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벌써 이만큼!
빗물이 채 마르지 않은 벚나무 줄기가 거무스름하니 다소 어둡게 보이는군요.
아직 벚나무숲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하기야 추운 겨울에 너무 일찍 새싹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겠지요?
하지만 저 앙상한 숲에서는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제주상사화가 잎을 밀어 올렸거든요.
벌써 이만큼!
제주상사화는 8월에 꽃을 피웁니다.
특이하게도 꽃이 피는 시기에는 잎이 보이지 않지요.
늦겨울에서 이른 봄 제주상사화는 잎을 돋아냅니다.
그렇게 서둘러 돋아난 잎은 4-5월 사이 무성해지면서 6월에 절정을 이루지요.
하지만 더위가 찾아오면 잎은 누렇게 시들어버립니다.
잎이 시들고 8월이 되면 난데없이 꽃줄기가 길쭉하게 자라나 그 끝에 황미백색 꽃을 피워냅니다.
그래서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지요.
사람들은 이를 보며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여겨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식물이지요?
이번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아서 그런지 벌써 잎이 저만큼이나 자랐습니다.
마치 싹 돋아난 양파처럼 보이지요?
벚나무들 앙상하게 서있는 숲 바닥에선 제주상사화들이 벌써부터 꿈틀대며 싹을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
부지런도 하지요?
‘탁 딱 따닥 닥!’
고개를 돌려보니 큰오색딱다구리도 부지런히 나무를 쪼아대며 먹이를 찾는 중입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