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나무 살리기, 누가 '직'을 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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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나무 살리기, 누가 '직'을 걸 것인가?
  • 강문상
  • 승인 2013.09.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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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재선충병으로 고사된 소나무 제거작업에 제주시, 서귀포시는 1일 60여명을 지원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 필자 역시 공직자로서 예외 없이 투입되었다.

현재 도 전역에 식재된 소나무는 전체 산림면적의 18%로 1만 6천여 ha를 차지하고 있어 소나무림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산림경관의 폐해는 대재앙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올곧은 선비의 표상으로 화폭에 곧잘 등장해 왔으며, 우리 민족의 기상으로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나무이다. 따라서 소나무를 반출하거나 무단 벌채하는 것조차 법과 제도로 묶어두면서 가꾸어 나가는데 매진해 왔다.

이렇듯 우리 삶의 애환으로 각인돼 왔던 강인한 소나무가 전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중산간 아래 지역을 기점으로 가을단풍의 풍광을 보는 것처럼 붉게 타들었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라산국립공원마저 사각시대에 젖어들 위기직전이다.

그나마 재선충병에 감염된 솔수염하늘소가 9월을 기점으로 성충이 되는 내년 4월까지 잠복기인 탓에 더 이상의 급속한 확산은 주춤한 상태이다.

현장 인부들에 따르면, "이미 인간의 손으로는 한계를 떠난 최악의 상황"이라며 체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인간의 위대한 힘으로 대재앙에 맞설 수 있는 실험기한을 내려준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1일 120명의 인력을 투입, 140여 그루를 처리한다고 하니 5만여 그루의 고사목을 처리하려면 1년이 넘는 기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기일을 1/3로 줄이려면 지금보다 세 배의 전문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특히 제주는 지형상 장비투입이 어려운 산악지대이거나 소나무를 둘러싼 빼곡한 하생식생과 덩굴로 인해 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음에 따라 안전을 답보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칠십리축제, 종합감사, 행정사무감사,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 탁상에 앉아서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 공무원만 동원한들 작업 속도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군인을 추가 동원해도 역부족이라 본다.

다만, 전문 인력이 베어낸 소나무 잔가지 제거와 파쇄, 훈증작업의 도우미 정도는 기대할 수 있으나 훈증에 쓰이는 약제(메탐소듐액제)에서 풍기는 썩은 하수구 악취와 방재포 작업에 필요한 야산에서의 흙 파는 작업도 만만찮아 단순 자원봉사 성격과 같이 공무원 머리 숫자와는 무관해 보인다.

숙련공의 일당이 15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5만 그루를 처리(1인당 4그루 기준)하려면 연 12,500명으로서 약 20억 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소나무를 살리는 데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예비비는 이럴 때 쓰라고 책정해 둔 것이므로 전문 인력을 도내뿐만이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 일거에 투입해야 한다.

인부들에게 체육관 등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대책도 선행되어야 한다. 하루 60여 명의 애꿎은 행정시 남성공무원만 내몰거나 사회단체장의 참여 호소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행정은 툭하면 민생시책추진팀이다, 무슨 팀이다 만들었고, 감귤파동이다, 마늘 파동이다 표심 떨어지는 농심 달래기에 전 행정력을 올인했었다.

지방의회와 정치, 사회단체 역시 온통 행정시장 직선제니, 차기 지방선거니 잿밥밖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도지사 또한, 일개 국장에게 '직을 걸고 처리하라'고 했다 하나 직을 걸어야 할 분이 누구인지 죄송하지만 아니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작금, 우리는 자연이 부여해준 시한부와 같은 운명에 섰다. 모든 정적을 내려놓고 지혜를 모아도 부족한 시한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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