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도라미(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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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도라미(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3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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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17.8m 비고: 63m 둘레: 3,635m 면적: 498,972㎡ 형태: 복합형

 

도라미(오름)

별칭: 달암. 월암(月岩). 월라산(月羅山)

위치: 서귀포시 신효동 산 1번지

표고: 117.8m 비고: 63m 둘레: 3,635m 면적: 498,972㎡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드넓은 기슭과 등성의 일부는 변화로 인하여 사라졌지만 심지가 남아 있는 산 체...

 

도라미라 함은 제주 방언으로 박쥐를 일컫는 말이다. 이 오름의 모양새가 날개를 펼친 박쥐의 형상이라는 내용과 박쥐가 살았던 곳이라 하여 명칭이 붙었다. 다른 맥락으로는 ‘달미’에서 연유하였다고 전해지는데 달은 ‘높은’을 뜻하고 미는 뫼(山)를 나타내면서 높은 산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산세의 남쪽에 커다란 바윗돌이 있는데 이 모습이 동쪽으로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는 형상이라 하여 달암(월암. 月岩)이라 했고, 다른 표현으로는 달이 비치는 벌판으로 비유하여 월라산(月羅山)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주 도로변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보면 험악하게 생긴 바윗돌이 솟아나 있는데 이 세 개의 봉우리가 마치 산(山)을 형상하게 만들고 있어 신비감을 안겨준다. 이 바위는 급한 경사를 이루며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 침식 작용에 의하여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학술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면적이 말해주듯 드넓게 펼쳐지는 산 체이지만 일부 산림지대를 제외하고는 밀감 밭으로 조성이 된지 오래되었으며 기슭과 등성을 포함하는 일대에는 서귀포시가 감귤박물관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함께 주변을 산책할 수 있도록 정비를 하였는데 서귀포 일대의 화산체들이 그러하듯 옛 모습이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지금으로서는 서귀포 감귤박물관 주차장을 찾아가는 자체가 도라미를 만나게 되는 셈인데 박물관 개장에 즈음하여 오름 일대의 재정비가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상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는 없다. 산책로와 더불어 운동 시설이나 정원수 등을 만나는 진행이 이뤄지므로 마치 근린공원을 떠오르게 하는 느낌도 든다.

자연과 산업이 어우러지고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현장이 된 지금으로서는 변화와 발전을 감싸 안은 특별한 오름인 셈이다.

 

 
   

 

-도라미 탐방기-

 

지금의 도라미는 오름 탐방이라는 느낌 보다는 산책형이나 가벼운 운동 모드로 찾는다는 생각이 올바른 표현일 것 같다. 감귤박물관의 내부는 화구가 있던 자리와 기슭의 일부이다. 따라서 주차장 역시 오름의 한 중심에 도착함을 의미한다. 마을 길을 통하여 진입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감귤박물관 주차장의 신세를 지는 편이 훨씬 좋다.

무료인 데다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도라미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지만 박물관에 도착한 이상 매표소 일대의 조형물들이나 풍경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워밍업을 할 구간이 없이 바로 경사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흔적 담기나 바라보기를 하면서 천천히 몸을 푸는 과정도 필요하다.

진입로의 목재 계단은 도라미를 모체로 감귤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새로 구성이 된 산책로이다. 거의 직선형으로 길고 높게 이어지는 데크가 만만치 않다. 오름의 둘레를 따라서 이어지는 탐방로라면 분위기나 체력 소모도 덜 하겠지만 도라미의 치부까지 변화를 주는 것은 자제한 때문으로 여겨졌다.

시간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사가 이어지는 직선형의 계단은 더러 체력을 필요로 한다. 데크 옆으로는 다른 진입로도 보였는데 밧줄로 경계 구분을 하고 있었는데 이 탐방로는 사실상 감귤박물관이 생기기 이전에 이용이 되었던 곳이다. 60m 남짓한 비고(高)이지만 능선을 따라 자생하는 잡목들의 종류가 높이에 따라 다양하게 보였다.

