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궤펜이(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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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궤펜이(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2.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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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92.1m 비고: 167m 둘레: 2,633m 면적: 529.149㎡ 형태: 원형

 

궤펜이(큰)

 

별칭: 궤펭이. 고편악(孤片岳)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137-1번지

표고: 792.1m 비고: 167m 둘레: 2,633m 면적: 529.149㎡ 형태: 원형 난이도: ☆☆☆

 

 


셋이 하나로 어우러져 우애와 배려로 자연 미를 더하는 산 체....

 


오름 명칭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이해를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이곳 근처에 궤가 있음에 연유하여 붙었으며 궤펜이 외에 궤펭이로도 부른다.

궤펜이의 ‘궤’는 동굴을 뜻하며 ‘펜’은 패인(파인, 들어간, 뚫린)을 일컫는 표현으로서 큰궤펜이의 북동사면 기슭 쪽에 자연 동굴이 있어 이 궤와 관련하여 오름의 명칭으로 정해졌다.

제주에서 일반적으로 궤라 함은 바위그늘이라고도 하며 자연적으로 절벽이나 기암 층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에 연유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동굴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단순하게 바위가 움푹 들어간 정도로 보기에도 모호하다. 이러한 환경은 석회암 지대의 층리면이나 절벽이 갈라진 틈에 지하수가 침투하며 용해되면서 형성이 되었거나, 용암이 흘렀던 끝부분의 함몰에 의하여 좁은 동굴처럼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즉, 자연적으로 암벽이 붕괴하여 형성된 것과 파식에 의하여 생겨난 것으로 분류가 된다. 궤의 형태를 띤 모습은 숨은 동굴 외에 풍화작용에 의하여 함몰된 바위나 암석 덩어리들이 뭉쳐져 있는 현장도 찾아볼 수가 있다.

동굴형이나 이른바 엉덕이라고도 부르는 바위 공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제주의 각처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해안가를 비롯하여 마을이나 농가는 물론이고 한라산 기슭이나 중산 간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가 있다.

어쨌거나 이곳의 궤는 주변에 나란히 이어지는 산 체의 명칭을 정하는데 한몫을 했으니 오래전에도 특별한 곳으로 간주가 된 것으로 추측이 된다.

 

한자로는 고편악(孤片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실제의 뜻과는 달리 대역으로 했음을 알 수가 있다. 오래전의 지명은 세 오름을 묶어서 아우러졌다는 의미로 병악(竝岳)이라고 표기를 했다고 한다.

나란히 이어지는 세 산 체가 외로울 리(孤) 만무한데도 사용을 한 것을 짐작하면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여간 고민스러웠던 것 같다.

삼총사가 영원히 똘똘 뭉쳐서 반드시 함께하는 탐방을 부추기는데 무슨 외로움이나 조각난 형세를 운운하겠는가.

이들 삼형제는 조천읍과 남원읍의 경계를 사이로 하고 동서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으며 주봉인 큰궤펜이가 가장 동쪽에 있고 가운데에 샛궤펜이, 서쪽은 섯(서)궤펜이가 위치하여 따로 구분하고 있으나 보통은 함께 궤펜이라고 한다.

산 체가 이어지거나 주변 가까운 곳에 짝을 이룬 오름이 있을 경우 정해진 명칭은 대부분 일관성이 있게 지어져 있다. 큰. 족은(작은)이나 방향(동. 서) 또는 안팎(내. 외) 등으로 구분을 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세 개의 산체가 이어지면서 기슭이 맞닿은 궤펜이 삼형제는 특별함이 따른다. 차례나 크기 등을 감안한 표현보다는 방향(위치)을 참고하여 정해졌다.

삼형제일 경우 ‘큰’, ‘셋’, ‘족은’으로 표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궤펜이는 위치와 방향을 고려하여 명칭이 정해진 경우이다.

즉, 큰궤펜이(大와) 중간의 샛궤펜이(中 )외에 서쪽에 자리한 산 체를 섯궤펜이(西)로 하여 명칭이 붙은 것이다.

마치 일란성 삼둥이라도 되는 양 하나같이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 데다 몸 체나 규모 등 외에는 별다른 점이 없어서 형제지간으로서의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

궤펜이가 빛나는 것은 아마도 서로의 질서와 배려가 있고 한결같이 뭉쳐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나 잘나고 너 못났다고 으르렁 대기보다는 네가 있어 나 또한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오르미로서도 행여 한두 곳만 오르고 나머지를 포기했다가는 제외된 오름의 질투와 시기로 심하게 원망을 듣게 될 것이다.

큰 궤펜이의 경우 주봉인 만큼 두 형제와 비교를 할 때 비고(高)와 규모가 월등히 앞서고 있어 마치 두 오름을 거느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원형의 굼부리는 남서쪽이 다소 완만한 편이지만 북동쪽은 등성이 가파른 때문에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애써 완만한 기슭 안쪽을 따라 굼부리로 들어간다 한들 이렇다 할 특징은 없으며 둘레를 빙 둘러 돌아보면서 바라보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진입 과정에서 보통은 섯궤펜이(西)를 초입으로 하는 때문에 큰궤펜이를 만나는 순서는 나중에 이뤄지게 된다.

