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꿩 꿩 꿕~  

               

 

 

부시럭 부시럭 낙엽 헤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을 옮겨보았더니 모여 있던 수꿩 몇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아쉬워서 타닥 타다닥 거칠게 낙엽 위를 달리는 꿩 한 마리를 쫓아 보았지요.

 

 

 

 

꿩은 빠른 속도로 근처 제주조릿대군락으로 몸을 숨겨버렸습니다.

하지만 조릿대를 가르며 도망을 치던 꿩이 오래지않아 빨간 피부를 드러낸 얼굴을 불쑥 들어 올리더군요.

사람과 눈이 마주친 꿩은 다시 언덕 너머 숲으로 숨 가쁘게 달음질치며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마치 “나를 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니 니들도 조심해!”라고 전달하는 듯 큰 소리로 길게 울어대더군요.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진 조릿대 군락 위쪽에선 참개암나무 꽃이 살랑거리며 이 꼴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대편 숲에서 도망치며 울어대는 꿩의 소리에 대답을 하는 듯 꿩꿕~ 울어대는 수꿩이 또 보입니다.

 

 

 

 

이 꿩은 별다르게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는지 대답을 하고는 의연하게 숲 바닥을 쪼아대더군요.

 

 

 

 

그리고는 느릿느릿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우습게도 숲에서 벗어난 곳에서 거니는 수꿩을 한 마리 더 만났습니다.

이 꿩은 화려한 몸색을 뽐내며 참 도도하게도 걷더군요.

한데 모였다가 사방으로 흩어진 수꿩들, 과연 이들은 무슨 작당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