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순례길탐방) "부처님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번뇌무명이 본래 부처님임을 깨달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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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순례길탐방) "부처님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번뇌무명이 본래 부처님임을 깨달으라”
  • 고현준
  • 승인 2022.04.1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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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순례길 광제사-무우정토 장안사, 벚꽃 만개한 무르익은 봄..근심없는 보시의 길

 

 

 

 

 

“부처님이란 중생들의 마음속 부처님이니

자신들의 근기를 따를 뿐 다른 물건이 아니다.

일체 모든 부처님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자신의 번뇌무명이 본래 부처님임을 깨달으라”

-통현 장자의 ‘화엄론’의 사구계에서

 

제주시 외도동 소재 광제사가 빈 절인 줄 알고 아쉬운 마음에 글을 쓰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난 9일 다시 광제사를 찾았을 때, 대웅전 안에서는 스님의 염불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스님께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으나 마침 법회중이라 다 걷고난 후 만나 보기로 했다.

순례길을 다 걷고 다시 돌아와 인사를 드리려고 잠시 스님을 만났을 때 광제사 주지 법우 스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준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무비스님의 서문으로 보는 화엄경‘이라는 책 서문에 나오는 글이 위의 내용이다.

불교에서 만나는 많은 게송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도를 깨달은 부처님과 달리 중생들은 그 말뜻을 제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 꾸준히 정진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적어 본 것이다.

누군가는 알아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실제로 알고 보니 광제사를 지난 1993년 창건한 후 지금까지 절을 지키고 있는 법우 스님은 젊은 시절에는 매우 미남이었으며(?), 강연 등 활동을 많이 했던, 꽤 이름이 높은 스님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날 법우 스님을 만나 얘기를 잠시 나누면서 비로소 절을 찾아 걷는 의미에 대해 큰 가치를 느낀 그런 날이었다.

화엄경이라는 경전이 부처님이 6년 고행 후 7일 만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룬 후 처음 설한 내용이 화엄경이라고 하니 이날 우리는 정말 좋은 책을 얻은 것이라는 사실도 후에 알게 됐다.

불교순례길은 그런 점에서도 또 어떤 인연이 생길지 매우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길인 건 확실하다.

다만, 불교순례길 걷기를 시작한 후 매번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안내리본 문제다.

아무리 안내된 길을 잘 따라 걸으려 해도 리본은 보였다 말았다 하며 걷는 길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는 수 없이 무작정 목적지를 향해 걷다 보면 어디선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안내리본..

누가 만든 길인지 허술하기가 짝이 없다.

알려진 바로는 용역을 주어 리본을 달았다고 하는데..

용역을 주었다면 확인도 해야 할 것이 아닌지..

지난 9일 걸을 때도 이런 현상은 계속 됐다.

 

 

 

광제사를 나와 큰 길가 외도 아파트단지 앞에 섰을 때 처음부터 안내리본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파트 단지를 피해 외도천 쪽을 향해 걷는데 느닷없이 그곳에 중간에는 보이지 않았던 리본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방향을 잘 찾아 걷는 것 같아 다시 걸어가다가..

기왕이면 외도천을 따라 걷고 싶어졌다.

유채꽃, 배추꽃, 벚꽃 등이 흐드러지게 핀 뒤로 한라산이 서 있는 그 길이 참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한라산을 뒤로 하고 걷는데.. 외도천변에 흐드러져 아름답게 빛나는 벚꽃들과 만났다.

이 길은 올레코스가 지나는 곳이라 올레꾼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애써 순례길을 새로 만들 듯, 일부러 다른 길을 찾아 걷고자 노력했다.

불교순례길에서는 그래야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마을돌담도 나타나고 바다와 어우러진 한라산도 우뚝 하다.

 

 

 

그렇게 걸어 알작지에 왔을 때 커다란 쓰레기 마대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알작지에 그득 쌓인 낙엽쓰레기를 걷어낸 마대자루였다.

얼마나 많았던지 동서로 수십 마대가 쌓였는데..바다에는 여전히 낙엽이 가득이었다.

이제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내도 알작지..

얼마 전만 해도 파도소리가 아름다웠던 곳이지만..

지금은 잠잠한 곳이 되고 말았다.

