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모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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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모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9.0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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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305.8m 비고 : 86m 둘레 : 3,802m 면적 : 535,643㎡ 형태 : 말굽형(북동쪽)


 

모지오름

별칭 : 모자오름. 뭇지오름. 모지악(母地岳). 모자악(母子岳)

위치 : 표선면 성읍리 22번지

표고 : 305.8m  비고 : 86m  둘레 : 3,802m  면적 : 535,643㎡  형태 : 말굽형(북동쪽)

 

 

 

아비의 부름을 따라 옆의 아들을 지키며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있는 어미 화산체.

 

오름의 명칭이 정해진 연유가 더 두터운 정을 느끼게 하는 때문일까. 어머니가 아이를 껴안고 있는 형체를 닮았다고 해서 모자(母子)오름으로 정해진 것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모지(母地)악이나 모자(母子)봉 등으로도 부르지만 이즈음에 와서는 대부분 모지오름으로 정착이 된 느낌이다. 즉, 오름의 형상을 토대로 명칭이 정해졌다가 모자가 변형되어 터(地)를 우선으로 하는 모지(母地)오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모지오름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굼부리 안의 알오름의 존재를 토대로 하여 명칭이 붙은 것이고, 이 때문에 오름 능선의 정상부 주봉 일대는 에미(어미)동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말굽형 화구 안에 별도의 알오름(火口丘)이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며 모체의 바깥쪽인 번영로 도로변으로는 새끼오름들이 무리를 지어 있다.

둔덕이나 머체처럼 솟은 곳도 있지만 이른바 알오름이라 부르는 소화산체들이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완만한 등성이와 펑퍼짐하게 이어지는 정상부가 특별한 화산체로 보이지는 않지만 굼부리 안에서 엄마 품에 안긴 새끼오름과의 어우러진 모습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오름 주변은 목장과 농경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북동쪽으로 벌어진 굼부리도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고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다. 한편, 모지오름은 용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 구좌읍의 용눈이와 더불어 모지악은 용을 빗댄 유래도 전해지고 있다.

용이 놀던 터전이나 승천하는 용의 모습으로 비유를 했는데 모지악이 지닌 지세나 입지를 참고하여 전래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만큼 이 오름이 지닌 사연과 더불어 형세가 유별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모지오름 탐방의 묘미는 삼나무 숲을 오른 후 화구를 중심으로 정상부 둘레를 돌아보는 것이다. 또한 둘레를 돌고 난 후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서 어린아이(子)의 모습 주변을 바라보는 것도 포함을 해야 한다.

물론 어머니가 품은 아이의 모습을 연상하는데 그 의미를 꼭 부여하고 바라보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삼나무 능선은 별도의 산책로가 없어서 비교적 엉성하게 느껴지지만 자연적인 느낌이 남아 있으며, 이후 정상 능선에 올라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망을 즐길 수 있는데 그동안에 맑고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추슬러 준다.

등성을 따라 정상부까지는 온통 억새가 장악을 하고 있어서 구태여 탐방의 계절을 정할 필요가 없다. 멀지 않은 곳에 따라비(오름)나 큰사슴이(오름) 등의 걸쭉한 오름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명칭만큼이나 엄마 품속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모지오름은 방문한 오르미들에게 끈끈한 정을 담아주는 곳이다.

진입로는 몇 갈래의 길이 있으나 성읍리에서 제주마종부소 방향으로 이어가는 길이 비교적 편하다. 목장의 정비와 함께 시기적으로 부분 통제가 이뤄져서 다소 불편함도 있으나, 오르미들의 입장에서 불평불만보다는 주변 자연의 길을 택하는 슬기롭고 현명한 지혜도 필요로 하리라.

 

 

-모지오름 탐방기-

 

제주의 동부권 오름들 중에 성읍과 가시리권에 위치한 오름들은 왠지 정이 더 간다. 한 번의 탐방보다는 두 번 세 번 갈수록 그 깊이가 더 느껴지고 좀 더 가까이하고 싶은 곳들이다. 이러한 중심에는 따라비와 모지오름이 포함되었기에 그 일가를 만나보는 것이 우선적이다. 산 체가 보이는 소로에서 경방 초소를 거쳐 오르는 방법도 있는데 정해진 루트는 좀 더 안쪽의 철문을 이용하게 되어 있다.

