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대병악(大竝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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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대병악(大竝岳)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1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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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91.9m 비고: 132m 둘레: 2,313m 면적: 301,657㎡ 형태: 말굽형

 

대병악(大竝岳)

별칭: 골른오름. 여진머리.. 큰오름. 병악(竝岳).

위치: 안덕면 상창리 산 2-1번지

표고: 491.9m 비고: 132m 둘레: 2,313m 면적: 301,657㎡ 형태: 말굽형 난이도:☆☆☆

 

 

 

여인의 머리는 풀어졌으나 두 가슴이 남아 있으면서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산 체...

 

오름 정상의 봉우리 한쪽이 뭉툭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여자의 얹은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여진머리로 통하는 화산체이다. 나란히 이어지는 옆 산 체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골른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골른’은 골로기나 골래기 등과 같은 맥락이며 제주 방언으로 쌍둥이를 뜻한다.

또한 나란히 이어진 두 오름의 규모와 관련하여 작은오름과 큰오름으로 분류하여 부르기도한다. 한자로는 병산이나 병악(竝山. 岳)으로 표기를 하는데 크기에 따라 대. 소병악이라 하고 있다.

보는 위치가 일정한 방향이겠지만 오름 꼭대기의 모습이 여인이 머리를 얹은 것처럼 상상할 수는 있지만 오래전 모습과 달리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 체 가까이에서는 그려보기 힘들다. 이와 달리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두 산 체가 봉긋하게 솟은 모습에서 여자의 가슴과 비슷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서 여자 형 산 체로 여길 만도 하다.

남동사면은 경사가 심하게 이뤄졌으며 잡목들이 무성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북쪽으로 벌어진 굼부리는 다소 깊게 패어 있으며 자연림으로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옆의 족은오름 굼부리는 서쪽으로 벌어졌는데 두 오름 사이에는 낮고 작은 또 하나의 알오름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들 셋은 묘하게도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남동쪽 기슭 아래는 드넓은 목장으로 이뤄졌으며 남서쪽은 일부 농지와 더불어 곶자왈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빈네오름이라 부르는 산 체가 있다. 빈네는 제주 방언으로 비녀를 뜻하기 때문에 여인네들이 머리에 꼽는 빈네의 형상을 두고 명칭이 붙었다. 행여나 빈네오름이 여진머리 옆에 있다면 둘은 또 하나가 되어 어우러질 법하다.

그러나 이 둘을 갈라놓은 자연의 마법은 이들에게 그리움과 외면이라는 숙제만 남겨놓았다.여진머리(오름)처럼 빈네의 북동쪽 사면 아래로는 과거 목장으로 이용이 되었으며 일대의 기슭이 드넓은 벌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대를 포함하는 골프장이 빈네의 허리 아래를 잘라내어 변화를 이뤄냈다. 사실상 빈네로서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어 골프장에게 내어준 셈이며 문명의 이기에 짓눌린 셈이다.

결국 지금의 빈네는 자신을 필요로 하며 머리에 꽂아줄 여인네를 그리워하면서 애달프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 주인을 꼽는다면 당연하게 여진머리가 되지 않겠는가.

 

 

-대병악 탐방기-

 

두 산 체는 가까운 곳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바라봐야 명칭에 가깝게 느껴지며 보는 위치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두 산 체를 두고서 붙여진 명칭도 여러 가지인지라 예사롭지가 않게 여겨진다. 빈네(오름)와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골른오름은 족은오름(소병악)과 나란히 이어져 있으면서 그나마 고고한데 처하는 것을 막아준 셈이다. 더욱이 둘 사이를 두고 앞쪽에는 또 하나의 화산체가 있는데, 이른바 새끼오름이라고 부르는 낮은 산 체가 있어서 함께 가족형태를 이루고 있다. 크기나 규모 면에서 견주지 못 하겠지만 어엿한 독립형 화산체가 앙증맞게 솟아 있다.

따라서 병악은 듀엣이 아니고 트리오로 보는 것이 타당할 뿐더러 골른오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여기면 무리한 추측이 될까 말이 필요 없이 대병악을 찾을 경우는 두 산 체를 비롯하여 아이를 포함하는 세 곳을 함께 만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어느 지점을 초입으로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슬기롭게 두 오름을 정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나 할까. 도로변 우측 목장 입구에 초입 안내판이 있으며 차량 몇 대 정도는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목장 지대로 이뤄진 곳을 지나면서 소병악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이 일대는 봄철 고사리밭으로도 유명하다.