해안도로가 생긴 후 이곳 작은 돌이 사라지며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이호해수욕장..

물이 다 빠져 나간 해수욕장 바닥은 자연이 만든 파도자국이 남았다.

하지만 이 모래사장의 모습도 위험에 처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모래사장 끝 바다 쪽으로 돌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할 정도를 보여주는 돌만 가득 한 그런 지점도 있었다.

 

 

 

 

매해 모래를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 모래사장도 이제 위험에 빠진 것일까..

제주시에 알아보려고 했지만 해당부서는 묵묵부답이다.

해수욕장을 지나 마지막 지점인 도두동 초입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우리를 반겼다.

국화도 보였고 양귀비도 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종점 무우정토 장안사..

장안사는 도두봉 초입에 있어 가기도 쉽고 보기도 좋은 곳이다.

태고종으로 알려진 장안사에 들어섰을 때 법당 입구에는 이 절 이름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무우정토의 의미

 

경전에 말씀 하시기를,

 

사바세계

 

동쪽에는 만월세계

서쪽에는 극락세계

남쪽에는 환희세계

북쪽에는 무우세계가 있다고 하셨다.

도두봉은 한라산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어,

근심없는 깨끗한 땅의 편안함이라는 의미로 무우정토 장안사라 이름하였다.

 

 

 

 

걱정, 근심이 없다는 뜻이니 얼마나 좋은 절 이름인가.

도두봉은 예전부터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거의 여름에 가까운 이 날도 절 입구를 만개한 벚꽃이 주위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도두항 한 식당에서 더워진 날씨탓에 더 입맛이 당기는 물회로 점심을 먹고 다시 무언수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기사-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 말도 없었다-가 모는 택시를 타고 광제사로 달렸다.

 

다음은 이날 법우스님과 잠시 나는 대화 내용이다.

광제사 주지 법우 스님

 

-법명은..

“부처님의 법자와 비우자를 써서 법우라고 합니다”

 

-어떤 의미인지..

“’부처님 법을 비내리듯 내린다‘는 뜻입니다”

 

-이 절이 1993년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제가 1993년에 절을 창건한 후 지금까지 지키고 있고, 조계종에는 15년여 전에 등록했습니다”

 

-중생들이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한 마디..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각자가 선재가 되어야 합니다. 선재동자란 말이 선재가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선재의 뜻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선자는 착할 선자와 재물 재자를 씁니다, 착한 생각을 갖고 재물 재자는 보시를 하는, 무얼 주어야 하는 뜻입니다. 단순히 착한 생각만 내는 게 아니고 대승불교의 근본 6 바라밀 중 가장 우선이 보시라는 것이지요.

동자라는 의미는 진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게 화엄경의 근원이고 부처님의 근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착한 생각을 갖고 모든 일체 중생에게 어떤 보시공덕을 지어야 하는 것인데, 보시공덕을 짓는 게 물질이지요. 그런데 그건 정신세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정신세계는 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동자는 진실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사실 그대로만 보고 듣지 않습니까..절대로 자기 생각을 뒤집거나 하지 않고 머리를 굴리지 않아요, 그래서 화엄경에 동자라는 말을 놓은 것입니다. 그게 화엄경은 선재동자이고, 금강경은 선재선재라는 말을 쓰는데 똑같은 말입니다.

결국은 부처님의 기본이 보시공덕을 짓는 일입니다. 일체 중생에게 내가 어떻게 행복을 나눠 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어떻게 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일단 나부터도 어려운 일입니다. 말은 다 할 수 있지만 실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법우스님과 함께 한 고광언 선생

 

법우스님은 이 말씀을 하신 후 “화엄경은 39품으로 돼 있는데 이를 대선배인 범어사 무비스님이 제목만 전부 해설해 놓은 책”이라며 ’대방광불 화엄경 실마리‘라는 제목의 책을 우리에게 고맙게 선물해 주셨다.

실은, 불교순례길을 걸으며 이런 만남을 원했었다.

절에서 만나는 스님과 잠시 담소라도 나누며 듣는 백옥같은 한 마디..

그 말을 전하는 스님은 또 얼마나 오랜 세월 수행을 한 후 전하는 말일까를 생각하면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에게는 금과옥조같은 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법우스님을 만난 후 불교순례길이 더 환해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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