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물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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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물영아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9.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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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08m 비고:128m 둘레:4,339m 면적:717,013㎡ 형태:원형(화구호)

 

물영아리

별칭: 수령악(水靈岳). 수령산(水靈山)

위치: 남원읍 수망리 산 189번지

표고: 508m 비고:128m 둘레:4,339m 면적:717,013㎡ 형태:원형(화구호) 난이도:☆☆☆

 

 

 

신령스럽고 신성하며 영험함이 깃든 터로 알려진 특별한 화산체...

 

제주의 오름들 즉, 분석구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흔한 편은 아니다. 특히나 분화구가 뚜렷하게 있다고 해서 물이 고이거나 습지를 이루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몇몇의 오름들은 특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물장오리와 물찻오름을 들 수가 있으며 람사르 습지 등재를 포함하는 주요 명소로는 1100습지와 물영아리를 비롯하여 검벵디(숨은 물벵디) 등이 있다.

그 외 비의 양이나 정도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물이 고이는 사라오름과 금오름 등이 있으나 습지와는 별개로 구분이 된다. 비슷한 환경이면서 람사르 습지에 등재가 된 곳 중 물찻오름과 물장오리가 현재까지 탐방을 불허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물영아리 개방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물영아리는 비가 많이 오면 오름 정상 화구에 물이 고이기 때문에 '물이 있는 영아리'라는 데서 유래했다.

확실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신령(靈)과 관련을 한 민간 어원적인 해석으로 추측하고 있다. 물이 있는 신성한 곳이면서 영험함이 깃든 터라는 의미로 물(水)과 영(靈)을 사용한 명칭이 나왔으며 ‘아리’는 만주어로 뫼(山)를 뜻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한자로 수령산(水靈山)이라고 표기를 한 것을 보면 그 뜻을 풀이하는데 도움이 되며 고문헌 등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적혀져 있다.

신령스럽고 신성한 곳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하여서는 탐방에 있어서도 조심스럽고 주의를 요하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이 오름의 산신이 노하면 분화구 일대가 안개에 휩싸이고 천둥번개와 더불어 폭우가 쏟아진다는 전설이 있다.  이 물영아리는 자연과 환경 그리고 생태 등 여러 입지 조건에서 중요성이 인정되어 관리와 보존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에 습지 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된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람사르 습지에도 등록이 되었다. 이는 생태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결과이며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이다. 분화구 내에 형성이 된 습지 면적은 0.309km이며 여러 생물군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 2급인 물장군과 맹꽁이 등을 비롯하여 물여귀 등의 습지식물과 곤충, 양서류와 파충류 등이 습지 주변에 있다. 행정구역 상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했으며 남조로변을 이용하여 진입을 하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조로행 버스를 타고 충혼묘지에서 하차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물영아리는 오름 탐방과 습지의 생태를 함께 만나는 덧셈의 탐방로라 할 수 있다.

또한 화산체를 빙 둘러 만들어진 물보라길은 제주의 정취를 비롯하여 생태 환경과 자연 미가 넘쳐나는 도보여행지로 구성이 되어 있어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다.

 

 

-물영아리 탐방기-

주말에 몰아친 강풍과 폭우로 인하여 휴일의 여정은 여간 고민스러웠고 이른 시간에 눈을 떴지만 방향이나 장소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봄의 중심인 만큼 어디를 가나 고사리 한 바구니 정도는 채취를 할 수 있는지라 동부권을 선택하고 물영아리 일대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집중호우였던 만큼 분화구의 물의 양도 짐작이 되었고 모처럼 좋은 분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던 때문이다.

이동하는 동안 흐렸던 날씨가 맑아지면서 탐방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과분할 정도였다. 흐린 날씨라 전망을 포기하고 습지 주변의 생태 정도를 구경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으나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여러 번 찾은 곳인데다 갑자기 화려해진 날씨는 머뭇거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진입로를 지나 목장 옆길에 도착을 하니 별천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웠고 새벽까지 봄비에 씻긴 초원과 산세는 청정의 정도를 극치로 느끼게 해줬다. 이런 곳 이러한 분위기를 혼자 느낀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고나 할까. 초입을 지나는 동안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초지는 탐방에 앞서서 한껏 분위기를 설레게 했다. 어디까지가 풍경이고 어느 면부터가 그림인지 화려함에 자꾸만 눈길이 멈춰졌다.

