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순례길 탐방) "왜 그 먼 길을 돌고 돌아 힘들게 걷도록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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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순례길 탐방) "왜 그 먼 길을 돌고 돌아 힘들게 걷도록 만들었을까.."
  • 고현준
  • 승인 2022.03.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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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순례길 절로 가는 길, 제1코스 보시의 길..우리절-월영사, 봄이 깃든 미완의 길

 

 

 

코앞에 있는 절을 돌고 돌아 멀리 걷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히 경험한 일 치고는, 지금은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어 궁금증을 더 하게 만든다.

불교순례길을 걷다보니 여러 불교 관련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스님들이 하안거와 동안거를 마치고 각각 3개월동안 전국'의 수행처나 나름대로 수행할 만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을 '만행(卍行)이라 하며, 바람따라 물따라 구름따라 수행을 다닌다고 하여 '운수(雲水)'라고도 한다.

또한 낡은 천을 모아 누덕누덕 기워 만든 옷을 입고 구름처럼 흘러 다니는 수행승을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행이라는 말과 만행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본 내용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 및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북부 어린이청소년팀장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스님의 만행에는 불교도나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행동이나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닦는 온갖 수행을 말한다고 한다.

 

 

 

 

지난 27일은 비로 인해 2번이나 길을 나서지 못한 순례길 걷기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일요일이었지만 일찍 길을 나섰다.

불교순례길 1코스는 보시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총거리 42.9 km 사찰 19개소를 걷는 코스라고 안내돼 있다.

일단 이날 1코스가 시작되는 수산리 대원정사에서 걷기 시작한 후 월영사까지 15.2km를 걸었다.

3번째 걷는 이날은 우리절에서 월영사까지 가는 코스였지만 코스에 대한 안내 리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무척 힘든 순례를 했다.

단 하나의 절을 찾아가는 길이었고, 중간에 절이 2개나 더 보였지만 남화사라는 절은 코스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그 절 옆에 있는 또 하나의 다른 절이 월영사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미리 절 이름을 알았다면 아주 쉽게 접근했을 순례길이었다.

이날은 걷는 내내 너무나 오락가락 하며 많은 길을 헤매 다녀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불교순례길은 아직 정돈이 안돼 있어 앞으로도 갈 길이 먼 코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뭔가 인생의 해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 걷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왕 만들어진 길이라는 점에서 더 완성된 모습으로 정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이날 시작점인 우리절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봄 햇살이 가득 했다.

절 안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는데..

이날은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절을 나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길가에는 벌써 봄꽃이 가득 피기 시작했다.

기온도 점점 올라 오후가 되자 더울 정도였다.

중간중간 피어오른 봄꽃을 사진으로 남기며 걸었다.

불교순례길은 올레길과 달리 걷는 사람이 전혀 없어 호젓함이 더 한다.

때때로 만나는 농부들..

엊그제 많은 비바람이 불어 땅에 심은 옥수수가 잘못될까 봐 비닐막을 서둘러 보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는데 저수지가 하나 보였다.

꽤 커 보이는 이 저수지에는 몇몇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물이 있는 곳은 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이곳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서니 더욱 아름다운 곳..

하귀장례식장 바로 앞 광령저수지였다.

고광언 선생도 “여러 번 이곳 장례식장을 찾았지만 저수지는 처음 본다“며 놀라워 했다.

하지만 월영사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저수지를 등지고 큰 길 지하도를 지나 아래쪽 동네로 내려오는데 도무지 안내 리본도, 절로 가는 길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름 앞에 있는 절 같기는 한데.,

절 같아 보이는 기와집이 3개가 보였고, 어느 절이 우리가 가야 하는 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월영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동네 한 어귀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에게 월영사로 가는 길을 물으니 두 개의 방향을 얘기해 줬다.

하나는 우리가 내려온 반대쪽을,

또 하나는 우리가 가는 방향을 빙 돌아가는 코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내려왔던 동산길을 올라가기 싫어 가는 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입구가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내려가도 눈 앞에 보였던 절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했다.

