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동거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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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동거문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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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40m 비고: 115m 둘레: 3,631m 면적: 466,283㎡ 형태: 복합형

 

동거문이

별칭: 거미오름. 동거믄오름. 거믄오름. 동거문악(東居門岳). 주악(蛛岳)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70번지

표고: 340m 비고: 115m 둘레: 3,631m 면적: 466,283㎡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문명의 하는 산 체...

 

보통은 동거문이로 많이 부르지만 이 화산체와 관련해서는 여러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원뿔이나 피라미드 또는 돔, 깔때기 등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 사면이 둥그스름하고 층을 이룬 언덕을 지니고 있어 거미집을 연상하게 되어 거미오름이라고 부르며, 이를 한자로 주악(거미蛛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또한 고조선 시대부터 쓰여 온 신(神)이라는 뜻의 검(검. 감. 곰. 굼)과도 관련을 짓고 있다. 실제 많이 사용이 되는 동거문이(거문이)는 이곳과 가까운 선흘리의 거문오름과 구분하기 위하여 위치적인 요소를 감안한 표기라 할 수 있으며 이를 정리하여 동(東)거문오름이라 하고 있는 것이다.

표기에 따라 동거문, 동거믄, 동검은 등으로 사용을 하지만 같은 맥락이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좋지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산 체의 모습이 일품이며 사방으로 열리는 풍광도 빼놓을 수가 없다. 세 개의 굼부리를 에워싼 봉우리는 네 개나 되며 큰 굼부리의 깊이는 대략 7~80m에 이르면서 깊은 맛과 함께 웅장함에 놀라게 한다.

3막 4장으로 이어지면서 복합형 화산체로서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데 화산체 내부에는 기슭을 따라 이어지는 새끼오름들이 합세를 하면서 마치 거미줄을 엮은 것처럼 볼품을 더해주기 때문에 이러한 입지와 여건으로 인하여 수많은 오르미들이 앞다투어 몇 번씩이고 오르게 만든다.

가파른 능선과 굼부리를 비롯하여 능선 곳곳에는 묘기들이 있는데 얼핏 봐도 조상들이 이곳을 명당으로 여겼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가 있다. 나지막한 문석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좌보미와 백약이를 비롯하여 높은오름에 감싸 안긴 모습은 더욱 그런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마디로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고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오름이다. 복잡하게 얽힌 형상들은 마치 신이 빚어낸 예술품으로 보이며 등성을 따라 이어지는 곡선미와 거친 모습의 조화는 일품이다. 화산체 주변으로는 신기(神氣)가 흐르는 듯하고 굼부리 안은 영험한 기운마저 맴도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오름미들이 동거문이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런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 때문이리라. 원추형의 주봉은 마치 거대한 피라미드 장군이 부하를 거느리고 버티는 듯 위풍당당한 기세이고, 그 새끼오름들은 장군의 위세를 실감하면서 수호와 절대복종의 자세로 주변을 지키고 있다.

전반적인 현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탐방의 묘미가 있는 오름으로서 기슭에는 새끼오름과 빌레들이 ​차지를 하고 있어서 오름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 그 이상을 지니고 있다. 깎아지른 산 체의 모습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서 피라미드와 깔대기 형상으로 나타나며 화구 일대는 덜 다듬은 돔을 닮았다.

 

 

-동거문이 탐방기-

동거문이와의 만남을 두고서 일정한 날짜를 선택할 필요도 없지만 딱히 계절을 정할 필요도 없다. 여름날의 동거문이는 자신이 지닌 많은 것을 아낌없이 다 보여주었다. 초록의 거친 산세를 짊어진 채 군주처럼 버티면서 유혹하는 그 모습에 차마 거부할 엄두를 못 낼 정도였다. 계절을 달리하여 주변이 퇴색된 모습으로 보일지라도 매력의 전부를 드러내면서 하염없이 손짓을 해왔다.

