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후의 제주도를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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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후의 제주도를 생각한다면...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0.11.0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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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해군기지 관련 강정주민 백지화 선언과 ‘아량’





해군기지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분위기다.


우근민 제주도정이 최대현안으로 떠올린 과업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먼저 해군기지 해결의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은 강정주민이었지만 이에 대처하는 제주도정의 방식은 미비했다.


강정주민들의 뜻을 왜곡한 탓이다.
강정주민들은 거의 백기를 들고 투항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들의 기나긴 3년여의 고통을 누가 알기나 할 것인가.
그러나 제주도정은 안일하게 대처했다.


형식적인 과정을 떠올렸던 것 같다.
형식적으로나마 마을주민회의를 여는 시늉만 해도 문제는 해결될 것처럼 본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마을회의도 제대로 열지 않았고 통보 정도로 해군기지 유치반대를 만들어 버렸다.
강정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적어도 공식적인 과정이 아니었을까.


공고를 내고 적극적으로 해군기지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유치할 경우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 지를 낱낱이 밝히면서 더욱 강화된 홍보를 원했을 지 모른다.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강정주민들은 더욱 날선 목소리를 내며 강력한 투쟁을 선언해 버렸다.


서로가 물러설 수가 없게 된 입장이다.
2일에는 해군기지반대범대위가 원천재검토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해군기지 문제는 기지가 건설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보다도 제주도 전체를 생각하며 추진해야 할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분명 해군기지 문제는 양손의 떡이다.
어떤 경우든 제주도에는 이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제주도는 세계적인 환경의 섬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한참 피고 있는 제주관광의 열기를 생각해야 하고 더욱이 앞으로 10년후 100년후의 제주도의 모습까지 그려가며 그 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후에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있을 때와 100년후 지금 그대로의 제주도를 비교하며 어떤 제주도가 우리가 원하는 제주도인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이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는 환경파괴와 수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제주도정은 단지 산업화의 과정이라며 개발정책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 후 우리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컸었던가를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그 말도 함부로 입으로 뱉을 말은 아니다.


선보전 후개발을 천명한 취임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밤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후 한라산에 오르고 다시 부두로 와 배를 타고 가 버리는 관광객은 제주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제주도를 더럽히고 쓰레기나 남기고 가는 관광객도 우리는 원할 필요가 없다.


제주도가 원하는 관광객은 제주도의 환경을 사랑하고 제주도가 좋아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제주도민들과 마주 앉아 대화도 나누며 동네 물건 하나라도 사 주는 그런 관광객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대도로가 뚫린 후에는 마을과 관광객의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불편한 건 별로 큰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제주환경을 어떻게 이대로 지켜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해군기지와 관련해 제주대의 한 교수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더 버텨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많은 고생들을 했지요. 제주도는 100년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때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있는 것과 없을 때를 비교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제주도정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중국은 또 어떻습니까. 지금 제주도로 많은 중국인들이 오고 있는데 만약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중국인들이 제주를 찾겠습니까?”라며 해군기지 무용론을 주장해 관심있게 들은 적이 있다.


해군기지 문제는 난제임이 분명하지만 풀려고만 한다면 못 풀 일도 없다.


해군기지가 오든 안 오든 제주도의 100년 후를 생각하라는 한 교수의 조언을 참고해서 이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랄 수 밖에..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강정주민들의 제안서 백지화 선언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정주민들의 아량’을 언급한 바 있다.


아량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베풀 때 쓰이는 말이다.


우 지사는 정부에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요구할 일이지 제주도민이나 강정주민에게 쓸 말은 아니다.
지금 아량은 우근민 도지사가 강정주민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제대로 씻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같이 해 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때다.
더욱 중요한 선택은 이를 모두 다 도지사가 짊어져야 할 과제라는 사실이다.


도지사는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한다.
눈앞의 것만 보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지금 현재의 도지사의 선택은 자명하다.


100년후의 제주도를 생각하며 모든 일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런 후라고 한다면 제주도민은 제주도지사를 넓고 큰 아량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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