그러다 또 길가에 있는 한 주민을 만나 월영사로 가는 지름길을 물었다.

이 주민은 ”오름 옆에 옛날 다니던 길이 있을지 모른다“고 귀띔을 해줬다.

우리는 다시 길을 돌아 가다가 중간에 오름으로 향하는 밭길을 따라 들어갔다.

오름 뒤편이라 오름을 따라 가면 작은 오솔길이라도 나오려니 했다.

실제로 밭을 무단으로 지나 오름에 들어서니 오솔길이 나타나긴 했다.

계속 걸어 들어가 어느 지점에 이르니 숲으로 꽉 막혀 있었다.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는 길이었다.

 

 

 

그 밭 옆은 절 같은데 그때는 그곳이 절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동산 멀리 가장 위에 나타난 커다란 기와집이 월영사인 줄만 알고 그곳만을 향해 걸었던 것이다.

다시 물에 젖은 밭을 질퍽거리며 걸어나와 다른 방향을 찾았지만 중간에 계곡까지 있어 그길을 따라 절로 들어서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담을 넘어 눈에 보이는 절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고광언 선생이 ”월담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넘어가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절이 월영사였다는 사실을 절에 가서야 알았다.

사실 월담을 했다면 그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컸다.

우리가 절로 봤던 그 건물은 마을포제단이라고 했다.

마을제를 올리는 곳이라는 것이다.

다시 내려왔던 동산 길을 다시 올라가는 여정은 참 짓궂었다.

내려온 동산을 다시 올라가려니 힘은 두배나 더 든다.

큰 길로 다시 나와 입구를 찾았지만 절로 들어가는 입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니 동귀리(하귀1리)..이 사실은 나중에 택시를 탄 후 물어보고 알았다.

큰 길을 다 내려와 오름 옆을 보니 절이 하나 우뚝 서 있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월영사였다.

 

 

 

 

 

전통사찰이라는 이름의 월영사는 입구부터 곧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벚꽃길이 이어졌다.

월영사에 도착했지만 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스님은 몸이 불편해서 외출중“이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꽤 큰 절이었지만, 이 절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

만행을 하듯, 수행을 하듯 걷다 보면 뭔가 보일 것 같았던 순례길..

지금 제주도 불교순례길은, 아직은 미완의 길이다.

수행도 미완이고 순례길도 많이 부족하기만 한 길..

이왕 이름을 불교순례길로 만들었다면 제대로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건만..

이 순례길은 관리할 주인이 없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지금이야 몇몇 불교인들만 찾는 길이겠지만, 세상을 사는 마음이 퍽퍽해 질수록 종교순례길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게 될 것인데..

그런 때를 대비해서라도 불교인들이 힘을 모아 이 길을 대수선하고, 제주도의 모든 절을 잇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 또한 제주도의 또다른 문화공간이고 제주를 읽는 색다른 추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현재 만들어진 불교순례길은 아쉬움이 많다.

고광언 선생은 ”길을 걸어보니 직접 걸어 다니면서 만든 코스가 아니라 차를 타고 가면서 리본을 단 것 같다“며 ”각 지역 불교인들과 함께 코스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아직 초입에 불과한 상태지만 우리가 걸었던 불교순례길만 해도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월영사로 가는 길을 왜 그렇게 헤매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깨달음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군가는 힘들게 걸어가 길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

그런 길을 먼저 걷고 나야 더 좋은 길이 주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는 헤매고 힘들게 걸었던 길이지만, 앞으로 누군가 이 길을 다시 걸을 때는 안내리본을 잘 만들고 바른 길을 찾아 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욱 불교순례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고쳐질 것이 아닌가.

결국은 불교인들의 분발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길로 남는다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제주불교 순례길은 아직 불편하기만 한 코스지만, 잘 만들면 좋은 순례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를 지나도록 돼 있어 제주도의 소박한 정경이 그대로 묻어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번잡함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걷기에 좋은 느낌을 준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뭔가 개선된 모습으로 변모해 주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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