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쨍하고 맑은 날
햇살이 눈이 부신 것인지 억새가 눈이 부신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티 없이 맑은 겨울 아침, 공기마저 날카로워 머리가 쨍하고 깨질 것만 같습니다.
수생식물원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에는 하얗게 눈꽃이 피어있군요.
수생식물원 가장자리에는 살얼음이 끼었습니다.
수면에 닿을 듯 말 듯 떠있던 둥근 수련 잎들이 대부분 얼음 안에 갇혀버렸군요.
연못을 향해 가지를 뻗은 제주산버들의 붉은 가지가 아침 햇살을 받고 반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물 안에 있는 수련과 물 밖에 있는 제주산버들 중 누가 더 추울지 궁금해집니다.
살얼음이 끼지 않은 곳에서는 물닭들이 유유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짙은 하늘빛으로 물든 겨울 연못 풍경이 때로는 이처럼 평온해 보일 수도 있군요.
아, 수면 위로 삐죽 솟아오른 택사 줄기에는 동그란 보석들이 매달려있네요.
투명한 얼음 덩어리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조차 아름다워 보입니다.
연못 가장자리로 떠밀려온 순채 줄기도 살얼음 사이에 끼어버렸지만 그 모습 또한 예쁩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한라산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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