겨우내 동장군의 횡포와 눈덩이 세례에 자신이 덥힐지라도 요염과 신비를 지녔기에 그 지세는 끊임없는 만남을 요구하는 듯했다.  동검은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높은오름 초입에서 소로를 따라서 가는 방법이 있으며, 대천동 4거리에서 수산2리 방향으로 가다가 만나는 백약이오름이나 맞은편 주차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보편적으로는 후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수월하며 특히나 초행길인 경우는 이곳을 권하고 싶다. 초입지로 들어서면 바로 낮은 경사가 이어지며 바닥은 매트가 깔려져 있고 주봉이 보였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영락없는 원추형의 피라미드 형세였다. 주봉에 오르기도 전에 능선에 들어서니 세 개 중 하나의 화구가 보였는데 원추형 주봉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한껏 부드러운 자태로 굴곡을 그려내고 있었다.​

동거문이의 전체는 형세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이뤄졌지만 내면은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이뤄졌다. 경사가 심한 원추형의 주봉을 오르기도 전에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세와 기운이 합쳐져 오름의 허리를 맴도는 때문일까 빠른 걸음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맞은편으로 문석이오름 등성이 보이며​ 마치 동거문이의 줄기처럼 보였는데 문석이로서도 3막 4장으로 이뤄진 동거문이 편대에 합류하고 싶겠지만 소로를 사이에 두고서 떨어진 이웃일 뿐이다.

주봉을 오르는 거리는 길지 않지만 탐방로는 급격한 경사로 이뤄져 있다. 신이 만들고 대자연이 빚어 놓은 오름 둘레와 화구 주변은 실로 감탄과 신비감을 느끼게 했는데 세 개로 나눠진 원형의 굼부리 중 맏형의 모습은 자연스러움이 넘쳐나서 자유분방함 마저 느끼게 했다. 일곱 번 쉬면서 올라야 만나는 주봉! 주봉으로 이어지는 경사는 심할 정도로 가파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을 해도 어울릴 법하다.

계단형의 매트 길을 오르는 동안 일곱 번의 멈춤이 필요하다. 주봉으로서는 급한 발걸음을 원하지 않으며 오르미들로서도 시간제한이나 순위 따위는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탐방로의 부분 정비를 통해서 비교적 안전하게 구성을 했지만 역시 동거문이의 대장을 만나는 과정은 힘들다. 정상부는 속칭 칼바위 능선이 이어지는데 사방을 전망하는 것 외에도 동거문이가 지닌 복합형 화산체의 다양한 면과 굼부리를 볼 수가 있다.

 

동거문이 주봉의 칼 능선은 바람의 언덕이다! 바람의 언덕이자 바람의 능선인 동거문이 어깨를 지나는 동안은 그늘이 없지만 실로 시원함을 느끼게 되었다. 계절풍에 실린 자연 향이 맛깔스럽게 풍기면서 오른 자에게 희열을 더 느끼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정상답게 볼거리들을 안겨줬는데 천하의 다랑쉬도 눈높이를 같이 하며 사정권 안에 들어왔고 손지오름 너머로 우도와 일출봉도 두 눈을 뺏어갔다.

주봉을 내려와 이동을 하다가 다시 돌아서서 바라보니 역시나 원추형의 피라미드는 3막 4장의 봉우리와 굼부리를 거느릴만한 자격이 있는 지세였다. 이런 가운데 동거문이는 마소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혹한기를 제외하고는 우군(牛)들의 터전이 되어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기도 하는데 이날도 기슭과 능선 곳곳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신이 빚어내는 과정은 미완성의 작품으로 멈춰졌지만 예술성은 가히 일품이다. 거칠고 부드러운 조화가 잘 반영이 되었으며 숲을 이룬 현장과 민둥산처럼 속살을 내보이는 현장도 덧셈의 볼거리이다. 다소 복잡하게 이뤄진 일가이지만 주봉의 조강지처를 향하여 절대적으로 질투와 시기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주한 이들의 애정과 잉꼬는 사랑의 징표가 서로 이어지는 곳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아름다워서 아름답다고 인정해야 할 모습이라고나 할까. 허리를 내려온 후 화구의 일부를 지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정해진 탐방로라기보다는 이곳의 터줏대감들인 우군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길이다. 우군들은 평소 다니던 길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 지조 있는 행보를 통하여 익숙한 걸음으로 이어지기에 수풀을 헤치는 과정도 마다하지 않고 그 길을 간다. 우군들에게 별도의 통행세를 지불하지 않고 가는 때문일까 여름을 맞아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찔레와 꽝꽝나무 등이 곳곳에서 진로를 방해했다.

하절기의 굼부리는 다소 거친 면도 있으나 전진형의 알찬 탐방을 위해서는 감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동거문이의 치부라 할 수 있는 허리와 어깨를 지나 속살이 내보이는 굼부리를 지나는 행보는 지루함도 식상함도 없었다. 돌아 나온 후 다시 동거문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언제나 그랬듯이......

참으로 신비스럽고 오묘함을 느끼게 하는 오름이다. 한두 번 찾은 곳도 아니 건만 늘 새로운 느낌이 다가오는 화산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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