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도래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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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도래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0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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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읍 수망리..표고: 약 454m

 

도래오름

별칭: 도래악

위치: 남원읍 수망리

 표고: 약 454m 난이도: ☆☆☆

 

 

문명의 이기를 거부한 채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하는 산 체...

 

지난 1998년에 발표한 제주의 오름 개수에 포함이 안 된 화산체이다. 인근 마을인 수망리 주민들을 비롯하여 일부 오르미들 사이에만 알려져 있어 다소 생소할 법도 하다. 바로 옆에 물영아리(오름)가 있으며 이곳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그 옆에 있는 도래오름은 실체조차 모를 수밖에 없다.

물영아리를 중심으로 하여 둘레길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물보라길이라 하며 진행 중에 화산체를 볼 수 있으나 자칫 지나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자료나 문헌을 찾아도 이렇다 할 내용이 없으며 아직까지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수망리 어르신 등 현지의 일부 주민들을 통하여 일찍부터 오름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물영아리가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는 등 오름으로서의 특징과 가치가 잘 나타나는 반면 옆의 도래는 아무래도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 더욱이 물영아리의 외부 쪽으로 연계하는 자연탐방로인 물보라길의 개장이 근년에야 구성이 된 때문에 알려질 기회도 적었을 거다.

분화구에 물이 고인 것과 관련해서 물영아리 오름 외에 수영악(水盈岳. 水靈岳)이라고도 부르는 산 체는 이해가 되지만, 도래오름은 여러 정황을 참고해도 명칭과 관련한 뜻이나 유래 등을 이해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산 체의 규모나 특징이 비교적 잘 나타나는 데도 불구하고 빠진 점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재조사 당시 항공 관측이나 기타 방법에 있어서 오름으로 판단을 하거나 화산체를 찾아내는 과정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걸쭉한 물영아리의 존재가 그러했고 주변 역시 이어진 산 체이거나 화산쇄설물로 인한 등성 정도로 파악을 했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외부에서 보는 모습에서 숲이 우거진 때문에 독립형 화산체로 구분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몇 차례 주변을 지나면서 궁금하게 여겼었고 관심을 가졌다가 직접 탐방을 하면서 비로소 어엿한 오름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도래오름은 어떤 맥락을 연유하여 명칭이 붙었을까. 다래의 표현에서 아래'아' 발음식으로 표기를 했다면 도래가 맞겠지만 이의 근원을 파악하는 과정은 쉽지가 않다.

 

이른바 제주식 표현을 통하여 다래를 도래로 하였다면 다소 이해가 되지만 현장 주변 상황을 감안하면 어울리지가 않는다. 다래오름과 관련해서 제주에는 동명의 오름이 세 곳에 있다. 월라봉으로도 알려진 안덕면 감산리의 다래오름과 애월읍 어음리의 다래오름이며 중문에 속한 다래오름도 있다.

그러나 이 오름들은 다래낭(나무)이나 열매 또는 돌(달/月)을 뜻하는 유래를 근거로 한 만큼 이곳과는 다른 맥락으로 구분이 된다. 다른 뜻으로는 고구려어 중 다래(달. 달이)가 상징하는 '높다'  '고귀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산 정도로  취급을 하지만 이 역시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내용이 전해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도래의 유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장과 주변을 살핀 결과를 토대로 한다면 아마도 이 도래의 어원은 걸쭉한 수영악과 더불어 일대의 마방목지를 연관해볼 수도 있다.

주변에 잣성이 남아 있으며 초지로 이어지는 넓은 터와 자연환경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즉, 목장으로 가는 어귀나 이어지는 길(道) 아니면 수영악을 감싸면서 옆을 지키고 있는 형세를 참고한 표현이라 추측할 수도 있다. 또한 도래(途來)의 의미에서 마을이나 목장 또는 일정한 곳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 점을 그려볼 수도 있다.

아니면 도래(道來)의 표기로 추측을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일정한 어귀나 터 등으로 이어진 상황에 맞춰보면 될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짐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때문에 숨은 산 체의 비밀만큼이나 명칭과 관련한 내용도 궁금할 따름이다. 높이는 약 454m로 나타났으며 정확한 비고(高)는 알 수 없으나 128m의 수영악에 비하여 조금 낮겠지만 이와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도래오름 탐방기-

 

일전에도 물영아리나 물보라길과 관련하여 이 주변을 지나면서 봤던 만큼 이번에도 물영아리 초입지를 이용하였다. 잔설이 남은 초지 옆을 지나는 동안 내내 물영아리와 눈을 마주쳤지만 이날은 아예 점령의 계획을 안 했고 도래오름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오름 탐방로 진입로에서 물영아리 방향으로 가지 말고 물보라길 중 자연 하천길을 따라 이동을 하면 되고, 숲 안에 도착하기 바로 전 좌측으로 길이 있는데 이곳을 통하면 소몰이길로 바로 연계할 수가 있다. 계곡을 따라 안으로 진입을 하는 동안 위로 뻗은 화산체를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이 바로 도래오름 기슭에서 이어지는 경사면이다.

