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한민족의 혼(魂), 그 영원한 비밀의 암호 코드를 해독하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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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한민족의 혼(魂), 그 영원한 비밀의 암호 코드를 해독하다!(6)
  • 조용호 박사
  • 승인 2022.08.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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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박사/아리랑 원형과 제주 문화콘텐츠 연구-1(제3주제)

아리랑의 비밀을, 저서 ‘아리랑의 비밀話원’을 통해 밝혀낸 조용호 박사가 제주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뜻 있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27일 한라산에 있는 사)제주도아리랑보존회(이사장 강소빈)가 주최한 '2022 한국아리랑의 원형연구 조용호 박사 초청강연회' 자리에서였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출신이기도 한 조용호 박사는 이날 모두 6개의 주제로 나눠 아리랑에 대한 모든 내용을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조용호 박사는 아리랑에 대해 “‘아리랑’은 너무나 단순해 보이는 노랫말 속에 고도한 메시지를 숨기고 있는 특수한 문장이었다.”며 “그래서 아무도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이었고, 아리랑이라는 뜻조차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반도체, 정보통신(IT), 암호학 및 고대시가문학, 중세국어 등의 분야에 종사하면서 오랜 기간 아리랑과 민요, 고려가요 등에 나타나는 뜻 모르는 후렴구를 연구해 온 조용호(趙容晧) 박사는 아리랑을 600년 전의 한문과 고려어로 된 의사향찰구조로 재구함으로써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을 풀어내게 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본지는 이 자리에서 이에 대한 모든 원고를 긴급 입수, 조용호 박사로부터 연재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차제에 아리랑과 제주아리랑의 대중화 및 세계화에 대한 폭넓은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이를 차례로 연재하기로 했다. 세번째 주제는 '아리랑 원형과 제주 문화콘텐츠 연구'이다.(편집자주)

 

 

 

제3주제(연재 1)/아리랑 원형과 제주 문화콘텐츠 연구

Studies on the Original Arirang and Cultural contents

 

조용호(趙容晧)

 

Ⅰ. 서 론

한민족 정신세계의 원형(Archetype)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민족혼(民族魂) 아리랑의 문학 장르적 특성과 텍스트 상황을 밝히는 것은 민족적 자존과 위엄을 찾는 일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리랑은 역사의 흐름 속에 나타난 민족 노래로 매우 친숙한 것이 사실이지만, 깊이 알려고 하면 할수록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매우 신비한 노래이기도 하다. 언제부터 어떠한 이유로 불리기 시작했는지, 노랫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등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우선 노랫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아리랑 구절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있었으나 뜻을 모른 채 불명확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즉 근대의 개화기인 19세기말 이래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관련 연구와 기록을 남겼다.

서양인으로는 호머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96),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97), 호러스 알렌(Horace Newton Allen, 1908), 메리 린리 테일러(Mary Linley Taylor, 1918), 펄 벅(Pearl Sydenstricker Buck, 한국명 朴眞珠, 1963), 님 웨일스(Nym Wales, 본명 Helen Foster Snow, 1941) 등이 있다. 동양인으로는 시노부 준페이(信夫 淳平, 1901), 와다 텐민(和田 天民, 1921), 이치야마 모리오(市山 盛雄, 1927) 등이 있다.

내국인으로서 춘원 이광수(李光洙)(1924년)는 아리랑이 다른 어떤 민요보다 우위에 있고, 결코 근대에 생긴 것이 아니라 퍽 오랜 옛날에 생긴 것이며, 전해오는 과정에서 지금은 알 수 없는 후렴에만 그 뜻이 남아 있다고 보았으며, 낙천적인 조선 민족성을 대표하는 노래라고 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 소실(消失)된 것으로 판정된 아리랑의 뜻에 대한 다양한 설들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김지연(金志淵)(1930년)은 아이롱(我耳聾)설, 아리랑(我離娘)설, 아난리(我難離)설, 아랑(阿娘)설, 아랑위(兒郞偉)설 등을 소개하면서 어영(於英)에서 변형된 알영(閼英)설을 주장하였고, 권상로(權相老)의 아이농(啞而聾)설(1941년), 이병도(李丙燾)의 아라(樂浪)설(1959년), 양주동(梁柱東)의 아리령(嶺)설(1959년), 임동권(任東權)의 의미소실(意味消失)설(1969년), 정익섭의 얄리얄리 전음설(1969년), 원훈의(元勳義)의 아리고 쓰리다설(1978년), 박민일(朴民一)의 아뢰야설(阿賴耶)(1989년), 조용호(趙容晧)의 여말선초 암호문론(2002년) 등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한민족 최고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리랑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노랫말의 핵심을 이루는 아리랑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說)이 존재하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한 형태의 아라리요도 뜻을 모르므로 첫 행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둘째행에서 땅 위에 없는 허구의 장소인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고 하는데, 후속하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 '발병난다'는 내용이 되어, 노랫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더구나 십 리(4km)라는 표현은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 등과 같이 거리가 멀다는 어감을 주는데, 아리랑에서는 짧거나 모자라는 경우에 사용되는 조사 ‘도’와 같이 쓰이고 있어서 잘못된 용법이 된다.

