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따라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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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따라비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8.0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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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42m 비고: 107m 둘레: 2,633m 면적: 448,111㎡ 형태: 복합형


따라비오름

별칭: 따래비. 땅하래비. 지조악(地祖岳). 지옹악(地翁岳). 다라비(多羅非).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62번지

표고: 342m 비고: 107m 둘레: 2,633m 면적: 448,111㎡ 형태: 복합형 난이도: ☆☆☆

 

 

최고의 각선미와 빼어난 곡선미를 지닌 여성형의 남성 화산체...

화산체로서의 가치와 특징이 잘 나타나는 데다 곡선미와 각선미가 일품인 따라비를 두고 애 하필 남자로 표현을 했을까. 굼부리와 허리선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여인상이고, 길고 둥글게 이어지는 어깨선 역시 천하의 미인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빼어 닮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남성 중에서도 가장(父) 격으로 표현을 하고 명칭이 붙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용눈이의 부드러움보다 더한 s라인의 외모를 지녔고, 안친오름보다 더 다소곳이 a라인 자세를 취했으며, 뒤꾸부니(오름)보다 더한 매력의 b라인 힙선을 지녔거늘 어찌 대장부로 취급을 했는지 의문이다.

환경적인 요인을 벗어나서 따라비 자체는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취급이 되었으며 구전되는 설화에는 애비(아비)를 상징하고 있다. 따라비 주변에 있는 모지오름(母子)을 비롯하여 장자오름과 (큰아들) 새끼오름(작은아들)의 존재를 고려할 때 부가장적 가족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자로 조상과(祖) 늙은이(翁)를 포함하여 표기를 한 것을 보면 애비보다는 할배를 떠올리게 한다.

지 애비와 애미가 서로 다르다는 맥락에서 나온 설과, 딸+애비를 상징한 민간 어원의 변음으로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가장 격이라고 해서 따애비라고 불리던 것이 따래비(따라비)로 명칭이 정해진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일부 자료 등에 의하면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내용도(땅하래비) 구전이 되지만, 이는 타당성이나 추측성으로 견준다 하더라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어쨌거나 모지(母)와 장자(子)에 이어 새끼(孫)까지 한데 어우러져 있으니 따라비로서는 뿌듯할 수밖에 없다. 설화를 더한다면 좀 더 떨어진 곳에 손지오름(손자)까지 있으니 사실상 대가족을 이룬 게 아니겠는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족들 중에 북쪽에는 새끼오름이 있으며 동쪽으로는 모지오름과 장자오름이 위치하고 있다.

3개의 굼부리가 이어지면서 저마다 봉우리를 지니고 있는 모습은 보통의 오름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광경이다. 굼부리는 각선미와 곡선미를 두루 지닌 데다 원형과 말굽형으로 나눠져 있으면서 빼어난 산 체의 입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숲이 우거져 있다면 이마저 가려져서 안 보이겠지만 따라비의 신은 억새와 풀밭으로만 치장을 하여 전라의 모습을 실컷 바라보게 했다.

 

화산체의 특성도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굼부리와 어깨선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은 가히 일품이다. 전망은 물론이고 주변을 연계하는 탐방도 비교적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모습에다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특히나 억새가 군락을 이룬 채 춤을 추는 가을은 따라비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의 분화구를 중심에 두고 좌우 2곳의 말굽형 분화구가 쌍으로 맞물려 3개의 원형분화구와 6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완만한 경사와 능선이나 기슭 등의 부드러움은 두 말이 필요가 없이 최고이다. 주봉에서 2봉과 3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곡선의 부드러움과 각선미의 우아함으로 어우러졌다.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내고 신이 다듬은 걸작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하물며 이를 두고 어찌 오름의 여왕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따라비 탐방기-

가을은 따라비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맘껏 나래를 펼치도록 배려를 해준다. 억새로 옷을 입혀 단장을 시키고 부드러운 화장술로 볼품이 더해지도록 꾸며준다. 정상부에 올라서면 하늘과 구름까지 원색의 찬란한 조명을 열어주기에 걸음도 눈도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가을바람은 결코 찬조 출연이 아닌 붙박이로서 동반을 하며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을 시원하게 씻겨준다. 따라비에게 가을은 심술도 통하지 않는다. 가깝게 더 선명하게 가시거리를 열어주기에 동부권의 오름들은 실루엣을 더하며 풍경놀이에 빠지게 한다.

