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볕이 뜨거워질수록 화려해지는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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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볕이 날카롭게 쏟아지는 가운데 유지매미들이 자지러지게 울어댑니다. 산책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헉헉 숨이 가빠지며 자연스레 나무 그늘을 찾아 걷게 됩니다.
잠시 그늘에 서서 시야를 넓혀보는데 뜨거운 볕 아래 너무나 화려한 나무가 보이는 것입니다. ‘자귀나무’ 꽃이 나무 한가득 피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자연스레 그 나무를 향해 발길을 옮겼지요. 그런데 나뭇가지 사이에 앉은 큰부리까마귀가 방해꾼이 온다면서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주변에서 한 두 마리의 새가 합세하니 용기가 생겼는지 시끄럽게 울던 새가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날아들더군요. 하지만 공격을 하지는 못하고 근처에서만 맴돌았지요. 도대체 저 나무에 무엇을 숨겨두었기에 저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가지를 넓게 펼친 자귀나무의 아름다움만 확인하고 돌아섰습니다.
그나저나 자귀나무 꽃은 참 화려합니다. 꽃은 7월에 암수한꽃으로 피어나는데 작은 가지 끝에서 15-20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달리지요. 녹색 꽃부리에서 약 25개의 긴 수술들이 뻗어 나와 공작새의 깃털처럼 활짝 펼쳐졌는데, 수술의 아랫부분은 흰색이고 윗부분은 분홍색을 띠어 꽃의 빛깔과 모양이 아주 곱습니다.
환하게 빛을 내는 자귀나무 꽃으로 제비나비가 홀연 날아들어 나무를 한 바퀴 훑습니다.
제비나비가 자귀나무 꽃에 매달리는 사이 자귀나무 아래에선 비수리에 남방노랑나비가 날아들어 배끝을 잎에 살짝살짝 부딪히더군요. 왜 그런 것일까요?
나비가 날아간 후 비수리를 살펴보니 잎 이곳저곳에 포탄처럼 생긴 하얀 물체들이 매달려있습니다. 남방노랑나비가 알을 낳은 것이었습니다. 한 마리가 전부 낳은 것은 아닐 테고 저 비수리는 참 인기가 많네요. 며칠 후에 이 비수리를 찾아오면 남방노랑나비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자귀나무를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 아래 활짝 펼쳐진 분홍색 꽃들이 참 곱기도 했습니다. 꽃을 감상하느라 뜨거운 볕 아래서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었지요. 자귀나무 그늘을 벗어나니 잠시 잠잠해졌던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더군요. 기온이 점점 오르네요. 더위 조심하십시오. |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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