정상부에 도착하는 시간이 그리 오래지는 않았는데 수직형으로 이어진 때문에 거리는 비교적 가까운 셈이다. 도라미의 어깨를 지나는 동안에 만나는 산책로의 옆으로는 하절기를 맞은 초록 물결들이 데크 안으로까지 뻗어 시샘의 손짓을 했다. 정자 뒤편은 오름의 정상부이지만 별도의 산책로는 없었는데 이 역시 더 이상의 변화를 자제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데크를 지나는 동안에 두 곳의 정자를 만나는데 쉼터와 휴식의 공간으로 딱히 어울린다. 주변을 에워싼 소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잡목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분위기 또한 최고이다. 그나마 재선충병의 공격이 없어 보이고 해를 끼치는 송충이를 비롯한 일반적인 곤충 등도 다행히 없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풀 모기들의 활동 시간에는 더러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질지 모르나 비교적 환경 조건이 좋은 편이었다.

데크 산책로를 따라 전진 코스로 내려오면 감귤박물관의 부대시설을 따라서 이동을 하게 된다. 사실상 오름 능선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곳곳에 간이 운동 기구들이 마련되어 있고 정원수들이 주변을 차지하여 덧셈의 볼품을 느끼게 했다. 도라미로서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어 변화에 일익을 꽤 하였지만 단장과 운치가 더 해졌기에 서글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제주도와 서귀포의 상징인 밀감을 모태로 하여 구성이 된 뮤지엄인데 하물며 처음부터 마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생을 조건으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서로는 어울림의 빛으로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었다. 딱히 전망대나 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남쪽으로 열린 공간이 있는 쉼터가 있다. 도라미의 가족으로서 함께 했던 원래의 나무들 외에 야자수를 비롯한 별도의 나무들도 식재되어 자리를 잡았다.

가시거리가 별로이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나는 서귀포 해안의 풍경이 그려졌는데 섶(숲)섬 뒤로 수평선과 파란 하늘마저 보인다면 환상적이겠지만 월라신의 허용은 아쉽게도 전부를 내어주지는 않았다. 서귀포 칠십리 해안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움은 역시 날씨가 좌우하겠지만 해발과 비고(高)를 따라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그림들은 하나의 환상으로 끝났고 마파람에 실려 오는 시원한 바람이 아쉬움을 달래줬다.

도라미는 과거와 달리 화산체의 침식에 의해 다소 그 형태가 달라졌다. 자연적으로 이뤄진 부분 말고도 인위적인 변화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 형태를 뚜렷이 그려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복합형 화산체인 만큼 화구 역시 몇 갈래의 웅덩이처럼 보이는 곳은 있으나 여기저기에 시설물들이 들어서 있다.

월라봉의 외형을 보기 위하여 마을 길을 찾았는데 이 오름의 포인트는 역시 남쪽 기슭의 커다란 바위체이며 월라봉의 백미 역시 외부에서 바라보는 형세이다. 기암이 솟아난 오름으로서 세 개의 봉우리가 뫼(山)를 형성하여 모양새 자체가 특별하게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도라미(박쥐)가 날개를 펼친 형상을 거론한다면 이곳을 머리로 정하여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고, 월라(月羅)역시 이곳에 비친 달의 모습을 비유하여 명칭이 붙여졌을 것이다. 월라봉 산책로를 지나 바깥 마을길을 포함하는 진행을 하다가 만나는 월라사를 만났는데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정원이 잘 꾸며진 모습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사찰 중 하나이지만 이곳 역시 감귤박물관이 들어서면서 구획정리를 겪은 끝에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딱히 탐방 코스나 순서를 정할 수는 없지만 마무리 부분에서 만난 특별한 바위에는 좁은 틈을 의지하여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담쟁이넝쿨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신비로움 마저 느끼게 했다.

도라미로서도 문명의 이기라고 나무라기보다는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존재하는 곳이 서귀포이고 제주도를 상징하는 밀감의 산지이기에 환영은 안 했어도 기꺼이 포용을 했었을 것이고, 박물관 자체가 서귀포시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못마땅하게 여길 필요는 없었지 않겠는가.

다른 한편으로는 감귤박물관이 있어 도라미가 더 빛나고 도라미가 있어 박물관도 변화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내부를 도려내어 선뜻 내어준 화구 주변과 등성의 일부 등은 행여 거대한 도라미가 알을 품었던 곳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도라미로서는 정상부와 등성을 비롯한 외형만이라도 굳건하게 지키려 하고 있을 것이다. 묵묵히 감귤박물관을 수호하면서 더 이상의 망치와 톱질을 거부하며 지금 이대로의 변화로 만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름에 어우러져 숲을 이룬 잡목들과 수풀들도 도라미를 수호하며 볼품 있는 형세를 보여주기 위하여 애를 쓰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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