삼나무가 주축이 되고 일부 편백나무가 깊은 숲을 이룬 기슭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였다.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깔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탐방로조차 없지만 이따금 찾는 이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올랐는데 경사가 만만치 않았지만 자연림 아래를 지는 과정이라 버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베어지고 잘린 삼나무 토막들이 여기저기 뒹굴었지만 불편이나 볼 상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며, 떨어진 이파리는 바닥을 메워 지나는 동안에 푹신한 느낌을 주면서 융단의 바닥을 부러워하지 않게 하였다. 바닥 층을 메운 잎과 가지들은 고사하여 퇴색이 되었지만 고개만 들면 푸름으로 장식을 한 삼나무들이 이내 반전을 시켜주었다.

등성마루에 도착을 하니 완만하고 평평하게 이어지는 어깨선을 이루고 있었는데 오래전 조림을 한 편백나무와 삼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볼품이 더해졌고 오름이라고 하기에 멋쩍을 정도로 길이 훤하게 트여 있었다. 경운기나 트랙터가 드나들 정도의 폭이면서 일부러 정비를 한 흔적임을 한 번에 확인할 수가 있었다. 

오르막을 거슬러 오르면서 만나는 등성의 한쪽은 주봉이 아니지만 전망이 좋은 터이다. 비로소 오르는 동안 쏟아 낸 기운을 회복하며 심호흡을 가다듬었고 그러는 동안은 풍경 놀이 시간이 되었다. 멀지 않은 곳에 펼쳐지는 오름 군락들이 실루엣처럼 이어지기에 하나씩 이름을 불러보면서 거칠었던 심호흡을 추슬렀다.

끝없이 펼쳐지는 오름 군락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오른 자들의 몫이다. 화산체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좌측을 먼저 따르는 것이 무난해서 이 방향을 따랐고 사열하듯 늘어선 삼나무 사이를 지나는 동안 그 아래로는 퇴색한 억새들이 터전으로 삼고 있었다. 이미 수확을 마쳤고 트랙터나 다른 작업차량이 드나든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

건너편 봉우리와 그 너머로 다시 오름 군락이 펼쳐지면서 머뭇거리게 하였는데 행여 여름의 중심에서 찾았다면 더한 푸름과 볼품이 있겠지만 욕심이라 여기며 지금을 부추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선 채로 보이는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었기에 구태여 뒤꿈치를 들지 않아도 되었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다. 주봉에서 도착을 하니 굼부리의 모습이 훤하게 보이고 앙증맞게 솟아오른 새끼오름의 모습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다소곳이 안겨 응석을 부리고 있는 모습으로 연상되었다. 보통의 농지 이상처럼 곱게 단장을 한 굼부리 내부는 그런 모자(母子)의 환경에 부드러움마저 느끼게 했다. 펑퍼짐한 등성을 따라 억새들이 터전으로 잡았고 조림사업 시기에 심어놓은 삼나무는 굼부리의 내부까지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모지는 북향의 말굽형을 지녔지만 터져나간 곳의 일부를 막으니 마치 원형처럼 보였다. 기슭을 따라 내려오면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전반적인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데다 농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고 주변에 목장과 농지들이 있어서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폭이었다. 허리와 어깨선을 따라 만난 화산체의 내부를 확인하게 되는데 마침내 굼부리 내부 한쪽에 도착을 하였다.

어떤 작물을 재배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수확을 마치고 다시 곱게 단장을 한 굼부리 안은 화산체의 내부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울음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웃음소리로 변하였다. 응석을 부리던 아이는 엄마가 보듬어주는 모정을 알아차린 듯 방긋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앙증맞게 솟아오른 새끼오름의 이런 환영과 환상에서 비로소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굼부리를 빠져나온 후 다시 초반부 등성에 오른 바로 그 장소에 다시 도착을 한 후 숨 고르기를 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풍경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도 마무리 과정이기에 다시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제 아들을 만나러 갈 차례이다. 조금 이동을 하면 장자오름이 있으며 그곳에서 다시 엄마를 바라보게 된다. 모지는 새끼를 품 안에 껴안고 있으면서 큰아들(장자)을 옆에 두고 있다. 또한 따라비(딸아비)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이 가족들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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