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독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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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독자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0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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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59.3m 비고:79m 둘레:2,122m 면적:201,388㎡ 형태:말굽형

독자봉

별칭: 독자봉(獨子峰). 망오름. 사자봉(獅子峰). 독산(獨山)

위치: 성산읍 신산리 1,785번지

표고: 159.3m 비고:79m 둘레:2,122m 면적:201,388㎡ 형태:말굽형 난이도:☆☆☆

 

 

 

 

짝을 이룬 산 체가 마주하고 변화로 인하여 결코 고독하지 않은 오름...

 

외로워 보인다 하여 독자봉(獨子峰)이라고 했지만 어느 면에서 봐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 오름이 속한 마을인 신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랬다고는 하나 건너편에 통오름과 마주하고 있어서 결코 고독한 산 체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히나 사자봉(獅子峰)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화산체의 외형이나 다른 모습을 연상했다면 고독과는 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법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정상부에 봉수대가 있었는데 이런 오름들의 별칭이 망오름이라 했듯이 독자봉도 예외는 아니다.

독자봉은 북동쪽의 수산봉수와 서쪽의 남산봉수와 교신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민간설에 의하면 이 오름 주위 마을에는 유독 독자(獨子)들이 많다고 했는데 오름의 명칭을 따라서 그렇게 전해졌을 뿐이고 근거를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니다.

수산리(성산읍)와 성읍리(표선면)를 잇는 중산간도로와 신산리로 이어지는 사거리가 포장이 되어 개통을 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오래전에는 기슭 아래를 따라서 통오름과 마주한 채 함께 어우러져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통오름은 굼부리를 비롯하여 화산체로서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는데 반하여 독자봉은 더러 허접하고 뚜렷한 특징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상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자란 나무들로 인하여 전망이 가려지고 정상부 한쪽에는 봉수대 터가 남아 있어 그 흔적을 살펴볼 수가 있다. 남동쪽으로 벌어진 굼부리는 침식과 개간으로 인하여 농경지로 변한지 오래되었다. 기슭 아래는 도로와 농지로 변화가 이뤄졌지만 산 체의 전반적인 상황은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산책로가 있어 탐방의 맛이 풍기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입구에서 기슭으로 들어선 후 등성을 따라 둘러볼 수 있으며 근년에 제주올레(3코스)가 지나는 길목에 포함이 되면서 찾는 사람들도 제법 늘어난 상태이다. 이제 독자봉은 자신의 명칭을 떠나서 결코 외롭지 않게 지내고 있음에 개명이라도 해달라고 아우성을 칠 기세이다. 이동성과 접근성을 감안한다면 이웃하는 통오름도 함께 점령하는 것이 좋다. 산체가 큰 대형 오름은 아니지만 오름으로서 갖춰야 할 말굽형의 화구를 지닌 화산체이다.

마주하는 통오름이 화구 둘레를 돌아보는 탐방로가 없는 것에 비하여 독자봉은 능선 사면을 따라서 전진 코스로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초입지가 양쪽이라서 올레길을 걷는 경우가 아니라 할지라도 맞은편으로 말머리를 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양방향 주차하거나 도보로 비교적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홀로 떨어져 있다고 하여 붙여진 독산(獨山)이라는 표현은 주변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제주의 수백 개 오름들 중에 실제 고독한 오름이 한두 개인가. 앞에는 교차로가 만들어져서 차량들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으니 고독과 외로움의 시대는 막을 내린 셈이다.

 

-독자봉 탐방기-

 

통오름과 연계하는 진행을 하기 전에 어느 곳을 먼저 오를지 고민이 되었다. 비고(高)만을 생각한다면 통오름이 먼저이겠지만 오른 후 서로를 바라볼 경우 아무래도 독자봉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통오름을 보기 위해서는 독자봉을 올라야 하고 독자봉을 보기 위해서 역시 통오름을 올라야 한다.

이렇게 조화를 이룬 채 어우러져 있는데도 고독을 이야기 하고 외로운 산 체라고 한다는 것은 어쩐지 맞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차로 동쪽의 도로변 초입지와 더불어 맞은편의 농로를 겸하는 소로를 택할 수 있는데 초행일 경우는 아무래도 도로변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주차 등 편의시설도 무난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방향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양방향 제주올레 3코스가 지나는 곳이며 탐방로를 지나는 동안 길이 잘 되어 있어서 큰 혼동은 없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는 동안에 낮은 경사가 이어지지만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올레꾼의 입장에서 혼자 다니기에는 안전성이 확보된 곳은 아니다.

역시 올레길에 포함이 된 건너편의 통오름은 어느 정도 노출이 된 길이지만 독자봉의 경우 깊은 숲을 이룬 산 체인 만큼 안전은 스스로의 몫임을 숙지하여야 한다. 낭토막(너무 데크)으로 이어지는 경사를 따라 오르는 동안은 소나무와 삼나무 등이 질서 있게 응원을 보내왔고 간간이 올레 리본이 보이지만 특별히 혼동이 될 곳은 없다.

정상부 둘레길의 일부는 타이어 매트가 차지하고 있는데 떨어진 솔잎들이 바닥을 가려주는 곳도 있어 운치 있고 느낌이 좋았다. 솔밭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 동안은 솔바람 길을 지나는 기분으로 여기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동을 하다가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섰다.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자리를 표시했으며 봉수대 터의 주변에는 삼각점(국가기준점)이 있다. 맞은편 통오름이 야생화의 천국인 것을 감안한다면 독자봉은 숲길이 이어지는 만큼 숲 향을 기대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는데 어쩌다 이 시기를 즐기는 잔대의 모습이 보였다.

열린 공간으로 통오름이 보였다. 독자봉에 비하면 민둥산에 그칠 정도이지만 훤하게 펼쳐진 산 체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볼품이 살아있었다. 굼부리까지 드러나면서 문득 암수가 짝을 이룬 모습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외형이나 환경적 요인을 감안하면 당연히 독자봉이 숫오름이 될 테고 통오름은 이를 받아들이는 형세이다.

둘은 이렇게도 사무치도록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마주하고 있거늘 어찌 고독한 오름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오작교를 사이에 두고서 만나지 못하는 겨누와 직녀는 칠월 칠석 날 겨우 한 번 만난다지만 통오름과 독자봉은 교차를 사이에 두고서 허구한 날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둘은 각기 다른 성질과 분위기를 지녔지만 아마도 일대의 도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정겨움을 나누는 사이였을 것이며 신은 이들을 사귀도록 허락을 했으나 문명의 이기는 이들을 갈라놓은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북쪽 능선 정상에서는 비교적 전망이 좋은 편이며 동북부권 일대를 전망할 수 있는 위치이다.

성산일출봉을 비롯하여 물메오름과 말미오름 등 주변이 눈에 들어왔고 날씨 탓에 가시거리는 별로였지만 표선 권역의 해안 모습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기지국 옆을 지나면서 계속 전진을 한 후 다시 우측의 경사면을 오르다가 진입할 당시의 원점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굼부리와 가까운 지점이다.

그러나 독자봉은 아쉽게도 화구 안을 둘러보는 탐방로는 아직 없었는데 그렇다고 전투모드로 내려간다 한들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기에 옆을 지나는 것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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