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0호 지정..선흘1리 먼물깍(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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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0호 지정..선흘1리 먼물깍(습지)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2.12.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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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이곳에서만 있다는 제주고사리삼 자생..람사르습지 등록돼 습지보전법 보호

선흘1리 먼물깍(습지)

 

제주도 기념물 제10호 동백동산(1971년 지정), 람사르습지(2011년 3월 지정)
위치 ; 조천읍 선흘1리 산12번지. 동백동산 서쪽에서 산책로를 따라 약 1㎞ 지점.
유형 ; 자연유산(습지)

 

선흘1리_먼물깍

 

습지는 민물이나 바닷물이 고여 있거나 흐르는 지역을 말한다. 밀물 때 수심이 6m를 넘지 않는 해안도 포함된다. 그러니까 갯벌, 호수, 하천, 연못, 저수지, 늪, 오름 분화구 내 호수, 해안 조간대는 물론 염전과 논도 습지에 포함된다.

특히 한국의 서남해안은 지구상에서 5대 갯벌 중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큰 갯벌을 갖고 있지만 간척을 하거나 매립해 농경지와 주거지, 공단, 항만 배후지, 심지어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지금은 반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예전에 습지는 쓸모없는 땅, 지저분한 곳, 병원균의 온상 정도로 인식돼온 탓이다. 습지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습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습지는 생산력이 뛰어나 갯벌의 경우 1ha 당 9990달러로 농경지의 1백배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은 서식처 중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유해물질을 흡수분해하고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환경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습지는 그래서 '지구의 콩팥'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습지가 훼손될 경우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습지의 중요성은 1971년 이란의 작은 마을 람사르에서 물새와 습지에 관한 국제회의가 열려 '람사르협약'이 채택되면서 국제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을 거치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람사르협약에 가입해 강원도 인제군의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경남 창녕의 우포늪 등 전국 17곳이 람사르습지로 등재됐다. 제주도에서는 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고지에 이어 동백동산이 등록됐다.

선흘1리 동백동산은 동백동산이 지니는 특이한 의미는 제주도 중산간 지역이 파괴되기 이전의 원 식생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이곳은 본래 조천-함덕 곶자왈지대의 선흘곶자왈에 포함되는 곳으로 오래된 동백나무가 많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숲의 이름은 동백동산이지만 동백나무는 서쪽 입구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을 뿐 다른 구역에는 많지 않다.

동백동산은 습지보다는 희귀식물이 훨씬 일찍 인정받았다. 육박나무와 백서향을 비롯해 변산일엽, 골고사리, 새우란, 사철란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원식생을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제주도에서 평지에 남아 있는 가장 면적이 넓은 난대성 상록활엽수 천연림으로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빗죽이나무, 동백나무, 새우난초·보춘화·사철난 등을 비롯하여 2000년 경에는 지구상에서 이곳에서만 있다는 제주고사리삼도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김문홍, 선병윤에 의해 발견되었다.

습지를 포함해 다양한 자연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동백동산은 물장군, 왕잠자리 등 수서곤충류와 쇠살모사, 제주도롱뇽, 참개구리 등 양서류의 산란장소이기도 하고, 노루, 오소리 등 포유류와 동박새, 제주휘파람새, 큰오색딱따구리, 각종 여름철새와 겨울철새의 안전한 서식처이기도 하다. 희귀식물 뿐 아니라 동물 생태의 핵심적인 공간으로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동백동산에는 새로판물, 봉근물, 확통 등 크고 작은 습지가 많다. 선흘2리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점성이 강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판형으로 굳어진 빌레용암이 덮인 뒤 그 중 주변보다 낮은 곳에 물이 고인 것이다.

또 조금만 비가 오면 습지로 변했다가 다시 말라 버리는 곳도 많으며 전체적으로 습기가 많다. 빌레용암 아래에는 굴이 생기고 위에는 연못이 있는 특색을 보여준다.

동백동산의 대표적인 습지인 먼물깍은 동백동산의 암반지대 위에 있다. 먼물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이란 뜻이고 깍은 끄트머리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먼물깍 습지는 넓이 약 500㎡, 평균 수심이 1~2m로 동백동산 안에서 가장 넓고 깊다. 곶자왈 안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대가 낮은 이곳에 고여 연못을 이룬 것이다.

과거에 선흘리 주민들이 주변에 담장을 둘러 말이나 소에게 물을 먹이던 곳이었으므로 습지를 둘러가며 인공적으로 조성된 돌담이 남아 있으며 이곳까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정도의 길이 나 있으나 지금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습지보전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어 자동차의 통행은 금하고 있다. 먼물깍 바로 서쪽에는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된 작은 물통이 있다.

동백동산 습지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매와 멸종위기종 2급인 순채, 팔색조, 비바리뱀, 삼광조, 벌매를 비롯해 원앙, 물장군, 물부추 등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흰뺨검둥오리 등 철새들도 찾는다.

먼물깍에는 그 밖에도 택사, 실말, 마름, 송이고랭이, 세모고랭이, 좁은잎미꾸라지낚시, 물꼬리풀, 통발, 흑삼릉, 올방개 등 수생식물들이 있고, 남동쪽 물가에는 석위도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노루발풀도 보인다.

쇠백로, 해오라기, 유혈목이, 누룩뱀, 참개구리, 제주도롱뇽 등의 동물과, 소금쟁이, 장구애비, 물방개류와 물땡땡이류 등 곤충들이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어리연꽃이 먼물깍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나 지금은 순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미디어제주 120621 고희범 글 참조)

이 중에 통발은 식충식물로 원래는 이곳에 없었던 식물이다. 한경면 지역의 논밭에 많았던 것인데 아마도 철새들이 이곳으로 옮겨준 것으로 추정된다.
《작성 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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