눈에 보이는 오름들은 저마다 만나자고 졸라대게 만드니 어느 면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지독하게 얄미운 오름이기도 하다. 많이 찾는 오름들 중 한 곳이면서 익히 입지를 잘 알고 있지만 유독 따라비를 만나는 날에는 설렘의 정도가 덧셈이 된다. 그러면서도 가을에 그리움이 더해지는 것은 아마도 따라비가 지닌 몸 체와 더불어 주변을 장식하는 자연 미가 더 좋은 때문이다.

정해진 주차장과 정자까지 갖추어진 따라비 진입로 주변에는 억새가 한창이다. 아직은 퇴색의 시기가 아니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볼품이 있었다. 사열이라도 하듯 억새가 길게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가는 과정 자체로도 작은 흥분을 느끼게 되었다. 느리게..... 천천히 만끽하며 지나고 싶지만 어느새 걸음은 알레그로를 따르게 되었다.

아직 정상부에 도착도 하지 않았건만 억새가 군락을 이룬 채 반겨줬다. 억새꽃 당신이 살랑거리고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을 동반하여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으악새 기쁘게 노래하는​ 곳으로 보였다. 기슭을 따라 오른 후 따라비의 어깨선을 따라 양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중 좌측을 선택했다.

전진에 앞서 잠시 동안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주봉에서 2봉과 3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곡선의 부드러움과 각선미의 우아함으로 어우러졌다.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내고 신이 다듬은 걸작품이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어찌 오름의 여왕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반문을 했다.

길게 누운 따라비의 어깨를 지나는 동안에는 은빛 억새 물결이 반겨줬는데 살랑거리는 억새 물결을 따라 진행을 하다 보니 곳곳에서 가을 야생화들이 걸음을 정지시켰다. 저마다 최고의 색을 지닌 채 우쭐거리지만 어디까지나 응원과 박수를 대신하는 모습들인지라 기꺼이 허리를 굽히게 되었다.

화구를 가로질러 정상으로 가는 과정은 애비도 할배도 아닌 여인네의 품속을 지나는 느낌이 우선인데 내리고 오르는 동안 서로 다른 굼부리와 능선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람이 저지르는 가락에 맞춰 억새가 질서 있게 살랑거리는 모습은 정말 운치가 있었는데 소리와 동작이 하나가 되는 굼부리 안은 자연이 만드는 시청각 교실이 되었다.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 넘어질 듯하지만 이들은 차라리 바람의 만행을 더 좋아했다.  심하게 질투하고 시기를 하는 가을 햇살도 억새의 성장에 한몫을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곡선미가 돋보이는 허리를 따라 어깨의 미끈한 각선미를 어루만지며 정상부로 향했다.

곧바로 가면서도 충분한 걸 구태여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많아지는 건 무엇 때문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따라비오름에서 딱히 정해진 쉼터나 휴식 장소를 애써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을 햇살이 부서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공간이면 아무 데고 자리를 잡으면 된다.

앉은 채 열린 방향 어느 쪽이든 바라보면 전망 놀이터가 되기에 곱게 자란 풀밭을 선택하였다. 따라비 식구들은 멀지 않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정상에 서면 모지와 장자가 한눈에 보이는데 외형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따라비와 모지를 바꿔 불러도 될 법하다.

엄마 곁에서 떠나기를 거부하며 한사코 품속을 그리워하는 장자로서는 자신의 왜소함에 아쉬움도 느낄 거다. 따라비의 너머로는 막내격인 새끼오름이 있는데 할배가 근처에서 늘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때문인지 사시사철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따라비 일가는 부가장적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독 손지(손자)오름은 먼 곳에 떨어져 있다. 모지와 장자를 비롯하여 새끼는 따라비의 곁에 있기에 바로 연계해서 만날 수가 있지만 손지는 시간과 기회를 달리하여야 한다.

실체가 더 아름다운 따라비. 오름보다 더 아름다운 따라비.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고 보통의 화산체와는 확연하게 다른 오름이다. 각선미와 곡선미만을 놓고 볼 때 최고의 여성 형 오름인 만큼 여장을 한 애비가 아니던가. 지 아무리 할배나 애비라 할지라도 몸체만을 놓고 본다면 제주도 최고의 여성형 오름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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