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돌오름(월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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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돌오름(월평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1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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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278.5m 비고:54m 둘레:735m 면적:41,620㎡ 형태:원추형

 

돌오름(월평리)

별칭: 석악(石岳). 숫오름. 신선오름

위치: 제주시 월평동 산6번지

표고: 1,278.5m 비고:54m 둘레:735m 면적:41,620㎡ 형태:원추형 난이도:☆☆☆☆

 

 

신선들이 노닐기보다는 강한 숫기를 품은 채 고고한데 처한 화산체...

 

기슭에서 허리를 따라 정상부까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있는 것과 연유하여 돌오름이라고 명칭이 붙었으며 한자로는 석악(石岳)으로 표기를 한다. 또한 굼부리가 없이 봉긋 솟아오른 모습에서 숫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위아래로 마주한 흙붉은오름(토적악)과 연관을 한 명칭으로 볼 수 있다.

돌오름을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으며 산 체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모습이 확인 되는 곳이 바로 흙붉은오름인 데다, 이곳 말굽형 굼부리 안에는 연중 물이 흐르거나 고여 있어 돌오름과 암수의 조화를 이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높은 부악(釜岳. 한라산)을 우러르며 받드는 형세의 토적악을 보좌하는 것은 바로 돌오름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허리와 어깨의 요소마다에 있어서 그 위엄과 당당함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과연 숫오름이라 부를만하다.  다른 명칭으로는 신선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이 오름에서 살다가 삶을 마치면 신선이 되어 영생한다는 전설에 따른 내용이나 그보다는 신선들이 노닐기에 좋은 곳이라 해도 될 법하다.

솟아 오른 모습에서 보통의 오름보다 특별함을 느낄 수가 있지만 한라산 자락 아래 숨어 있는 오름이면서 출입제한이 따르는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정상에는 마치 심벌처럼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주변에도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있어 오름의 명칭을 확인시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기슭 아래에서부터 이어지는 경사면은 온통 조릿대들이 장악을 했으며 허리를 넘어서면서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특히 적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볼품을 더해준다. 돌오름의 백미는 토적악에서 바라보는 외형이다. 숫오름이라는 별칭을 이해하는 것 역시 토적악에서 내려다볼 때 비로소 그 느낌이 와 닿는다.

철모를 엎어놓은 듯한 외형의 돌오름은 남성을 상징하는 숫오름이고, 돌오름을 감싸듯이 팔을 벌리고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흙붉은오름은 옥문형으로 여성을 상징하는 암오름이 되는 것이다. 토적악에서 내려다보면 너무나 정겨운 한 쌍의 짝이 되기에 이 인연을 두고서 자연이 만들고 신이 맺어준 것이라 해도 될 법하다. 서로가 애절하게 바라보며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것 같다고나 할까.

한편, 돌오름은 용암이 흐르지 못하고 화구상에서 굳어진 형태로서 주변이나 멀리에서 바라보면 화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등성 옆으로 낮은 화구가 있으며 허리 옆을 지나 계곡으로 이어지게 터진 모습도 확인이 된다. 숨어 있기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갇혀 있는 처세에 불만을 느끼며 이제 그만 세인들에게 자신의 당당함을 보여주려 하는지도 모른다.

원시림으로 에워싸인 채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하는 듯하면서도 우쭐대는 모습은 실로 당당하게 느껴진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의 인연만으로도 버티기에 충분한 것 같지만 도도한 내면에는 어쩐지 쓸쓸함을 지닌 것이 묻어난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하여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원형의 자연미는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돌오름 탐방기-

 

흙붉은오름을 떠나기에 앞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돌오름은 과연 환상적이었는데 숫오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신선오름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흙붉은오름을 만나는 과정이 그러했듯이 돌오름 역시 바로 아래쪽에 가깝게 보이기는 하지만 정해진 루트가 없다.

하절기에 접어들면서 거세게 성장을 이어가는 조릿대들과 무성한 잡목들을 헤치며 느리게 진행을 하는데다 안내는 gps가 전부이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내리막을 마무리하고 나니 다시 오르막이 나왔는데 비로소 돌오름 기슭 가까이에 도착이 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내린 후 기슭 아래에 도착을 하니 수풀과 잡목들 사이를 차지한 거목이 일단 정지를 명하고 검문에 응하라고 했다. 기꺼이 그 명령에 따른 후 주변을 살피다가 능선 아래에 있는 습지를 찾았다. 숫오름을 만나기 이전에 이곳을 만나야 정상 루트에 가깝다는 정보를 알고 있어서 그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살피니 연중 물이 고이거나 늪을 이루는 곳으로서 일부 수초들의 식생도 확인이 되었는데 어느 정도만 비가 내려도 물이 고이는 곳임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일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노루를 비롯하여 야생 짐승들의 음용수장으로 사용이 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주변은 한적함이 넘쳐 ​삭막할 정도의 분위기였고 숫오름의 기세는 너무나 당당했다.

