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뒤꾸부니(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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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뒤꾸부니(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2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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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51.6m 비고: 52m 둘레: 1,197m 면적: 74,274㎡ 형태: 말굽형

 

뒤꾸부니(오름)

별칭: 뒤굽은이. 뒤곱은이. 후곡악(後曲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39-1번지

표고: 251.6m 비고: 52m 둘레: 1,197m 면적: 74,274㎡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등이 굽어 슬픈 산 체는 침식과 훼손으로 아픔까지 겪어야 했던.....

 

딱히 명칭을 정하기가 애매했던 때문일까 보이는 모습 그대로 표현하여 뒤꾸부니라고 하였는데 이는 뒤굽은이나 뒤곱은이와 같은 맥락으로 산 체의 모양새가 뒤로 구부러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자 역시 후곡악(後曲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구태여 이 오름의 명칭에 관하여 추측을 하라면 오름을 오르지 않을지라도 웬만하면 맞출 수가 있을 것이다.

오름의 형세가 뒤로 구부러져 있는 형상이라서 뒤굽은이 또는 뒤꾸부니로 부르며 뒤가 굽어 있다는 뜻에 연유를 한다. 폭발이 이뤄질 당시 용암이 흐르면서 한쪽 능선을 굽어 있게 만들며 말굽형으로 이뤄진 모습이 지금의 실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침식이 이뤄져 있고 화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둔덕(낮은 언덕)들이 산재해있다.

굼부리 안쪽의 일부는 골재 체취 등으로 인하여 훼손이 된 곳도 있는데 과거 화산체가 형성이 된 이후에도 2차 분출이 이뤄지면서 화구륜(火口輪)의 일부가 파괴되고 용암류와 더불어 다른 방향의 화산 쇄설물이 용암과 함께 흘러내리면서 곳곳에 퇴적이 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화산체가 보이는 일정한 거리에서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조림된 곳과 벌거숭이처럼 민둥산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보통의 오름들보다 다른 느낌이 들면서 동네 뒷동산이나 둔덕으로 이뤄진 모습처럼 보이는데 여기에서 뒤가 굽은 것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정상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굼부리를 중심으로 한쪽이 굽어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특히나 뒤쪽은 농경지로 개간이 되면서 기슭 아랫부분이 잘려나갔고 앞쪽 능선의 일부는 농업용 차량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나 있다.

어쨌거나 조림사업이 이뤄지기 이전의 환경을 추상하고 다 오래전으로 거슬러가서 이 화산체의 주변을 그려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입지를 지녔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흐르는 세월 속에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지녔지만 명칭이 말해주듯 뒤가 굽은 형상으로 나타나는 오름의 실체를 생각하면 다소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더욱이 비고(高)나 산 체의 규모에 있어서도 보잘 것 없는 데다 구좌 권역에 걸쭉한 오름들이 많은 때문에 뒤꾸부니의 입지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제주의 동부권 중 구좌읍 일대는 오름의 천국인 만큼 탐방의 맛이 나는 곳들이 즐비하게 있다.

오름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용눈이, 동거문이 등 내로라하는 오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찾는 이들이 적은 비인기 오름들은 서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무명이면서 비인기 오름이라 할지라도 특징이 잘 나타난 곳도 있다. 어차피 오름 사랑이라는 장거리 열차를 탈 경우는 단 한 번이라도 만나야 할 곳들이 아니겠는가.
 

 

 
-뒤꾸부니 탐방기-

뒤꾸부니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동성 등을 감안해서라도 주변의 낮은 숨은 오름들을 연계하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 과정은 송당 사거리에서 상덕천리 방향으로 400m 정도를 이동하면 오름 진입로에 도착할 수 있다.

화구가 있는 아래쪽으로 갈 수도 있지만 편한 방법은 위쪽 루트를 이용하여 짧은 거리를 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 오름의 입지와 여건 등을 고려해서 오래전의 모습을 가까이서 살필 경우라면 침식이 된 굼부리 주변이나 파헤쳐 진 기슭 아래를 따라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다.

입구에 도착을 하고 기슭을 바라보니 더러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반대편 굼부리 일부를 포함하여 이곳 입구 역시 농경지로 개간이 이뤄진 때문이었다. 특히나 오름 허리의 일부를 농경지로 내어준 시기는 이미 오래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땅 한 평이라도 더 차지하려 애를 쓴 농심으로 봐줘야 할 일이런가. 정상까지의 거리나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능선을 오르는 동안 줄곧 철조망이 이어졌다. 산체가 그렇게 크지도 않건만 소유주가 달라서 경계를 표시한 건지 아니면 방목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는 짐작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정상부에서 좋은 전망터로 이동하기 위해서 낮은 포복으로 침투를 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는 법. 수확을 하면서 흘린 새촐들이 수북하게 쌓인 틈으로 양지꽃이 얼굴을 내밀었기에 행여 밟지나 않을까 조심히 오르다가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변에 흩어진 건초가 방석이 되어 주길래 아예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가녀린 꽃잎을 가까이서 보고 그 흔적을 담으면서 아름다운 눈 맞춤이 이뤄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름 정상에 도착을 했을 때 비로소 명칭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말굽형 화산체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구부러진 형세를 식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농경지로 개간이 되면서 허리의 둘레까지 빼앗긴 모습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페인 곳이 회복이 되는데 걸리는 세월은 얼마나 될지...... 과연 그것이 가능은 한 일인지..... 등이 굽어 휘어져 있다 할지라도 비교적 전망은 좋은 편이었는데 날씨가 심하게 질투와 시기를 했지만 그래도 윤곽이 드러나는 오름 군락은 반갑기만 했다.

거슨새미오름. 체오름.... 역시나 구좌 권역에서 인기가 있는 오름들이 먼저 얼굴을 내밀었고 여러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모습은 그래도 장관이었다. 가시거리가 좋았으면 먼 곳의 바다도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겠지만 신은 여기까지만 허용을 했다. 오랜 시간을 머물지는 않았지만 샛바람에 실린 춘풍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추슬러 줬다. 이제 그만 내려가라는 계시로 여기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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