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고)태풍의 분노를 잠재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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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태풍의 분노를 잠재우자
  •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 승인 2013.08.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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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호 소방방재청장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태풍을 순수 우리말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정답은 ‘싹쓸바람’ 이다. 무엇이든 다 쓸어갈 정도로 강한 바람이라는 뜻이다.

해마다 여름과 초가을이면 태풍이 온다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곤 한다. 그리고 태풍의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인재(人災)냐, 천재(天災)냐’를 두고 옥신각신한다. 그러나 태풍이 막상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태풍에 관한 경각심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찾아오지만 너무나 익숙하기에 무감각해져 버리기도 한 자연재난,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인식되어 있는 태풍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태풍은 길어야 1~2일 정도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많은 피해를 준다. 그런데 그 피해는 엄청나서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평생 동안 일군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폐허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태풍은 지진과 달리 언제 어디서 발생해서 어떤 경로로, 어떻게 찾아오는지, 예상되는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예측할 수 있는 자연재난이다. 따라서 미리 대처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태풍의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최근 10년(2002~2011년)간 태풍 현황을 보면 한해 평균 22~23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이중 2~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여름에는 9~11개의 태풍이 발생하여 이중 1~2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풍피해는 주로 많은 강수와 강한바람에 의해 발생한다. 1953년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유발했던 태풍은 ‘사라’였다. 태풍 사라는 제주도에 상륙한 당시에 초속 39.2m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었는데 사망과 실종만 849명이었고, 무려 37만 3459명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다.

피해액으로 보면 2002년 8월 30일에 상륙한 태풍 ‘루사’이다. 무려 5조1479억 원에 해당하는 피해를 일으켰다.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강풍의 세기는 2003년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안겨준 태풍 ‘매미’가 가장 강력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0m로 시속으로 환산하면 216km라는 엄청난 속도였다.

지난해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일 년에 태풍 4개가 상륙했다. 특히 태풍 ‘덴빈, 볼라벤, 산바’ 3개의 태풍이 연이어 찾아와 전국적으로 강풍에 의한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처럼 태풍은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힌다. 그러고 보면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옛 선조들은 하늘을 원망하여 받아들였지만 오늘날에는 과학의 눈부신 발달과 체계적인 수해방지시설을 확충하고 태풍에 대비한 시설점검을 철저히 하는 한편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소화천 등을 정비하고 풍수해보험 제도를 도입 시행하는 등 예방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한반도를 찾아오는 태풍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강도는 더욱 커지고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유사한 강력한 ‘수퍼태풍’이 우리나라에 올지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49일간의 최장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로 산사태, 급경사지 붕괴 등 위험지역이 많아졌다. 만약 태풍이 온다면 이 지역에서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 따라서 위험지역 안전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인명피해 우려지역 사전 대피 조치와 태풍 대비 행동요령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한편,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예리한 통찰력과 현장 행정으로 극한 피해상황을 가정하여 태풍으로 인해 되풀이되는 피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만일 태풍이 온다면, 엄청난 위력의 강풍이 분다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물폭탄이 쏟아진다면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예방법을 강구한다면 태풍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인이 “태풍이 한 나무를 부여잡고 괴로움을 흔들 때 모르고 싶어라” 고 읊은 것처럼 태풍이 재난이 되느냐 자연현상이 되느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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