초록의 계절은 그렇게 맞아줬고 정지되지 않는 동선은 가능한 느린 걸음을 주문하며 비틀거리게 했다. 오름의 하단부에서 산정부에는 인공림과 자연림이 조성되어 있다. 물영아리 오름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 늑대소년 촬영지로도 제법 알려진 곳이다. 오늘만큼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고 내가 자연 속의 주인공이 되어 베풀어주는 모든 것을 챙기고 싶을 따름이었다.

초원 옆길을 따라 오름 기슭 아래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삼나무 군락이 길을 열어줬다. 작지(자갈)와 목재로 구성을 한 바닥은 빠른 진행을 한사코 말리면서 힐링의 정도를 높이라고 한다. 오전 햇살에 실린 그윽한 숲 향이 풍겨 오기에 애써 킁킁거리면서 취하려 했다. 진입 후 만나는 작은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곳은 근년에 구성을 한 물보라길 진입로이다.

오름의 둘레를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이며 말이 필요 없는 자연 도보여행지이자 숲 탐방로이다. 화구호를 만난 후 필히 물보라길을 다시 걷는 것으로 계획을 추가했다. 물영아리와 물보라길은 제주시나 서귀포시를 기준으로 할 때 이동성이나 현장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필히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부까지 목재 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며 직선형으로 구성이 된 때문에 경사가 심한 편이다. 

다소 힘들기는 하지만 중간마다에 쉼터가 있기 때문에 느린 걸음의 미학을 살린다면 큰 어려움이 없다. 욕심만으로는 오름 사면의 둘레들 돌면서 탐방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생태나 환경 등 최소한의 시설로 만들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계단에는 쉼터 몇 곳이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햇살을 가릴 정도인데다 그윽한 숲 향이 있기에 기꺼이 쉬어가도 좋다. 정상 근처의 어깨선을 지나 다시 낮은 경사를 따라 화구로 향했다.

화구호 주변의 식물은 그 분포가 다양하며 분화구 내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그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탐방로의 오르막과 정상까지(東)는 삼나무가 주를 이루지만 정상에서 화구로 이어지는 곳에서는 다른 잡목들이 자생하고 있다. 아직은 덜 익은 계절인지라 가지를 치장하는 잎새들의 모습에서 마르지 않은 연 초록색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물이 고인 화구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이미 예상을 했던 만큼 역시나 제법 많은 양의 물이 고여 있었다. 집중호우인 탓에 흙탕물은 아닐지 염려했지만 어느 정도 정돈이 된 상태였기에 설레고 작은 흥분을 하게 되는 과정은 결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화구호까지 오가는 동안 사람 한 명도 만나지 못 했다. 휴일인데다 전날의 날씨와 새벽 날씨 상황이 그러한 때문에 아마도 물영아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용했다. 너무 고요했다.

 

물영아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까마귀라도 짖어대면 어울릴 법하건만 유별나게 한적한 상황이었다. 텃새조차 텃세를 부리지 않았기에 혼자만의 세상이 되었다. 보름 정도만 더 늦게 찾았어도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텐데.....

예전에 찾았던 시기 중에 아마도 그때쯤으로 기억이 되기에 더러는 아쉬움도 느끼게 되었다. 이곳 습지의 생태는 같은 계절일지라도 시기적으로 다른 환경이 이뤄진다. 초봄에는 북방산개구리가 주를 이루고 오월의 향연이 펼쳐지는 시기에는 참개구리들이 그 주인공이 된다. 행여 이들의 움직임이 있을까 유심히 관찰을 했지만 결국 만남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늘빛은 고사하고 비나 내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출발을 했는데 완전히 반전이 이뤄진 상태이다. 유난히도 하늘마저 깨끗한 데다 봄 햇살이 화구 주변을 비추면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 하게 말렸다. 관리소 옆 난간을 차지하여 털썩 주저 않은 채 구석구석을 바라봤다.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혼자 보고 느끼기에는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처럼의 방문이라 등성의 일부를 살피기로 했다. 오가는 이들이 없는 틈을 노린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오름 등성 안쪽 기슭 위에 묘가 몇 기 있고 길의 흔적이 나 있어서 조심스레 다가갔다. 입구에 뱀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있지만 시기적으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진행을 했다. 묘가 있는 등성에 도착을 하니 비로소 하늘이 더 많이 열렸다.

산담이 없는 묘 몇 기가 숨어 있었다. 어느 시기에 어떻게 이곳에 망자를 맡기고 넋을 기릴 것을 생각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있는 신성한 곳이면서 영험함이 깃든 터라 하지 않았던가. 행여 하는 생각으로 외부로의 전진을 시도했지만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잡목들과 덤불들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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