또한 발병난다는 의미가 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또는 몸에 병이 생기는[生病] 발병(發病)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아리랑 노래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각편의 명칭은 전국 방방곡곡이 다르며, 변형된 형태의 후렴구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까지 후렴구에 존재하는 규칙 등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뜻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후렴구간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시기적으로 구분하여 아리랑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구아리랑 또는 긴아리랑도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료

萬頃蒼波 거기 둥둥 뜬 배

 

구 아리랑은 2행을 위주로 구성되는데, 노랫말에는 아리랑 고개가 나오지 않으며, 물[水]이나 배[船]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만경창파라든가 둥둥 뜬 배 등과 같은 표현이 그러한 예이다. 그렇지만 아리랑과 어떤 관계인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와 유사한 형태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료’ 등과 같은 어구가 있지만 그것의 의미 또한 모르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랑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록과 논고들이 있다. 조선 초기에 나온 정치적 방임주의, 신성염곡(新聲艶曲), 곡연음희(曲宴淫戱), 애조를 띤 노래, 충신불사이군의 노래, 남녀상열지사의 변풍(變風), 비밀결사(秘密結社), 생활의 만화경(萬華鏡),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한(恨)의 노래 등이 그러한 예이며,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성격들이 나타나는지 알지 못한다. 아리랑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아리랑이 뜻을 모르는 노래가 되어버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현대국어와 어법이 다른 중세국어(中世國語)로 되어 있는 참요의 노래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났을 수 있다. 또한 내용상 비루하게 보여 민간에서만 불리게 된 이요적(俚謠的)인 특성 때문일 수 있다.

나아가 일제 강점기의 역사관이 반영된 아리랑 연구나, 아리랑에 대한 기록을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방법 등이 그 원인일 수 있다. 뿐만아니라 구전되는 노래에 나타나는 실제 발음적 특성과 가사 내용의 연관성을 간과한 채, 노래의 내용과 관계없이 ‘아리랑’이라는 문자화된 발음에만 초점을 맞추어 뜻을 풀이하려 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본 연구는 아리랑의 선행기록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노랫말에 나타나는 중세언어적 특성을 평가함으로써 아리랑의 원형을 해독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랫말에 담겨 있는 민족혼의 근원을 파악하고, 지역 문화콘텐츠와의 융합과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주제어 : 아리랑 원형, 여말선초, 참요, 암호해독, 문화콘텐츠

 

Ⅱ. 선행 기록 분석

아리랑에 대한 기록과 정확한 비평은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래 되는 과정에서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고 변형되는 과정을 겪기도 하지만, 노래 가사의 연원에 대한 분석이나 기록에 나타나는 내용을 통해 아리랑의 뜻과 노래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나오는 1894년의 기록 중에는 아리랑의 뜻과 성격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아리랑(阿里娘)이라는 표현을 통해 아리랑의 뜻이 여자인 랑(娘)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여자를 호칭할 때 사용하는 로(老)나 대(大)와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고, 아(阿)라는 형태를 사용하였으므로 고귀한 신분의 ‘아가씨’를 뜻하게 된다. 그러나 아리(阿里)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어떠한 아가씨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리랑(阿里娘)이라는 호칭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특정한 호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특정한 의미를 아가씨라는 뜻으로 변경하여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뜻을 하나의 문장 속에 동시에 표현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이전에 ‘阿里랑’으로 표기되는 무엇이 있었는데, 그것을 낭(娘)이라는 뜻으로 바꾸게 되어, 두개의 의미를 한 문장 속에 포함시킨 것이다. 한문구조로 표현하면 ‘아리랑 시랑(阿里랑 是娘)’이라는 형태가 된다.

