈 수 있었다.

만약 밤이었고 초행길이었다면 엄청 헤맸을 일이었지만..

다행스럽게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을 찾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걸어가고 또 가도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올레길은 차분하게 잘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됐다.

하프코스를 걷고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제주올레 전 구간 걷기..

드디어 제주올레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20코스 시작점에 도착해 19코스를, 추억 하나를 다시 남기며 마무리했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
올레꾼 고광언 선생

 

 

 

 

한편 박노해 시인의 문장을 읽을 수 있는 ‘걷는 독서’길은 현재 제주올레길 19-20코스에 설치돼 있으며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나눔문화 14년 회원)가 지난 2021년 올레축제때 만든 것으로 인터뷰에 소개돼 있다.

‘나눔문화는 박노해 시인이 5명의 청년들과 세운 나눔문화는 ‘정부 지원받지 않겠다, 재벌 후원받지 않겠다, 언론 홍보에 의존 않겠다’라는 원칙을 설립 이래 20년 이상 지키며 3,500여 회원과 ‘참사람의 숲’을 이뤄가고 있다‘고 한다.(출처= 나눔문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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