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모구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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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모구리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8.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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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32m 비고:82m 둘레:2,327m 면적:202,089㎡ 형태:말굽형

 

모구리악

별칭: 모구악(母狗岳)

위치: 성산읍 난산리 2,960-1번지

표고: 232m 비고:82m 둘레:2,327m 면적:202,089㎡ 형태:말굽형 난이도:☆☆☆

 

 

새끼가 그리워 두 팔을 벌리고 감싼 어미의 모성애를 나타나는 화산체...

 

오래전 이 화산체의 모양새는 유별났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어미 개가 새끼를 껴안은 모습이라 해서 모구리라 하였고 한자로는 모구악(母狗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외형을 두고 표현하기를 모성애와 관련을 한 게 너무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비록 개(犬)로 비유를 했지만 어미가 새끼를 껴안은 형세를 두고 모구리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표현을 한 것은 전체적인 오름 내부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데 남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의 중심부에 다시 알오름이라 부르는 새끼오름이 자리하고 있는 때문이다.

더불어 이 알오름에게 붙여진 명칭은 더 그럴듯한데 개(犬)동산이나 젖그린 동산이라 부르고 있다. 어미젖을 그리워하는 새끼 강아지의 형상을 묘사하여 동화처럼 나타내면서 자연을 모자의 정으로 그린 것이다. 어미는 굼부리를 중심으로 활(弓)처럼 휘어져 새끼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고 그 사이의 공간은 숲이 없는 밋밋한 평지로 남아 있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모자의 정을 느끼는 데는 충분하지만 왜 동물 중에 개를 주인공으로 하였는지 궁금하게 느껴진다. 지난 2003년 이 오름의 서쪽 기슭에 모구리 야영장이 들어서면서 산책로가 새로 정비되었고 지금은 기슭과 등성을 따라 정상에 도착을 한 후 숲길을 따라 둘러볼 수 있게 잘 구성이 되어 있다.

어느 오름이나 화산체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고 나름대로 특징이 있겠지만 모구리는 더한 매력과 가치가 있다.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야생화를 비롯하여 편백과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빽빽한 숲은 자연미를 느끼기에 너무 충분하다. 편백 숲과 더불어 알오름이 있는 굼부리 주변은 억새가 수북하게 차지를 하고 있다.

정상에 서면 동부권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져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이다. 청정의 시원한 바람은 하나의 덤이 되기에 마음의 문을 다 열어젖히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거친 면이라고는 전혀 없이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있고 화산체를 돌아 나오는 전진 형이라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렇게 4막 5장으로 이어지는 탐방의 묘미에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도 있다. 모구리 야영장이 생겨나면서 출입과 산책로의 구성이 잘 정비가 되었을 뿐 아니라 산책로도 비교적 안전하게 구성이 되었다. 탐방의 멋보다는 산책의 맛이 더 실리는 것도 이러한 조건과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모구리오름 탐방기-

과거에는 다른 방향에서의 진입도 했었지만 모구리 야영장이 생긴 만큼 주차장이나 진입로 신세를 지는 선택이 당연하다. 역시나 탐방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주차장을 거쳐 야영장을 빠져나오면서 이어지는 진입로는 산책형이며 운치가 있다.

화산체 자체를 두고서 워밍업의 정도를 운운할 바는 못 되지만 현장 분위기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오름 탐방에서 전진 코스나 화구 능선을 따라서 정상부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곳은 일단 더한 묘미를 느끼게 한다. 모구리는 산 체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능선을 돌아보게 구성이 되어있으며 전망과 숲길 산책로 등 여건이 좋은 편이다.

낮은 오르막을 오른 후 정상부 둘레를 돌아본 다음 편백 숲을 지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는 곳이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계절별로 야생화가 피어나기에 모구리는 풍요로움 그 자체이다. 오름 진입로에 들어서자 맨 먼저 허브단지가 눈에 띄었는데 구태여 코끝을 가까이하지 않아도 로즈마리의 짙은 향이 풍겨오면서 허리를 굽히게 하였다.

세 개로 나눠지는 길목이지만 데크를 따라 오르면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표식은 없으나 진입로와 중앙의 산 체를 돌아 나오는 길목으로 나눠졌다. 또한 우측 삼나무 아래에도 길의 흔적이 있는데 굼부리와 알오름을 만날 경우 이곳을 이용하는 루트였다. 아직 거친 숨소리가 나올 정도도 아니건만 평상이 있어 걸음을 멈추게 했고 소나무가 에워싼 공간인지라 잠시 걸터앉았다.

겨울의 중심이지만 숲을 이룬 때문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데다 혼자만의 여유를 부릴 수도 있었다. 초행길이 아님에도 구태여 느긋한 진행을 한 것은 역시나 모구리의 매력을 더한층 느끼기 위해서였다고나 할까. 아침에 찾았지만 노루는 나보다 더 부지런함을 보여줬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영역 표시를 해 놓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모구리의 등성과 기슭은 대부분 소나무와 편백 나무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철 푸른 숲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 특히 편백 숲은 더한 운치를 느끼게 했다. 정상에 도착을 하면 경방 초소가 있고 쉼터와 전망을 겸하는 평상이 있다. 힘들이지 않고 올라온 게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걸까. 구름인지 안개인지 약한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정상부를 거쳐가며 전망의 기대를 흐리게 했다. 

 

실루엣을 걸친 옷은 더러 허름하지만 그래도 동부권 오름들이 펼쳐지기에 선 채로 하나씩 제압을 했다. 날씨의 협조는 인색했지만 오름의 제왕이라는 다랑쉬와 오름의 아이콘인 용눈이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고 또한 3대 거함인 백약이와 좌보미, 동거문이도 눈 맞춤의 대상이 되었다. 모구리의 매력 중 하나는 진행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이다.

경방 초소를 지나가던 방향으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이제 탐방의 영역을 벗어나 산책형 모드로 변화가 이뤄졌다. 편백 숲 벤치가 있길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슬쩍 걸터앉았는데 떨어진 편백 잎을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살며시 앉았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오전 햇살을 머금은 때문인지 은은하게 편백 향이 스며왔다.

기슭 아래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굼부리 쪽을 살피니 새끼오름이 보였는데 내가 어미가 되어 양 팔을 벌려 감싸 안은 것처럼 눈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왜 개를 주인공으로 하였는지 모르지만 둘은 모자의 애틋한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임을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제 굼부리를 거쳐 응석을 부리는 새끼오름을 만나러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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