방향이나 위치 등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물영아리 산 체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나중에 파악이 된다. 물보라길 중 자연 하천길 계곡을 빠져나온 후 보이는 도래오름의 남사면과 등성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으며 경사가 심하게 이어져 있어 이 방향의 진입은 어렵기 때문에, 계곡길이 끝난 후 소로가 나오고 이후 소몰이길로 이어지는 지점을 좀 더 따라가다가 오르는 게 무난하여 선택을 했다.

소몰이길은 물보라길로 이어지는 농로와 목장길을 포함하는 시멘트 도로이다.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마을 주민들 외에는 잘 다니지 않았으며 봄날에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하여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물보라길 개장 이후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로를 조금 지나면 우측으로 화산체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도래오름이며 외부의 모양새만 보더라도 독립형 화산체임이 짐작이 갔다. 정해진 탐방로는 둘째하고 평평한 초지가 없어서 진입은 어려운 편이고 촐왓과 덤불들이 차지를 한 때문에 헤쳐 나가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았다.

거리상으로는 이 지점이 가깝지만 좀 더 이동을 하면 비자나무들이 식재되어 숲을 이룬 곳이 나오는 데 이 근처에서 마땅한 곳을 초입으로 하였다. 올해만 해도 하절기에 물보라길을 포함하는 탐방을 하려 했지만 워낙 숲이 우거진 데다 수풀들이 길게 자라서 엄두를 못 냈다. 더욱이 촐왓과 숲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꼬물이의 방해도 염려가 되었고 길의 흔적조차 없는 곳을 혼자 찾아 오르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고 작심을 했기에 슬기와 지혜를 모아 진입을 한 것이다. 산 체의 허리쯤에 도착을 하고 뒤를 돌아보니 목장과 오름 군락들이 보였는데 그나마 겨우내 기간이라 잎을 떠나보낸 가지 사이로 시야가 트여 풍경이 조금 열린 것이다.

하절기에 찾았다면 이마저 기대를 할 수 없을 만큼 숲이 울창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어깨 능선에 도착을 할 즈음부터는 식생의 생태가 다르고 좀 더 전진이 쉬운 편이었다. 동백나무가 주인공이 되고 다른 잡목들이 있지만 기슭과는 다소 다른 환경으로 이뤄졌다. 초행길인 데다 기대와 긴장이 어우러지면서 걸음은 자꾸만 빨라졌고 이에 숨소리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깨선을 짚고 정상부의 상황을 살피니 화산체의 궁금함이 한 번에 풀렸는데 아래쪽이나 다소 먼 곳에서 살폈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곧게 뻗어나간 어깨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성은 가파르면서도 길게 이어졌다. 수림들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닐 만큼 공간이 열려있으며 별다른 장애물은 없었고 정상부는 조금 더 진행을 하게 되지만 적당한 공간이 있어서 쉬었다.

아니 그보다는 앉은 채로 나무들 아래를 중심으로 산 체의 특성이나 주변을 좀 더 살피려 했던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한쪽에 눈이 좀 쌓여 있어서 눈사람을 만드는 여유를 부렸고 가막살 열매가 떨어져 있기에 얼른 주워서 머리에 치장을 해줬다. 만들고 바라보고 웃어보고......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도래오름과의 인연의 증거로 채택을 했다.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기슭은 대단히 가파르게 이어졌는데 주먹 크기보다 조금 더 큰 화산석을 슬며시 발로 건드렸더니 이내 급히 굴러 내려갔다. 이런 환경이지만 등성과 기슭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빽빽하게 자연림을 이루고 있었다.

남북(남서~북동)으로 길게 이어지고 북서 사면은 가파른 산 체임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정상부에는 화산석 외에 화산탄도 보였고 바닥의 일부는 스코리어(화산송이)를 비롯하여 화산재의 흔적도 충분히 살필 수가 있었다. 오름이다. 독립형 소화산체가 분명했다.

좀 더 거슬러 올랐지만 환경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며 겨울철이지만 사방이 숲으로 가려질 정도이니 얼마나 숲이 빽빽한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만큼 자연 미가 넘쳐나고 숲의 깊은 맛은 더 살아났다. 비고(高)점 가까이 도착을 하였지만 더 이상의 전진은 어려웠다.

숲과 바위체가 방해를 했고 특히나 덤불들까지 아우성을 치며 만류를 했다. 조금만 더 전진을 하면 물영아리의 남쪽(남서)과 그 주변의 외부를 볼 수 있을 위치인데 다소 아쉬움이 컸다. 하산은 방향을 다소 바꿔서 진행을 했다. 오를 때는 서남쪽 기슭을 선택했지만 내려올 때는 좀 더 경사가 심한 북서 사면을 이용한 것이다.

물영아리를 거쳐 도래오름의 한쪽으로는 계곡이 이뤄져 있었다. 비로소 도래오름 산 체의 규모나 특성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계곡과 숲을 빠져나온 후 다시 산 체를 바라보니 뒤쪽으로 물영아리가 있고 두 산 체는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가 있었다.

한편, 도래오름 아래에 커다란 ‘궤’가 있는데 이곳을 도래오름궤라고 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산 체의 명칭을 도래오름라고 한 것도 입증이 되는 셈이다. 이로써 아직껏 자료에 명시되지 않은 또 하나의 오름의 실체가 밝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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