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순례길 탐방) “부처는 자기의 성품이 지은 것이다. 몸 밖에서 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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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순례길 탐방) “부처는 자기의 성품이 지은 것이다. 몸 밖에서 구하지 말라.."
  • 고현준
  • 승인 2022.05.0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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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순례길 보시의 길 보림사-원당사-불탑사 , “모든 것을 인정하라”는 인도의 길

 

 

제주시 사라봉 보림사에서 지난 4월23일 출발한 불교순례길..

여전히 보이지 않는 리본을 피해(?) 화북천 연변에 있는 원명선원이 있는 별도봉길로 들어서 가 보기로 했다.

별도봉은 제주시민들이 많이 찾는 산책길이다.

이날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걷기를 즐기는 중이었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하천 맞은 편에 원명선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절로 가기 위해서는 하천을 넘어가야 한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화북천은 선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물에 비친 색과 더불어 아름다웠다.

그런 하천에서 붕어를 잡는 사람도 보였다.

이곳 화북천은 어릴 적 붕어는 물론 금붕어까지 잡았던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지만, 물은 예전 같지가 않았다.

이미 그 깨끗했던 물은 다 사라지고 시커먼 물이 고여 있었다.

제주도의 건천은 늘 이렇다.

비가 한번 크게 내려야 다 씻겨나간다.

 

 

 

 

별도봉에서 원명선원으로 가는 길에 왠일인지(?) 절로 가는 길 리본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길에 난 풀도 다 잘려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원명선원..

선원이라 그런 것일까.

다른 절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절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절간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한번 휘휘 둘러보고 나오는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코스로 가야 하는 길이 조금 애매했다.

바로 옆 오현고등학교 학교담을 넘는 수 밖에 없었다.

월담을 하고 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 화북을 향해 걸었다.

걷다 보니 예전에 제주올레를 걸을 때 부숴졌던 가로등 태양광 시설이 있던 곳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그렇게 깨진 시설은 다 사라지고 이 태양광 시설들을 모두 없애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 다 깨버린, 2번이나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관계당국에서 아예 설치를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어쩌랴..다 사라져 버린 것을..

 

 

이 길 바로 옆에는 화북의 그 유명한 비석거리가 나타났다.

유심히 살펴보니 이 비석들은 목사들을 칭송한 비의 성씨가 모두 마모돼 있는 것이 보였다.

탐관오리였는지, 칭송할 수는 없었던 민심의 발로였던 것인지..

왜 성씨만 모두 갈아 없애 버렸는지 ..궁금한 일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지금 어찌 알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성씨 마모 흔적으로 보아 당시 상황을 대강 짐작해 볼 뿐이다.

이 비석거리를 지나 화북마을로 들어섰다.

이어 곧 보덕사라는 절이 나타났다.

조그만 절인데..

불교순례길을 안내하는 리본이 붙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불교순례길에 포함된 절은 아닌 것으로 알았다.

 

 

절로 들어가 꽃밭을 가꾸고 있는 스님에게 “절을 순례하고 있다”는 인사를 전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의 예쁜 절이었다.

스님은 우리에게 “사무실로 들어가 준비된 차라도 한잔 하시라”고 말씀해 주시고는 여전히 일을 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우리는 차를 마시고 나오면서 스님의 법명을 알고자 물었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도를 수행하는 스님에게는 우리같은 손님은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냥 다음 절을 향해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다음에 들른 곳은 화북포구에 있는 해신사였다.

 

 

 

해신사는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밖으로만 잠시 안을 살피고 환해장성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나타난 거대한 공사판..

제주시가 조성한 후 서울 업체에 팔아넘긴 개발지였다.

한라산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중장비가 쉴새없이 땅을 때려 바위를 부수고,.

그 부숴진 돌을 실어 나르는 트럭도 거대했다.

개발현장을 보는 것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 하다.

제주도의 풍경을 모두 전과 다르게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곳 공사현장을 지나 조금 더 나가니 삼양해수욕장이었다.

