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돌리미(수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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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돌리미(수산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1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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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85.1m 비고: 40m 둘레: 1,605m 면적: 82,601㎡ 형태: 원형

 

돌리미(수산리)

별칭: 돌미. 돌산(乭산). 돌이미봉(乭伊尾峰)

위치: 성산읍 수산리 4,535번지

표고: 185.1m 비고: 40m 둘레: 1,605m 면적: 82,601㎡ 형태: 원형 난이도: ☆☆

 

 

 

낮지만 곡선미와 각선미가 살아있고 굼부리가 매력적인 산 체...

 

민둥산처럼 낮고 길게 이어진 등성에 지금은 잡초와 천연 잔디 등이 자라면서 미끈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여기저기 솟아오른 돌들이 먼저였던 것 같다. 둔덕이나 낮은 동산으로 여길 정도이지만 군데군데 돌들이 박혀있는 것과 이 모습이 꼬리가 흘러내린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돌미(乭尾)라고 했고, 화산체의 등성이 휘어져 돌아앉은 모습에서 돌리미라고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자로 대역한 것은 석(石)이 아닌 돌(乭)로 표기를 한 것을 보면 한자로 표기하기가 마땅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송당리와 수산리를 잇는 도로 주변에는 낭끼오름과 궁대오름 등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과는 오름의 모양새를 비롯하여 특징이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북동쪽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고 낮게 누워있는 산세이면서 밋밋하지만 나지막한 봉우리 세 개가 둥그스름하게 등성을 이룬 채 빙 둘러져 있다. 40m의 비고(高)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세 등성을 오르내리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는 제법 오름 다운 맛도 느끼게 된다.

전 사면에 걸쳐 곱게 자란 잔디와 잡초들이 등을 덮고 있어 부드러운 곡선미도 살아 있으며 키가 작은 나무들이 드러난 바위틈에서 자라는 모습은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돌리미의 또 다른 매력은 굼부리이다. 평지에 가까울 만큼 낮은 굼부리이지만 원형을 이루고 있고 사방을 빙 둘러 돌담이 쌓아져 있는 모습은 마치 한 농지를 연상하게 한다.

주변은 초지와 농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으며 양지바른 등성에는 묘도 몇 기가 있다.

 

 

-돌리미 탐방기-

가을날의 돌리미는 찾는 이들에게 언제나 반전을 연출하며 제멋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 누가 돌리미 한 곳만을 만나기 위해서 찾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마실 모드로 가볍게 가도 충분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런 입지를 갖춘 곳이기에 주변을 연계하였고 야생화를 만나고 질서 있게 변화한 가을날의 모습을 확인하러 다시 찾았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서 촐왓을 지나다가 슈크렁이 우쭐거리길래 우선 눈인사를 건넸다. 구태여 허리를 굽히지도 않았는데 일대에 자생하는 야생화들이 얼씨구나 반기며 걸음의 속도를 더디게 하였다.

비옥하지 않은 척박한 토양의 거친 들판이나 수풀 틈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이 하나같이 천연색의 고운 빛으로 마중을 해주는데 돌리미를 만기 위하여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서로가 잘났다고 으스대며 얼굴을 내미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들과의 눈싸움과 허리운동을 거부할 필요를 마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을의 들판은 풍요롭고 평화스럽기만 했다. 담장 너머의 촐왓에는 누렁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는데 이방인의 등장에 무덤덤하게 대하면서 오로지 배부르는 데만 열중했다. 돌리미의 첫 번째 능선을 지나는 동안에도 여기저기 야생화들이 계절을 알리고 있었는데 초병은 보랏빛으로 얼굴을 내민 ‘용담’의 몫이었다.

행여 민둥산이라고 흉이라도 볼까 봐 여기저기에 꽃을 피운 돌리미는 손님맞이를 위한 정성과 책임을 다한 모습으로 여겨졌다. 꽃향유는 빛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뭉쳐야 강하다는 것을 알고 한데 어우러진 채 눈길을 끌었다. 다시 등성을 하나 더 거치니 벌써 정상이고 화산체는 높지도 않지만 정복했다는 기분에 한쪽을 차지하고 털썩 앉았다.

휭~휭... 가을날의 샛바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풍력발전기 소리가 들렸지만 두 귀를 빼어가지는 못 했다. 초지가 펼쳐지는 현장에는 지금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서 문명의 이기를 확인하는 셈이지만 하나를 버리고 많은 것을 거두는데 대한 이해와 너그러움으로 묻어뒀다.

정상부 한쪽에 표지판이 쓰러져 뒹굴고 있기에 대충 세워 놓았지만 바람은 다시 횡포를 부릴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풍력발전기들이 이곳에 세워진 것이 말해주겠지만 계절풍이 통과하는 지역이라 바람이 센 곳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앉은 채 고개를 들고 멀리를 바라보니 구좌와 성산, 표선 권역의 오름들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하나같이 더 높지만 돌리미 정상에 앉아서 구태여 고개를 들거나 눈을 치켜들고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다. 밋밋한 등성이지만 한쪽에는 밸랑귀(맹개/청미래덩굴)들이 보였다. 성장을 멈추고 내년을 기약하지만 홍조 빛을 띤 열매들은 마지막까지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봄날 언제인가 마르지 않은 연 초록색의 잎새로 눈길을 끌었지만 계절의 변화 앞에 이들도 시들고 말라 비뜰어진 채 초라한 모습이었다. 역시 가을날 돌리미에서 만나는 야생화 중에서는 으뜸은 잔대였다. 섬잔대가 으스대더니 층층이잔대의 치장을 따를 수는 없었다.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순백의 아리따운 물매화가 꽃을 피운 모습이 보였다. 계절이 말하겠지만 돌리미는 야생화의 상산화원이라 할 만큼 넉넉하고 다양하다. 수풀도 잡목들도 방해를 하지 않는 입지인 만큼 가녀린 식물들조차 터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름의 남동쪽은 농작지가 있다. 늦가을 푸른색으로 주변을 색칠한 놈삐(무우) 군단은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느끼게 했다. 곡선형으로 쭈욱 뻗은 능선이 비로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너 또한 각선미의 우아함과 곡선미의 아름다움을 지녔거늘..... 너 또한 원형의 화구를 지닌 오름이거늘.....

마치 파도에 휩쓸린 듯이 쓰러진 촐왓은 대부분 규칙적이었는데 마치 인위적으로 쓰러뜨린 것처럼 보였고 바람의 언덕에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지나는 길손들에게 있어서는 오름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이름이 아름다워서라도 만나고 싶은 돌리미이다.

돌리미는 낭끼오름을 시작으로 후국악과 궁대악을 포함하는 수산 자연생태탐방로 코스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별도의 도보여행이나 숲길 탐방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으며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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