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이 예정된 날 아침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 비는 어느 순간 장맛비처럼 변해 이용자들의 참석 여부를 걱정하게 만들었지만 참가자들은 굵음 빗속을 뚫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었다.
역사기행은 서귀포시 관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제주의 아픈 역사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 외면해 버릴 수 있는 4.3사건에 대한 기록이 전시되어있는 4.3 평화공원과 너븐숭이 기념관, 제주 선사유적지 중 유일하게 복원되어 제주 초기 국가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삼양동 유적지 순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참여 전, 4.3사건을 다룬 나무도장, 순이 삼촌과 같은 관련 도서들을 미리 읽고 더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는 질문을 준비해 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역사의 의미와 제주 현대사를 잘 모르는 저학년 어린이들도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4.3 평화공원에 잠든 분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양민들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러한 참가자들의 모습은 역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너븐숭이 기념관에서는 참가 어린이들이 애기 무덤을 돌아보며 그 곳에 묻힌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난감과 간식을 꺼내 올려 주었는데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끼며 미래 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다시 새기게 되었다.
서귀포 기적의도서관에서는 이런 역사기행 뿐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인 “북스타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독서습관 향상을 위해 “꿈과 희망을 키우는 책읽어주는 도서관”, “방학프로그램” 등 2018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듯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얻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항상 책의 향기를 머금고, 살아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당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도서관을 2018년 한 해도 많은 이용자들이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