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순례길 탐방) “무탄트(돌연변이)들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한다..”
상태바
(불교순례길 탐방) “무탄트(돌연변이)들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한다..”
  • 고현준
  • 승인 2022.05.25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절로 가는 길 관음사-천왕사, 자연의 숲이 우거진 무념의 길

 

 

 

 

“음식에 소금을 집어 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넣으면 안되는 법이오!”

류시화가 쓴 '지구별 여행자'에 나오는 말이다.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도사같은 식당주인이 했던 말이라고 소개했는데.. 수많은 말을 전했지만, 이 말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다.

절을 찾아 걷는 길에서는 그런 말들이 가슴에 절절히 남을 때가 있다.

절을 찾아 걷는 중인데 절이 없다면..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절로 가는 길인데 7km 이상을 걸었지만, 걷는 동안 절은 하나도 만날 수 없었다.

지난 21일 불교순례길은 관음사에서 천왕사까지 걷는 코스였다.

관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제1산록도로를 따라 제2 횡단도로를 향해 오직 아스팔트길 만을 따라 걸었다.

 

 

나무가 전봇대를 감싸 안았다

 

인도도 없고..차는 씽씽 달리는데..

이날 유독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는 단체 행렬이 많았다.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지만..어쩌랴

길이 그런 걸..

3시간 30분여를 오직 차도를 따라 걷는데.. 쉴 곳도 마땅치가 않아 중간중간 수로 위에 잠시 걸터 앉아 쉬는 수 밖에 없었다.

산록도로라 자동차들은 드문드문 다니고 있었지만..

숲속길이 계속 이어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이날의 첫 특별한 인연은 싱가포르에서 온 대학생들과의 만남이었다.

우리가 관음사를 나와 산록도로를 걷는데 이들 4명의 여학생들이 우리를 뒤따라 걸어 왔기 때문이다.

얼마쯤 갔을까..

고광언 선생이 “중국에서 왔느냐”고 물으면서 중국어로 말하니 처음에는 대답이 없었다.

고 선생이 재차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 한생이 “제가 조금 해요”라고 답했다.

이 학생은 “대학을 올해 졸업하고 졸업여행을 온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 왔다”고 했다.

이날 싱가포르 젊은이들은 관음사코스를 통해 한라산을 오르려는 계획이었다.

우리는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된다”고 말하고 관음사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해서 사진을 한 장 남기게 됐다.

한 학생은 자기 카메라로도 찍어달라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젊은이들과 함께 찍은 고광언 선생의 기념사진

 

 

 

문제는 그 사진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내 명함은 주었으나 이들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묻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부디 이 기사를 보기를 바랄 뿐이다.

이날 간간이 보이는 한라산 계곡은 가을이면 노랗고 붉은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지금은 푸르른 녹음이 계곡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런 계곡을 몇 개나 지났을까..

아흔아홉골 공동묘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곳 입구에 세워진 비석 하나를 발견했다.

제1산록도로 개설 및 포장공사라는 이름의 기념비였다.

1995년 5월3일-1996년 6월, 발주자는 제주도, 시공자는 삼오종합건설(주)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걷지 않았다면 이런 곳에 이런 비석이 있는지 조차 모를 뻔 했다.

산로도로는 벌써 26년이나 된 오래된 도로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이 길에는 기념비가 참 많은 곳이었다.

먼저 충혼비가 보였고 베트남참전위령비도 이곳에 크게 세워지고 있었다.

이 산록도로가 주는 의미는 그런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위오름과 열안지(여난지)오름도 이 도로에 있었고, 이 길 끝자락에는 노루손이오름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 제2횡단도로 길로 접어 들었다.

천왕사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 또 하나의 예쁜 숲길이 나타났다.

삼나무숲이 그곳에 아름답게 서 있었다.

최근에 만들어진 제주국립호국원 자락이었다.

큰 길이 뚫려 이제 예전의 울창했던 삼나무숲길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가 걷기를 멈춘 지점은 이곳 천왕사 입구였다.

국립제주호국원이 700m가 남았다는 표지가 보였지만,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날씨도 더웠고, 오래 걸었기 때문이다.

 

 

 

절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다음 글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호주의 마지막 원주민인 참사람부족을 따라 4개월간 그야말로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사막을 횡단한 미국 여의사 말로 모건의 ‘무탄트 메시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의 ‘우리 앞의 시간에서 온 목소리’란 제목의 글 일부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인종(그들은 스스로를 ‘참사람 부족’이라 일컫는다)은 문명인들을 가리켜 ‘무탄트’라고 부른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란 뜻이다.

기본 구조에 어떤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말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왔으며,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인 동물, 나무, 풀, 구불거리는 샛강, 심지어 바위와 공기조차도 우리와 한 형제이며 누이라고 원주민들은 믿고 있었다.

그런데 문명의 돌개바람과 함께 몰려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문명인들을 보면서 원주민들은 그들을 ‘돌연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도 갈 수 없는 땅(Never-Never Land)이라고 이름 붚여진 호주 남서부의 토착민인 참사람 부족은, 자신들이 시간이 시작된 이래로 줄곧 그곳에서 살았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적어도 5만년 이상 호주 대륙에서 살아왔으리라 추측한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들이 어떤 숲도 파괴하지 않고, 어떤 강물도 더럽히지 않고, 어떤 동식물도 멸종 위기에 빠뜨리지 않고, 어떤 오염물질도 자연 속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창조적이고 건강한 사람으로 오래 산 뒤, 영적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들이 우리들 돌연변이 문명인인 무탄트들에게 남긴 말이 있다.

“무탄트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시간을 재기 때문에 미래를 길게 내다보지 못한다. 그들은 오늘 말고는 어떤 시간도 인식하지 못하며, 따라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