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 예촌망
상태바
[오름이야기] 예촌망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05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67.5m 비고:63m 둘레:2,630m 면적:312,719㎡ 형태:원추형

 예촌망

별칭: 망오름. 호촌봉. 예촌망(禮村望)

위치: 남원읍 하례리 95-11번지

표고: 67.5m  비고:63m  둘레:2,630m 면적:312,719㎡ 형태:원추형  난이도:☆☆

 

 

낮지만 봉수대가 있었던 만큼 전망이 좋았으나 개간 등으로 인하여 변화가 이뤄진 화산체...

 

제주의 오름들 중에 해안선에 인접했거나 마을의 중심에 있는 오름들은 대부분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소화산체로서의 성질보다는 평지 보다 높은 빌레왓이나 동산 정도로 바뀐 곳이 있는가 하면 건물이 들어선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에 서귀포의 예촌망도 포함이 되는데 이곳은 아예 감귤밭으로 변했다. 침식과 개간이 이뤄진 정상부는 평평한 편이며 현재 과수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행여 화산재나 송이(스코리어) 등을 만날 수 있으려나 해서 두리번거려도 화산체로서의 성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엄밀히 본다면 봉우리 두 개가 이어진 원추형 화산체이면서 둥그스럼한 형상이나 이를 확인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낮은 경사를 사이로 하고 나눠진 것을 두고서 동서쪽 각각 큰망과 족은(작은)망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밀감 밭에 쪼그려 앉거나 뒤꿈치를 들고 훑어본들 나무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대부분이라서 쉽게 식별을 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과거에는 이곳 정상부에 봉수대가 있었으나 1960년대 이후 밀감밭이 조성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예촌망의 봉수대는 북동쪽의 자배봉과 서쪽의 삼매봉과 교신을 했다고 전하는데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봉수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망이 좋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예촌망은 일부 트인 공간을 제외하고는 사방으로의 눈길을 허용하지 않는데 이는 과수원 내의 방풍용 삼나무나 외부의 조림사업을 통하여 숲이 가로막는 때문이다. 예촌망의 유래는 이곳 하례리의 옛 이름인 예촌과 호촌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예촌봉이나 호촌봉으로도 불렀으며 봉수가 있었음에 연유하여 망오름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예촌망으로 통한다.

일부 문헌에는 오름의 형세가 여우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나 하나 그 근거를 찾는 것도 무리다. 해안과 인접한 만큼 해발과(67.5m) 비고(高 63m)가 비슷한데 그러면서도 원추형으로 구분을 하면서 굼부리가 없는 화산체이다. 

효돈천이 흐르는 일대와 해안은 지금 쇠소깍(소금악)이 널리 알려져 있다. 쇠소깍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곳을 연계하여 가볼 만한 곳이다. 쇠소깍 다리를 지나서 신도로가 생겼으며 주차 공간과 접근성이 좋은 점도 방문을 유혹하는 이유가 된다. 문제가 된다면 사유지로서 밀감 농사를 하고 있는 만큼 수확 시기를 전후해서는 진입에 있어 난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촌망 탐방기-

바다와 인접한 예촌망을 만나는 진입로는 몇 곳을 이용할 수가 있지만 해안선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서 오름의 앞쪽 바다를 먼저 전망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오름의 정상에서 두리번거려봐야 이곳보다는 결과가 안 좋기 때문이다. 진입을 앞두고 기슭에 들어서기 전에 해안 풍경을 감상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무인도인 지귀도 섬도 뚜렷하게 보였다.

  예촌망 자체는 오름 탐방이라는 거창함은 잠시 버리고 산책형이나 과수원 탐방 정도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물며 주인이 나와서 나가라고 하면 이 역시 곤란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해안을 끼고서 자리한 나지막한 오름들은 오르기도 쉬울 뿐 아니라 비교적 전망도 좋은 편이다. 서귀포 권역만 하더라도 제지기오름 등이 그러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예촌망은 제외 대상이다.

제주올레 5코스가 지나는 위쪽 길에 비하여 해안 방향의 예촌망 진입 과정은 자연스러움의 정도가 더 좋았다. 해송과 잡목으로 이뤄진 숲의 형태이며 아래쪽은 자금우들이 장악을 하고 있었다. 지나다닌 흔적을 따라 걷는 동안 그 바닥 층은 떨어진 솔잎들이 차지를 하였는데 레드 카펫 보다 더 좋은 느낌이 드는 길이었다. 색채감이 자연스러운 초록 물결이 지나는 발걸음 사이로 서열을 하듯 이어졌는데 이런 곳을 지나는 느낌은 너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길의 흔적이 끊기는 막다른 지점에 도착을 한 후 돌아서서 해안 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아쉽게도 나무들이 시야를 방해했다. 일대의 해안 절벽은 제주 특유의 검은색 용암석이 아닌 조면암질의 용암돔으로 이뤄져 있어 볼품이 있는데 운치 있게 해안단애를 이룬 이곳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오름으로 향하는 것은 곧 과수원으로의 침투이기도 하다. 오르는 별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힘들지 않은 전투 모드로 전진을 했다. 묵은 밸랑귀(맹개. 청미래덩굴) 열매들이 군락을 이룬 채 한쪽을 차지한 체 눈길을 끌었는데 이제쯤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 열매를 떨쳐버릴 만도 하건만 하나같이 버티기 작전을 하는 모양이었다. 길지 않은 거리를 치고 오르면 과수원에 도착이 되었는데 사실상 월담을 하는 꼴이지만 별다른 제제는 없었다. 과수원 역시 이미 수확을 마친 상태이고 발을 딛는 자체가 오름에 도착이 된 셈이었다. 

주봉은 아니지만 정상부에는 커다란 빌레가 있고 그 뒤로는 키가 큰 해송이 지킴이인 양 곧게 뻗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사유지인 이상 오름으로서의 느낌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었고 오름 탐방인지 밀감 밭 견학인지 참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간간이 구획정리를 한 곳에 돌담들이 보였지만 화산탄이나 오름에서 만나는 돌과는 성질이 달랐다. 북쪽으로 그나마 좀 트인 공간이 있어 눈을 돌렸지만 날씨는 남의 편이었고 한라산 신은 여기까지만 볼거리를 허용했다.

 

과수원을 빠져나오니 시멘트 도로로 이어졌고 과수원 용도 이외에 주민들이 드나드는 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역시 오름의 한 줄기이지만 이곳은 차량이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었으며 제주올레(5코스)가 지나는 길목이기도 했다.

쇠소깍 다리를 지나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신도로가 나왔고 이곳에서 끝 지점의 막은창(막다른 곳)에 도착 후 우측으로 가면 해안가와 예촌망 초입으로 이어졌다. 봉수대가 있었던 곳인 만큼 전망도 좋고 해안 가까이 있는 오름으로서의 입지도 괜찮았을 텐데 개간으로 인하여 변화가 이뤄진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