계절에 맞춰 찾는다면 인근에 탈(산딸기)이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산두룹과 산초나무 등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이며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목장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예전만큼은 못 하다. 봉긋하게 솟은 오름인 만큼 거리보다는 경사도가 있는 곳을 오르고 내리는 일을 두 번 반복해야 하는 만큼 사전에 참고를 하는 것이 좋다.

목장으로 이용이 되는 만큼 드넓은 초지를 이루고 있어서 진입시 혼동이 될 수도 있으나 근년에 들어 산책로 입구까지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하여 대나무에 리본을 매달아 놓은 게 눈에 띄었다. 누군가의 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자연의 일부만 훼손되게 하므로 큰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목장을 따라 들어가면 산 체 가까이에 도착이 되며 진입 표식이 있고 소나무가 숲을 이룬 아래로 목재 데크가 있어 도움이 되었다. 소병악을 오르내린 후 대병악 입구에서 지나온 소병악을 바라봤다. 철탑을 애써 피했지만 전선줄마저 비키지는 못 했으며 퇴색의 계절에 만났지만 결코 초라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쌍둥이로서의 당당함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양 방향 중 동쪽 루트를 선택하여 진입을 했는데 어느 방향이든 경사를 만나야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밧줄이 있고 목재 계단이 길을 안내하였고 일부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다. 그 흙길은 떨어진 낙엽들이 차지하여 지루함을 덜어주려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아직 정상에 도착하려면 경사를 더 올라야 하는데 트인 공간으로 전망을 했는데 거친 숨소리를 달래며 느린 진행을 할 핑곗거리로 안성맞춤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에서는 막무가내의 쉼표라기보다는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오름들이라 이름을 부르는 과정을 보태었다.

영아리오름과 하니복이 그리고 마보기오름 능선도 보였고, 어지간하면 한라산도 모습을 드러내주면서 응원을 보낼 법도 하건만 끝내 어머님의 품속은 노출을 거부했다. 정상에 못 미쳐서는 소병악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체면이나 격식 따위는 따지지 않고 전부를 보여줬다. 트윈스인 탓에 형제 중 큰 놈에 오르던지 족은 놈에 오르던지 둘은 질투하지도 않으며 시기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촐왓(억새군락)이 있는 부분과 소나무들이 차지한 기슭의 보였고 구름층과 미세먼지가 가리려고 애를 썼지만 결코 내 눈을 방해하지는 못 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은 산 체 아래의 서쪽을 진입로로 선택을 할 경우 도착하는 지점이다.

어느 쪽을 택할지라도 리턴 시 다른 방향을 이용하면 백(back)코스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가 있다. 대병악에서의 백미는 솟아오른 산방산을 시작으로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하여 송악산과 형제섬 등을 한눈에 바라보는 일인데 날씨가 여의치 않았다. 그러면서 전망을 대신하라는 건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꼭대기가 아니라 할까 봐 확인을 시키려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는데 지나는 2월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제법 강하게 불어대며 눈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마지막 가는 겨울이 강하게 불어댔던 것이다. 초행길도 아니지만 결국 더 좋은 날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고 하산을 준비하는데 곁에 있는 소병악이 애써 위로하듯 자신이라도 실컷 바라보라고 주문하길래 기꺼이 그 부름에 응해줬다.

어지간한 날씨라면 풍경 놀이를 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이미 예정한 때문에 올랐지만 다홍치마를 입기 위해서는 날씨도 고려를 해야 하며, 이처럼 서투른 탐방보다는 하나를 더 찾는데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오름이다. 계단을 잘 만들어 등 하산에 도움을 주는가 했더니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았다.

목장인 줄도 알고 사유지를 포함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보다는 다소 번거롭고 약간의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구불턱이라도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산 체를 빠져나오고 돌아보니 낮고 작지만 봉긋하게 솟은 새끼오름이 눈을 빼앗았다. 공교롭게도 두 골른오름을 사이에 두고 어엿하게 자리를 잡은 모습에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여기기에 너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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