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둔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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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둔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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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82.2m 비고:152m 둘레:2,567m 면적:360,185㎡ 형태:말굽형

 

둔지오름

별칭: 둔지봉(屯地峰). 둔지악. 둔지봉(屯旨峰)

위치: 구좌읍 한동리 산 40번지

표고: 282.2m 비고:152m 둘레:2,567m 면적:360,185㎡ 형태:말굽형 난이도:☆☆☆

 

 

 

마(馬)군을 거느린 둔마의 우두머리의 어깨에 올라 전망을 즐기고...

 

정확한 뜻을 알 수는 없으나 제주에서 둔지라 함은 평지보다 조금 높은 언덕이나 터 등을 일컫는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둔덕을 떠올 릴 수 있는데 동산이나 산(山)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따르는 곳을 표현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둔지 자체가 오름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일대에 둔지가 많이 있는 것과 연계하여 오름의 명칭으로 정한 것 같다.

다른 뜻으로는 풍수지리설에 의하여 말(馬) 떼를 거느린 둔마의 우두머리 형상이라 하여 둔지봉 또는 둔지오름이라 하였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오름의 왕국이라 할 구좌 권역의 중심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는 데다 주변에 큼직한 산 체가 없어서 사방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남향의 말굽형 오름이기는 하나 150m가 넘는 비고(高)가 말해주듯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와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원뿔형이나 피라미드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은 둔마의 우두머리 격이라 할만하다. 일찍이 명당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데 그런 상황과 관련이 있어서일까 기슭 아래쪽과 능선의 일부를 포함하여 묘들이 있으며 특히나 굼부리 앞쪽은 산담을 두른 곳을 비롯하여 많은 묘기들이 있어 공동묘지를 떠오르게 한다.

이런 입지를 고려하여 주변을 살피면 일찍이 용암 암설류에 의하여 생겨난 자연스러운 봉우리들과 망자들을 맡기고 인위적으로 쌓은 봉우리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외부에서는 가파르게 보이지만 실상 정상으로 가는 과정은 비스듬한 능선을 따르게 되며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탐방에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북쪽 사면과 기슭에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조림되어 숲을 이루고 있으며 남사면에는 소나무 외에 여러 잡목들이 자라고 있다. 정상부에는 억새들이 만발하여 계절마다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는데 무릎을 넘어선 억새 띠들 틈에서 사방으로 열리는 전망을 즐길 수가 있어 기분도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둔지가 많다고 한 것과 관련하여 이 오름의 북서쪽에는 화산체는 아니지만 낮은 언덕이 있는데 정상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이곳은 구름언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일찍이 김영갑 선생의 포토존으로도 잘 알려졌으며 드넓은 농지의 품에 안긴 채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전망의 효과를 느끼게 한다. 인근의 다랑쉬나 돝오름 등의 유명세에 밀리지만 제주의 동북부 지역 오름 탐방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둔지봉 탐방기-

둔지봉으로 향하는 곳은 전투 모드를 포함해서 몇 곳이 있지만 표지판이 있는 북쪽을 초입으로 하고 남서쪽 기슭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라 이 루트를 선택했다. 입구부터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 다소 불편함이 따랐지만 길의 흔적을 따라 오르는 동안 편백나무를 만나게 되었고 은빛 억새들을 밀치면서 느리게 오르기 시작했다.

산책로에는 타이어 매트가 잘 깔려 있지만 무성하게 자라난 수풀들이 주변을 덮어서 약간은 불편함도 따랐지만 기슭을 넘을 때쯤에 삼나무 군락지가 나오면서 반전을 시켜줬다. 마치 숲 터널처럼 산책로가 이어지는 공간을 지나면서는 혼자 걷기에 참 아쉬움이 따를 정도로 운치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산책로에도 잡초들의 침범이 이뤄지고 있고 양쪽에 드물게 심어진 소나무들이 있는 계단에는 솔잎과 떨어진 솔방울 몇 개가 보이면서 허전함을 달래줬다. 씩씩하게 올라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솔방울을 핑계 삼아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이마에 적셔진 땀방울을 닦아냈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에 하늘을 바라보니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을 그려내는 자연의 아름다운 색이 눈을 사로잡았다. 조금 전부터 소리를 지르며 따라왔던 까마귀 두 마리가 계속 주변 하늘을 맴돌면서 홀로인 나를 주시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둔지봉에 도착하니 햇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맨 먼저 송신탑과 산불 감지 초소가 보였고 남서쪽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뒤편인 북쪽에서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줬고 청명하지만은 않지만 가을날의 하늘은 높지가 않고 낮게 구름을 드리운 채 분위기에 한몫을 더해줬다.

그런 하늘을 주시하다가 눈높이를 낮추니 이내 오름 군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오름 전망을 도와주는 관망도를 살핀 후 가까운 곳부터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돝오름을 시작으로 다랑쉬가 우쭐거리고 있었고 뒤로는 높은오름이 보이고 멀리에 아부오름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가을날의 둔지봉 정상은 자연의 풍경 외에 또 다른 그림을 선물해줬다. 북쪽의 하늘과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면서 희미하지만 멀리 청산도까지 눈에 들어왔다. 월정리 마을 주변으로는 풍력발전기들이 한가롭고 여유롭게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고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지미봉을 지나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오름 탐방에서 선택된 날이 아름다우면 주변의 오름 군락이나 사면의 모습도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인데 가을은 그렇게 편 가르기 식의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넉넉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 했다.

 

오름 관망도가 있는 곳에서 서쪽 방향으로 하게 되었는데 백(back) 코스를 유난히 싫어하는 까닭도 있지만 전진형의 탐방이 아무래도 바람직하다. 작은 소나무들 사이로 산책로가 있지만 역시 무성한 수풀들로 덮여져 있었는데 그래도 산책로 둘레의 경계를 표시해주는 구분선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려오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수풀지대에서 억새군락을 만났는데 허리 위에까지 자란 억새가 키재기를 하려고 덤벼댔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은 차라리 정겹게 느껴졌다. 능선을 내려오고 농로를 따라서 오름 둘레길을 걸어가게 되는데 기슭 아래에는 수십 개의 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둔지의 치부를 따라 능성 아래에 망자들을 맡기기에 적합했던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원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 체의 허리부터 정상부까지 올려다볼 수 있었는데 빽빽하게 숲을 이룬 채 피라미드처럼 높이 솟은 모습은 위엄이 있게 느껴졌다.

말(馬) 떼를 거느린 둔마의 우두머리 형상을 떠올리기에도 충분했지만 이 주변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최고봉으로서의 입지도 확실하게 나타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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