쉽게 정복의 실현을 안겨주려 하지 않으려는 듯 가파른 경사가 방해를 해서 오르는 동안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외형만큼이나 도도함이 넘쳐나지만 조릿대를 붙잡으며 거친 숨소리를 내쉬다 보니 마침내 등성 언저리에 도착이 되었다.

정상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기슭 옆으로 낮은 화구가 보였는데 굼부리가 맞는다면 말굽형이며 터진 방향은 오름의 허리 능선을 따라 계곡으로 이어지고 수로를 겸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이라면 원추형이라기보다는 복합형 화산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숫오름으로서의 자태를 뽐내는 것 중에는 기슭의 적송들도 한몫을 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은 데다 쭉쭉 뻗은 붉은빛 소나무들인지라 상상과 추측은 더 현실로 다가왔다. 정상부 도착을 앞두고 하나둘씩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보통의 자왈이나 머체와는 확연하게 다른 독립형 바위들이었다.​

화산체의 생성 시기부터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을 하니 특별함과 더불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돌오름지기는 정상에 자리한 큰 바위이다. 고고한 가운데 처했지만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에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는 토적악을 그리워하고 연민의 정을 보내는 지점도 이곳이 맞을 것이다. 숫오름으로서 진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이곳을 통할 것이고 서로 마주하며 애정을 주고받는 장소 역시 이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으로 사방이 가렸지만 돌오름지기에 올라섰을 때 비로소 암오름인 토적악을 바라볼 수가 있는 것도 결코 우연만은 아니었으리라. 돌오름을 지키는 정상의 바위는 전망대 역할도 했다. 여름의 시작이지만 웅장한 사라악의 자태는 부드러운 곡선미와 온화한 각선미마저 느끼게 했는데 눈높이를 함께 하지만 역시나 산 체의 크기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등정 과정의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온몸을 식혀줬다. 산을 거슬러 부는 바람인지라 숲 향이 실려 연거푸 킁킁거리며 실컷 체내를 순환시켰다. 자연을 거슬러 부는 바람은 맛이 있다. 천천히 바람이 불어왔다. 산이 불어오고 여름이 불어왔다.

다시 방향을 돌리니 성널오름이 보였고 안개와 구름층이 시야를 방해하려 부지런히 움직이는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실컷 바라보며 그 모습을 담았다. 초원과 산세로 이어지는 성판악은 구름의 이동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지라 보였다 가렸다 하는 모습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눈을 돌려 좀 더 먼 곳으로 향하니 크고 작은 오름들이 보였고 비로소 내가 깊은 산중의 정상에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숫기가 강한 때문일까. 등성을 비롯하여 정상에도 적송들이 차지를 하였는데 너무 강한 인상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흔하지 않은 환경이라서 추측과 상상은 자꾸만 깊어졌다. 

정상부에 나란히 있는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는 것을 끝으로 돌오름과는 이별의 절차가 시작되었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곳. 세상 밖으로의 노출을 거부하며 대자연의 치부를 차지하고 도도한 자태를 간직한 오름. 언제 다시 만난다는 기약은 없지만 그 위대함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신비의 숫오름 심벌로 통하는 신선바위를 찾는 일인데 숫오름의 터줏대감이면서 신기(神氣)를 지닌 괴암이면서 기암이기도 하다. 경사가 심한 능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이동을 하다가 마침내 그 주인공을 찾아냈다. ​

숫오름의 신선바위임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눈이 움푹 들어간 모습과 벗어진 머리 부분을 시작으로 천천히 그려보았다. 눈썹은 눈 아래에 붙었고 매부리코는 강한 인상을 풍기며 영락없는 신선바위의 자태를 보여줬다. 어느 방향에서 담을지라도 위아래로 이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화각에 다 담을 수는 없었다.

천천히 신선의 모습을 그리며 마음속으로 기원을 했다. 소망. 희망. 바램. 찰나였지만 전부를 전하고 나니 새삼 마음이 뿌듯해졌는데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신선바위를 향한 염원은 진지하게 전달을 했다. 지금까지의 행보에 대한 감사와 남은 과정의 안전을 빌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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