섯, 샛궤펜이에 마땅한 휴식장소가 없는 만큼 큰궤펜이 정상부의 쉼터는 오르미들에게 휴식의 공간과 간식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정상 옆으로는 휴식을 겸할 수 있는 평평한 공간이 있으며 이 근처에서 북쪽을 중심으로 하는 전망을 즐길 수가 있다.

과거에 비하여 정상부의 잡목들이 많이 자란 때문에 북사면 쪽으로 좀 이동을 해야 바깥 풍경이 보인다. 가까이 위치한 물찻오름을 시작으로 오름 군락들이 펼쳐지며 해안까지 경관이 열린다.

날씨가 좌우하겠지만 멀리로는 일출봉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오며, 시야가 트이는 지점의 자연 경관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궤펜이의 북서쪽에는 넙거리오름이 있다. 거리상으로 멀지 않지만 세 형제의 가족에 포함을 하기에는 한계가 따랐던 모양이다.

오름들 사이로는 표고버섯 재배장이 있기는 하나 도로변에서 떨어진 곳이면서 잡목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초입부터 자연 미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표고버섯 재배장과 관련하여 때로는 통제를 하는 경우가 있어 불편함도 따르나 오름미의 입장에서 실례를 범하지 않는 진행을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오름과 관련한 탐방은 아무래도 명칭의 유래가 그러하듯 다홍치마를 걸치는 과정이 따라야 한다. 큰궤펜이와 넙거리오름을 사이로 북동사면 방향으로 이어지는 곳에 그 주인공인 궤펜이 궤가 있는 때문이다.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선님들의 gps 좌표를 얻어내 진행을 한다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이러한 궤펜이에게도 단점은 있다.7부 능선을 넘어선 위치이지만 조망권에 관해서는 삼형제가 하나같이 깍쟁이이면서 인색한 편이다.

주봉인 큰궤펜이를 제외하고는 숲이 울창한 때문에 일부 트인 공간 외에 나뭇가지 사이를 통한 전망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

그나마 산중 깊은 곳에 위치했고 찾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연 미가 넘쳐나며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궤펜이 탐방기

-궤펜이 궤와 폭포, 무명의 산 체, 계곡 등을 만나는 여정이라서 다른 곳을 초입으로 하고 궤를 찾은 다음 진행을 이어갔다.

오름 삼형제만 만날 경우는 5,16도로변 버섯 재배단지 입구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좀 더 아래로 내려가서 다른 지점을 초입으로 선택한 것이다.

궤를 찾아 낸 후 폭포의 상단 암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큰궤펜이 능선을 향해 이동을 했다. 멀지 않은 곳에 산 체가 보이면서 거리를 짐작하게 하였지만 비고(高)가 말해주듯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오름만을 두고 논한다면 두 차례나 오른 적이 있지만 이미 전반부에 궤와 산 체 등을 찾으면서 시간이 좀 지난 상태이다.

오르다 힘이 부쳐 돌아선 채로 바라보니 넙거리오름이 보였다. 큰궤펜이에 비하여 산 체는 낮고 작지만 눈높이를 함께 하면서 우쭐거렸다.

좀 더 오른 후 내려다보면서 깔볼 것이고, 삼형제를 만나 후 여차하면 마무리 과정에서 점령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염두에 두고서 더 이상 무시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랬듯이 힘들게 올라오는 대원들의 모습을 살피니 더러 미안하기도 했다. 정상의 쉼터 자리 옆으로는 유일한 전망대가 있다.

 북쪽을 중심으로 좌우 방향이 열리면서 어느 정도 풍경 놀이를 할 수가 있다. 대세는 물찻오름이며 이어서 말찻오름과 일대까지 보이지만 더 이상은 사정권을 벗어났다.

뒤꿈치까지 들어 해안과 마을을 향했지만 아침의 비 날씨에 이어 낮에는 구름층이 방해를 했다.세 개의 산 체들은 다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 원형의 오름들이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는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볼 필요도 있다. 다만 식생이나 산 체의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때문에 시각적인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는 없다.

높고 긴 경사를 따라 내려갔다. 궤를 제외하고 세 오름 탐방만을 진행한다면 거꾸로 올라올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큰놈을 만나는 길은 다른 두 놈에 비하여 여의치가 않다. 둘레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직선형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를 따라 오르게 되는 때문이다.

더욱이 바닥은 굵고 작은 스코리어가 차지하고 있어서 자칫 미끄러지는 경우도 허다하게 이뤄진다. 내리막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샛놈을 향하여 조심스럽게 천천히 이동을 했다.

새삼 제주도를 빛내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해봤다.

이 섬.....

이 섬에 오름들이 없다고 생각을 해보자.밋밋한 대지에 어쩌다 빌딩 숲들이 높고 낮음을 나타낼 테고, 콘크리트와 자동차가 주인공이 되는 서투른 그림들이 펼쳐질 게 아니겠는가.

메마르고 건조하고 더러 빡빡한 도심이 된 채 문명의 이기만이 흔들거리게 될 것이다. 하물며 자연의 중심이 되어 숲을 지탱하게 하고 볼품과 동선의 주인이 되는 모습은 오죽 고마워해야 할 일이겠는가.

그러한 오름의 존재이기에 우리는 심신을 추스르는 장으로 활용을 하며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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