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우리 토종, 메꽃을 빼닮은 갯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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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우리 토종, 메꽃을 빼닮은 갯메꽃..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2.07.08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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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처지를 꿋꿋이 견디며, 밝은 웃음과 건강한 후대를 이어가는 우리 민초와 같은 꽃

 

우리 토종, 메꽃을 빼닮은 갯메꽃

 

갯메꽃 (메꽃과) Calystegia soldanella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바닷가의 허허벌판 모래밭입니다. 수평선 너머 흰 구름이 유난히도 고와 보이는 초여름 날씨의 더위 속에서 하늘 향해 큼직한 꽃송이를 활짝 핀 갯메꽃을 만났습니다.

동글동글한 짙푸른 작은 잎 사이로 우뚝 솟은 연분홍 꽃송이가 강렬한 햇살을 아랑곳하지 않고 생기있게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거친 모래바람과 들고나는 바닷물의 짭조름한 냄새 속에서 한 땀 한 땀 줄기를 뻗어가며 자리를 넓혀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돋보이는 염생식물입니다.

영양분이 없는 척박한 모래벌판에서 이파리에 흰 줄이 선연한 푸른 잎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묻히면서도 꿋꿋이 한겨울을 버텨내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뿌리 발육이 매우 뛰어나 여간해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강인한 식물이 되었습니다.

척박한 모래밭에 적응하여 살다 보니 유기질이 풍부한 일반 토양에서는 오히려 자라지 못하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 식물이 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조건을 도리어 친근한 생존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생존술이 놀랍기만 합니다.

철썩대는 파도 소리 종일 들으며 한낮의 뜨거운 햇볕과 모래 기운을 밤새 한데 모아, 이른 아침이면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찬양하듯, 밝고 고운 불그레한 꽃송이를 함박웃음처럼 활짝 펼칩니다. 너른 바닷가에 아침이면 함초롬히 피어나는 꽃, 활짝 핀 연분홍 통꽃 꽃판에 정갈한 흰 줄무늬가 선연합니다.

수평선에 솟아나는 아침 햇살 아래 새 아침의 기쁜 소식을 널리, 멀리 전해주려는 듯 갯메꽃은 확성기 모양의 나팔꽃으로 피어납니다. 갯가에 핀 나팔꽃, 아니 서양의 나팔꽃이 아닌 우리의 토종, 메꽃을 빼어낸 듯 닮았습니다.

육지에는 메꽃, 바닷가에는 갯메꽃이 아침을 밝힙니다. 근세 들어 서양의 나팔꽃이 육지의 정원이나 화단을 차지했지만, 바닷가 갯메꽃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팔꽃은 외래 유입종이지만 메꽃, 갯메꽃은 우리와 함께해 온 이 땅의 토종 꽃입니다.

우리 토종, 메꽃을 빼닮은 갯메꽃

 

 

갯메꽃(Calystegia soldanella)은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서, 땅속줄기는 모래 속에 길게 뻗고, 땅 위 줄기는 땅 위에 가로눕거나 다른 물건에 감겨서 뻗습니다. 바닷바람과 바닷물에도 잘 견디는 염생식물이며 윤이 나는 두꺼운 잎은 어긋나며 콩팥 모양으로 둥급니다. 5~6월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하나씩 분홍색 꽃이 달립니다. 아침 일찍 피었다가 저녁에는 오므라듭니다.

메꽃이랑 비교하면 꽃은 거의 차이가 없어, 이름도 갯가에 사는 메꽃이라는 뜻에서 갯메꽃이 되었습니다. 다만 분포지와 잎의 생김새가 다릅니다. 메꽃은 들에서 자라며 잎이 긴 타원형인데, 갯메꽃은 바닷가 모래벌판에서 자라며 잎이 신장형으로 둥글며 두껍고 털이 없어서 윤기가 나는 게 차이점입니다.

척박한 모래땅에 살면서 거칠고 강한 바람에도 견디며 살아야 하는 탓에 땅속 깊게 뻗은 뿌리의 발육이 매우 뛰어나고 씨앗으로도 번식하지만, 주로 뿌리줄기로 번식합니다. 땅속에서 기는 뿌리로, 뿌리줄기에서 줄기가 갈라져 지상으로 뻗어나며 해안가의 모래, 바위틈 등 다른 물체에 기어 올라가기도 합니다.

영양가 없는 황량한 바닷가 모래벌판에서 거친 바닷바람, 모래바람, 짠바람을 견디며 겨울에도 윤기 나는 탄탄한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커다란 군락을 이루며 하얀 줄무늬가 선명한 분홍 꽃을 무리 지어 피워내기도 합니다.

열악한 곳에서도 불평 없이 굳건하게 버티고, 혹독한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한 채 봄을 기다립니다. 새봄이 되면 새순을 뻗고, 봄이 끝날 즈음이면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인 꽃송이를 피워올립니다.

갯메꽃, 아무리 사회가 혼탁하고 어지럽더라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렵고 힘든 처지를 꿋꿋이 견디며, 밝은 웃음과 건강한 후대를 이어가는 우리 민초와 같은 꽃입니다. 이 땅에 우리와 함께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의 토종, 갯메꽃이 올해 따라 더욱더 매력적이고 곱게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2022. 7월 인천 용유도 모래벌판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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