당초 원당사와 불탑사와 문강사가 있는 곳까지 걸으려 했지만 이날 점심은 12시에 삼양해수욕장에서 만나기로 최상희 여행작가와 한 선약이 있어 그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오후 2시에는 제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유홍준 교수(전 문화재청장)의 강연 청강예약이 돼 있어 취재를 가야 했다.

비록 절은 2개 밖에 들르지 못했지만, 유홍준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추사 김정희의 위대함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뜻 깊게 생각하고 있다.

 

 

문광사

 

지난 4월30일은 삼양해수욕장에서 시작해 문강사를 찾아 올라갔다.

삼양에 있는 원당봉에는 특이하게도 3대 종단인 조계종 불탑사와 천태종 문강사 태고종 원당사가 있는 곳이다.

이중 먼저 찾은 문강사는 도내에 2군데 밖에 없다는 천태종 사찰이라고 한다..  문강사는 입구에서부터 길이 참 예쁜 곳이었다.

오르막길이라 걸어 오르긴 힘들었지만 절에 도착해 보니, 원당봉 정상 부근에 있는 문강사는 호수를 낀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법당 안에서는 49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법당 안을 도는 모습도 잠시 보였다.

스님을 만나 볼 수는 없었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상징물들이 경내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고광언 선생은 “문강사는 대웅전을 다시 크게 지은 것 같다”며 “천태종은 충북 구인사가 본산 사찰”이라는 정보를 주었다.

 

 

불탑사

 

다시 절을 나와 원당사와 불탑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불탑사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도내에 남은 3개의 사찰 중 하나라고 한다.

절에서 만난 희정스님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우리에게 덕담 한마디를 청했더니 “모든 것을 인정하라”라는 말씀을 주셨다.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은데 이 모든 걸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그것이 세상을 사는 이치”라고 하셨다.

마음은 젊은데 몸은 늙어가는 걸 어쩔 것인가.

희정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날이었다.

이날 불탑사를 끝으로 불교순례길 1코스인 보시의 길 순례를 다 마쳤다.

처음 걸어본 제주 불교순례길은 아직 보완이 많이 필요한 미완의 길임을 느낀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후원한다는 길임에도 이렇게 미진하다는 것은 돈을 헛되게 쓰고 있는 것이거나, 보여주기 위한 순례길에 다름 아님을 느끼게 한다.

제대로 지원을 해서 제주지역 불교인들과 함께 순례길을 순례길 답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길이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은 그 길을 찾는다.

그 순례길에서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이 위안과 평안을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보여주기 위해 만든 홍보를 위한 순례길이라면, 아예 이 길을 폐쇄하거나 이름을 바꾸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원당사
원당사

 

다음은 성철스님의 돈황본 육조단경에서  6조 혜능대사가 대중에게 서방(극락)에 대해 전하는 말이다.

“부처는 자기의 성품이 지은 것이다. 몸 밖에서 구하지 말라. 자기의 상품이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자기의 성품이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이니라”

이어 말씀하시기를..

“..만약 수행하기를 바란다면 세속에서도 가능한 것이니, 절에 있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절에 있으면서 닦지 않으면 서쪽나라 사람의 마음이 악함과 같고, 세속에 있으면서 수행하면 동쪽나라 사람이 착함을 닦는 것과 같다. 오직 바라건대, 자기 스스로 깨끗함을 닦으라. 그러면 그것이 곧 서쪽 나라(서방극락)이니라.”

불교순례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만나는 불경이 전해 주는 이야기의 의미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동안 먼 곳에 있던 이야기가 가까이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돈오돈수(단박에 깨닫고 단번에 수행까지 끝냄)의 길을 찾는 중일 지도 모른다.

불교순례길을 순례중인 불교인 고광언 선생
불교순례길을 순례중인 불교인 고광언 선생

 

 

 

문광사 대웅보전

 

불탑사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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