그런데, 두 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이전에 다른 형태의 아리랑이 있었다는 개념과도 일치한다. 즉 아리랑이 있기 전에 불리던 구아리랑은 2행을 기본으로 구성되며, 가사에 만경창파(萬頃蒼波)나 배[船] 등과 같이 물[水]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아리랑은 4행이지만 실제 구조는 독립된 2행의 노래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이는 아리랑이 구아리랑을 바탕으로 재편되었다는 의미와 상통하며, 음원을 통해 비교해서 들어보면 ‘아리랑’이라는 발음에 미묘한 차이가 생기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타령(打令), 신성염곡(新聲艶曲) 등의 표현을 통해 노래로 불린 것을 알 수 있고, 연곡(演曲), 우령(優伶), 궁중의 곡연음희(曲宴淫戱)등의 표현을 통해 연극으로도 상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리랑은 연극 속에서 불린 노래이다. 궁중에서 연극으로 상연되고 춤과 노래로 불린 형태이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선 초기와는 내용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신성염곡의 노래가 연극에서 불리는 특성을 갖는 것은 시기적으로 13세기 이후 출현한 문학 장르인 원곡(元曲)의 잡극에 나오는 노래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 금나라가 원(元)에게 멸망 당하던 시기에 나타난 망국적 음조를 바탕으로 하는 애가적인 노래이다. 이는 시노부 쥰페이나 최영년이 거론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한편, 정선 아리랑에서는 충신불사이군의 노래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노랫말에는 그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망국적 선율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랫말 속에 다른 의미를 또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하나의 노랫말 속에 또다른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님 웨일즈(Nym Wales)의 『아리랑(Song of Ariran)』(1941년)과 관련이 있다. 아리랑이 만들어진 시기는 몇백 년 전 조선 시대(Li Dynasty)이며, 아리랑 고개라는 구절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비밀결사의 노래(secret revolutionary version)가 되었다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참요 성격을 띤 비밀결사의 노래이며 외면에 보이는 것 외에 또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아리랑이 만들어진 시기는 여말선초에 해당하는 조선 초기까지 소급될 수 있으며, 아리랑 고개라는 구절이 없는 노래가 원래의 모습에 가깝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구아리랑에서 아리랑으로 재편되었다는 구조상의 개념과도 같게 된다.

한편 연극에서 신성염곡의 노래가 불리는 문학 장르인 원곡(元曲)의 특징은 노래와 춤을 이용하여 실제로 있었던 고사(故事)를 연출하고,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극의 특성으로 인하여 지방 사투리와 같은 속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특성은 “아리랑이 근대 생활의 만화경(萬華鏡)”이라든가, 정선 아리랑이나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에 다양한 형태의 설화들이 나타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아리랑이 가지고 있는 문학 장르적 특성에 기인한다.

나아가 1912년의 『俚謠 ․ 俚諺及 通俗的 讀物等 調査』를 통해 전국에 걸쳐 노랫말이 산재해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최남선, 김소운 등도 특정한 지역별 아리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다른 민요들과 달리 아리랑은 조선의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노래인 것이다.

민속학적인 관점에서 아리랑을 고찰하기도 하였다. “아리랑은 한(恨)의 노래이며,” “주제는 사랑, 이별, 향락, 풍자, 반항, 애국, 허무” 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인의 사상과 생활을 소박하고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황현의 기록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여자를 뜻하는 랑(娘)이 되어야 한의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개념과도 일치한다. 아리랑은 조선의 산천과 함께 살아온 조선인의 심성을 닮은 노래이고, 조선의 산천에 동화되어 한을 표현하는 노래인 것이다.

기록을 통해 살펴보면, 아리랑은 뜻을 모르는 노래가 아니었다. 아리랑 연구는 기록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하였다. 『매천야록(梅泉野錄)』의 경우 아리랑에 대한 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1930년대를 훨씬 지난 시점인 1955년에 와서야 출판된 이유로 수많은 어원설 중의 하나 정도로만 여겨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고, 더구나 아리랑의 뜻이 랑(娘)이 되면 떠나는 사람이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되어 노랫말의 내용과 반대가 되는 이유도 있었다.

