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봉아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봉아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04 2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65,5m 비고:36m 둘레:947m 면적:57,506㎡ 형태:말굽형


봉아오름

별칭: 봉아름. 봉개오름. 봉개악(奉蓋岳). 붉은오름

위치: 제주시 봉개동 1,811-1번지

표고: 165,5m 비고:36m 둘레:947m 면적:57,506㎡ 형태:말굽형 난이도:☆☆

 

 

자신의 일부를 배움의 터전으로 내어줘 원형은 잃었지만 심지가 살아 있는 화산체...

 

산체의 크기나 높이를 생각하면 보잘 것 없으나 오름의 유래나 명칭에 관해서는 복잡한 편이다. 행여 봉화(烽火)와 관련이 된 변음이라면 봉화 터가 있어야 하지만 그 흔적이나 이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뚜렷한 문헌은 없다. 오름 주변에 봉(奉)씨 성을 가진 선비가 살았음에 기초하여 봉개오름이라고 불렀다고도 전해지나 역시 자료가 확실하지는 않다.

마을 명칭이 봉개인 것과 관련하여 과거에는 봉개악리로 부르다가 봉개로 표기가 되었다는 내용이 그럴싸하다. 봉개 마을이 먼저인지 오름 명칭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차라리 봉개오름이라고 정해졌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지 모르나 결론은 봉아오름이기에 추측만 무성하다.

어쨌든 봉개 마을의 중추적 역할을 한 착한 오름인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구전되는 내용을 토대로 정리를 한다면 봉아오름의 예전 모습은 기복이 이뤄진 세 개의 봉우리가 말굽형의 굼부리를 감싸 안았다고 한다. 또한 굼부리 안에는 식수를 저장하는 봉천수 시설이 있었으며 이 물을 이용하여 논농사고 지었다고 한다.

해안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마을이지만 봉아로서는 마을의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명당이나 기운과 관련한 내용들도 전해 내려오는 것을 살펴보면 이와 무관하지는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 1983년 이곳에 대기고등학교가 들어서면서 본래의 모습은 잃었지만 정상부와 기슭은 화산체의 특성이 남아 있다.

교내의 진입로를 통하여 오를 경우 오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등성으로 보인다. 산 체의 균형이나 비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북사면의 농지나 농로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북사면이나 다른 방향으로 봉아를 만날 필요가 없이 대기고등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스승과 학생들의 교육열과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짧은 역사 속에서 전통의 명문고로 자리를 잡았다. 개교 이후 90년대에 들어서 대학수능에서 전국 5위와 3위를 한 것을 비롯하여 전국 수석 학생이 배출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나 할까.  그 이면에 봉아의 기(氣)가 흐르고 있는 때문이라고 한다면 억지나 우연으로 여기게 될까.

 

 

-봉아오름 탐방기-

찾았던 날은 주말이었는데 학교 정문을 통하여 들어서니 축구 동아리 회원들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좌측으로 주차장이 있으며 그 옆으로 오름 진입로가 보였지만 오름과 관련하여 이렇다 할 이정표나 표석 하나 없으며 교정의 뒷동산 정도를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름 입구에는 묘역 조성에 도움을 준 재일동포들의 공적비와 표창비가 세워져 있었고 비석의 우측으로 묘가 보였는데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풀베기 작업을 한 흔적이 보이지만 공덕이나 업적의 정도를 생각한다면 어쩐지 엉성하고 성의가 모자라 보였다.

구태여 관여할 일은 아니겠지만 봉아와의 첫 만남이라 괜스레 투덜거리게 되었다. 낮은 기슭을 따라 등성에 오르는 과정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살을 떼어내 배움의 전당으로 할애를 해준 상태이기에 전체적인 균형은 사라진 상태이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수풀과 덩굴이 장악을 한 등성은 한 발을 움직이기조차 거북한 상태였다. 특히나 수풀과 더불어서 유난히도 칡넝쿨이 많은 때문에 전진을 하는데 거칠게 방해가 되었다. 제주에 칡오름이라고 부르는 곳이 두 개나 있지만 이처럼 칡넝쿨이 많지는 않다. 봉아오름의 별칭으로 칡오름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짧은 거리이나마 산책로라도 구성을 하면 좋으련만. 기운이 센 오름이라는 게 낭설이다 할지라도 우선은 전망과 더불어 맑은 공기가 흐르는 곳이 아니겠는가. 선생과 학생들이 심신을 추스르기에도 너무나 좋은 환경이 건만 정비가 안 돼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학교 측으로서도 오름으로서의 기능이나 가치를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수북하게 기슭과 등성을 차지한 잡초와 칡넝쿨을 헤집고 들어선 후 사방을 살피니 맑은 하늘이 반겨줬다. 바닥은 초록의 세상이 차지하였지만 애써 그 조화라도 맞추려는 듯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워 볼품을 더해줬다.

이런 게 오른 자들의 행복이고 보람이 아니겠는가. 행여 산책로나 정자 하나 정도라도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분을 추스르게 될까. 럭셔리 한 건물은 아니지만 봉아의 기슭에는 그림 같은 집 한 채가 있어 운치 있게 보였다. 정상에 올라 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일대가 훤하게 보이고 화북에서 삼양으로 이어지는 마을과 해안선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삼첩칠봉의 원당봉이 부럽지 않은 봉아오름 등성에서 좀 더 왼쪽으로 향하니 사라봉과 별도봉이 반겨줬다. 가까이로는 삼나무들이 경계와 바람막이를 하는 과수원들과 일부의 농지들이 여유롭게 보였다. 여름의 봉아오름은 이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어깨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한동안 선 채로 약한 샛바람을 타고 실려오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실컷 마셔댔다. 오름의 가치를 좀 더 중요시 여기고 일부만이라도 정비를 해서 볼품 있게 구성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살을 떼어내 배움의 터전으로 선뜻 내어준 봉아가 아니던가.

학교와 마을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이동을 한 후 봉아를 바라보니 화산체의 비고(高가) 가늠이 되었다. 학교 자체가 높은 지대에 있고 봉아오름 역시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 드러났는데 불과 36m의 낮은 화산체이지만 그 면모와 실체는 중요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