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탐라계곡'으로 가는 길...왜 그리 답답하고 슬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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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탐라계곡'으로 가는 길...왜 그리 답답하고 슬픈 것인지..
  • 고현준
  • 승인 2022.07.13 16: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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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곡 파괴,,조릿대 점령한 한라산, 이대로 놓아 둘 것인가

 

 

 

 

오랜만에 관음사에서 탐라계곡까지 걷게 됐다.

지난 10일 예전에 큰 문제로 지적됐던 탐라계곡 파괴 문제에 대한 실상을 봐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이 문제를 제보했던 강영근 한라산사진작가(본지 명예기자)와 함께 동행해서 취재차 가 본 것이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는 한라산속으로 들어가면 조금 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산 속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많은 탐방객이 쉴새 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조릿대가 점령한 한라산은 이미 우리가 예전에 보아 왔던 그런 아늑한 길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릿대 군락은 이미 손을 쓸 수 조차 없을 정도로 한라산을 다 잡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산수국이 점점 쇠퇴하는 중이다

 

 

더욱이 탐라계곡으로 가는 길에 아름답게 피어 보라색 꽃을 자랑하던 산수국 꽃밭길도 이미 조릿대 군락에 밀려나 소수의 개체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조릿대 보다 키가 큰 나무 외에는 남아 있을 들꽃도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릿대 퇴치에 나서봤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손을 놓는다면 아마 머지않은 장래에 한라산은 조릿대만 남은 황량한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 틀임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식물전문가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길을 만들어 다니면서 조릿대를 밟아주기라고 했는데 지금은 탐방로로만 가도록 돼 있어 조릿대가 더욱 성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풍혈..냉한 바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풍혈..냉한 바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강영근 작가는 “한라산국립공원 직원들이 사용하는 모노레일 주변은 조릿대가 모두 잘 정리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뭔가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탐라계곡에 당도했을 때 가장 먼저 양쪽에 서 있었던 아름드리 나무가 잘린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강영근 작가는 “예전에 이 나무들은 양쪽에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이번 공사를 하면서 무참하게 잘려나갔다”고 분개했다.

계곡 아래를 보니 큰 돌에 쓰여진 숫자가 보였다.

강영근 씨가 제보한 사진에 따르면 엄청 큰 계곡 돌들이 무참하게 깬 흔적으로, 아직도 이곳 계곡에는 보여지는 숫자만 해도 8번과 22번 등으로 도대체 얼마나 이곳에서 엄청난 파괴가 있었는 지를 증언하는 듯 했다.

입이 벌어질 정도의 탐라계곡 파괴는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던 흔적과 무너져 떨어진 돌까지 다양한 파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예전의 아름답던 탐라계곡은 이처럼 무참히 깨어져 나간 것이다.

이와 관련 강영근 작가는 "당초 탐라계곡 공사는 목교와 등반객들의 안전을 위해 물길을 돌린다며 대규모 공사를 한 것인데 공사후 1년이 지난 지금 목교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탐라계곡 파괴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8번이라는 숫자가 선명한 파괴현장
22번이 선명한 계곡파괴 흔적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버린 현장

 

 

왜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이같은 계곡파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어 더 이상 제주에서 계곡파괴는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내려가는 길..

내려오면서 보는 관음사 탐방로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랑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또 있었다.

탐방로를 돌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걷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얘기다.

그냥 놓아두어도 될 탐방로에 돌을 깔아 자칫 잘못 삐끗하면 발목이 삘 정도로 가팔랐다.

올라 갈 때는 못 느꼈는데..내려 올 때 보니 걷기에 불편했고 또 너무 힘든 길이었다.

 

돌로 된 길은 걷기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라산을 걷는데, 이처럼  답답하고 슬픈 기분만 드는 건 왜일까..

가끔 만나는 작은 계곡물 안에는 개구리가 살고 있었지만, 그 위로는 소금쟁이가 다니고 있었다.

이미 한라산 계곡 물조차 2급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우리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한라산도, 물도, 꽃도 다 죽어가는 중이다.

탐라계곡 등 한라산에 대한 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강영근 한라산 사진작가
탐라계곡 등 한라산에 대한 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강영근 한라산 사진작가

 

 

탐라계곡

 

 

 

돌이 무너져 내린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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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근 2022-07-13 17:57:41
이제 탐라계곡을 무참하게 파괴 초토화 시킨지 1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계곡(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 지리산 칠선계곡)이었는데

언제부터 건천이 되어버렸던 탐라계곡이었는데...
날벼락 같은 공사를....

1년이 지난 오늘 자연은 아프다고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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