아리랑이 다양한 성격을 가진 노래라는 것은 노랫말 속에 다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 되며, 그러한 측면에서 특정한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묘사하게 되므로, 아리랑의 본질은 참요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리랑의 원형을 찾아내게 되면, 기록에 나타나는 모든 성격들을 포함할 수 있고, 노랫말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게 된다.

 

Ⅲ. 아리랑의 중세언어 특성

아리랑 노랫말에서 아리랑의 뜻을 모르는 이유는 후렴구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이며, 아리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이유는 노랫말에 사용된 어휘가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아리랑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노랫말에 사용된 어휘가 비록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보일지라도 만들어진 시기가 언제인가에 따라 사용된 용법이나 노랫말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아리랑에 나타나는 어휘의 형태는 중세국어(中世國語)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넘어 간다, 발병난다를 서술형으로 보았을 때는 문제가 있지만, 중세국어 용법으로 사용될 경우는 의문문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둘째, 문장 구성적 측면에서 조사를 생략해도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는 구조이다. 즉 ‘십리도’는 ‘십리도를’에서 목적격 조사 ‘를’이 생략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또한 아리랑 각편에서 ‘고개를’은 ‘고개로’라든가 ‘고개고개로’라는 형태로도 나타나는데, 이는 아리랑이 만들어질 때 조사가 없는 형태였던 것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창자의 특성에 따라 달리 발음하여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

나아가 중세국어 표기법의 한 형태인 이어적기용법에 따라 ‘나를’은 ‘나[나라(國)]’, ‘님은’은 ‘니믄’으로 변형하면, 체언의 어간에 조사가 붙는 형태가 되어 조사가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넘어 간다’는 이어적기로 ‘너머 간다’가 된다.

따라서 노랫말에 사용된 조사는 ‘가시는’에 나오는 ‘는’ 하나 밖에 없는 특수한 문장이 된다. 그런데, ‘가시는 님은’에서 조사를 뺀 ‘가시 님은’은 실제 노랫말에서는 ‘가-시-니-믄’으로 발음되며, ‘가신 님은’을 표현하게 된다. 의미상으로는 ‘가시는 님은’ 보다는 ‘가신 님은’이 되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나를 버리고 이미 가신 님’이라는 뜻이다. 아리랑은 조사가 필요 없는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리랑이 생략 가능한 단 하나의 조사만이 사용되는 문장이라는 의미는, 노래의 내면에 다른 형태의 문장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즉, 아리랑은 숨겨져 있는 원형 속에 존재하는 특정한 규칙을 조합하여 노랫말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숨겨진 원형에 해당하는 또 다른 형태의 아리랑은 조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문장이 되며, 그러한 문장은 한문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노랫말에 나타나는 조사를 생략하면 아리랑 원형을 재구할 수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너머 간다

나 버리고 가시- 니믄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원형과 아리랑 노랫말을 비교해 보면, 아리랑은 한문에서 생략 가능한 단 하나의 조사가 붙어있는 문장이다. 이러한 원형이 노래로 구전되면서 ‘고개를’에 나오는 ‘를’이나 ‘고개로’에 나오는 ‘로’ 등과 같은 조사가 붙고, ‘아리랑’, ‘아라리요’ 등과 같이 뜻을 잃어버리고, ‘발병난다’ 등과 같이 의미가 불명확한 형태로 가사에 변형이 일어난 것이 아리랑이다.

한편 조사가 생략된 원형의 형태는 한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기는 한데, 단순히 하나의 단어나 짧은 문장이 아니라, 아리랑과 같이 한자식 표현이 없는 4행씩이나 되는 긴 문장을 표현할 수 있는 한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한문의 뜻은 그대로 가지면서 문장을 읽는 방식에 있어서 일부의 글자는 한어(漢語)로 발음하고 일부의 글자는 우리말로 발음하면 가능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외국어를 조합하여 발음하면 아리랑 가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한 한문의 구조는 구어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형의 모습은 기본적으로 대화체 형태가 된다. 따라서 아리랑은 한어(漢語)와 국어(國語) 발음을 조합해서 노랫말[歌詞]로 만든 문장이다. 따라서 원형의 모습 속에는 한문 대화체, 국문 대화체, 독백체 노래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아리랑이 한문 구조인 것은 의미상의 오류(semantics errors)를 보이는 ‘십리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아리랑 노래] 십리도 못 (가서)

[변형된 표현] 시니더 모[是你的麽?]

[올바른 표현] 시니마[是你麽?]

 

‘십리도 못 가서’는 아리랑을 만들 때, 원형에 나타나는 노랫말의 의미를 다른 뜻으로 바꿔주기 위해 변형한 부분이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꾼 것이 아니라 원형의 모습을 일부 남기면서 바꾸었다. ‘십리도 못 가서’를 한어 구어체 형태로 표현하면 ‘십리도 모’와 ‘까서’로 분리된다.

‘십리도 모’에 남아있는 한어 의문사인 모(麽)라는 표현을 통해 원형 속에 남아있는 의문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한문 형태로 발음하면 시니더마(是你的麽)가 된다. 그러나 이는 문장 구성상 틀린 어법이며, 시니마(是你麽)가 되어야 한다. ‘십 리도’의 원형에 해당하는 표현은 ‘시니마’인 것이다.

그런데 아리랑은 평범한 문장이 아니라 특수한 문장이기 때문에 ‘시니마’에는 내부적으로 특정한 규칙이 존재하고 있으며, 하나의 문장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

 

[한문 대화체] 스니마[是你麽?]

[국문 대화체] 시니마[시님아!]

[독백체 노래] 시니- 마(麽)

[상징적 의미] 시니- 마(麽)

[변형된 형태] 십리도 모(麽)

 

‘시니마’는 중세한어로 발음하면 스니마(是你麽)가 되며, “너냐?” 또는 “정말 당신이란 말입니까?”라는 한문 대화체의 뜻이 된다. 발음상으로는 ‘스니마’가 되어 우리말로 스님을 부르는 “스님아!”라는 뜻이 된다.

또한 스(是)를 우리말로 발음하면 시(是)가 되므로 스니마는 시니마로 바뀌어, 국문 대화체에서 속어 형태로 스님을 부르는 “시님아!”라는 뜻이 된다.

나아가 ‘시니마’에서 ‘마’를 오른쪽으로 한 자리 이동시켜 ‘시니- 마’라는 형태가 되면 ‘시니’와 ‘마’는 기존과는 다른 뜻을 갖게 된다. 즉 ‘시니-’라는 표현 속에는 ‘시님’이라는 의미가 없어지게 되므로 대화체가 아닌 독백체 노래로서의 아리랑으로 바뀌게 되고, 노랫말 속의 일부 어휘를 다른 뜻으로 바꾸면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한어에서 마(麽)는 ‘모’라는 발음도 있으므로 모(麽)로 읽고, ‘시니-’를 ‘십리도’로 바꾸게 되면, ‘시니-’ ‘모’는 ‘십리도’ ‘모’라는 형태가 되어 ‘십리도 못’이라는 형태의 발음이 되면서 또 다른 의미를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한문 형태’의 문장 구조를 사용하게 되면 하나의 문장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는 중의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아리랑은 내부적인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암호문 형식의 특수한 문장인 것이다.

이와 같이 아리랑에 나타나는 문제 분석을 통해 중세언어로서의 원형의 모습을 추출할 수 있으므로, 내부에 존재하는 암호해독 규칙을 알게 되면, 원형에 근접한 형태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일부 어휘는 전래되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났을 수 있고, 또 일부의 어휘는 중세국어에 남아있지 않아서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원형에 남아있는 한어 발음을 활용하게 되면, 뜻을 잃어버린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암호화된 아리랑 원형 속에는 노랫말 본래 의미와 암호화된 의미가 원래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개개의 문장에 대하여 중세언어로 변환하는 방법을 고찰하게 된다.

 

(이어서 계속)

 

조용호(趙容晧)박사는..

조용호(趙容晧)박사

 

문학박사(文學博士).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아리랑 원형연구』 및 『아리랑의 비밀화(話)원』, 『아리랑 영웅(英雄)』, 『아리랑 연구사(硏究史)』, 『아리랑 원형학』, 『아리랑 연구사』, 『아리랑 연구총서 1』, 『아리랑 연구총서 2』 등 저자(著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집필진. 숭실대학교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아리랑 연구기획위원장. 민요학회 임원. 모바일 반도체그룹 본사부사장. 한국지사장. 시인.

(블로그) '아리랑의 비밀話원, 그 오랜 세월을 당신을 기다리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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