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인정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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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인정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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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32.5m 비고:49m 둘레:1,723m 면적:212,119㎡ 형태:원형

인정오름

별칭: 이신악(伊信岳). 인경악(印鏡岳)

위치: 서귀포시 토평동 1,952번지

표고: 232.5m  비고:49m  둘레:1,723m 면적:212,119㎡ 형태:원형  난이도:☆☆

 

 

부드럽고 완만한 산세의 모습에서 인정을 느끼게 했으나 변화가 이뤄져...

명칭도 참 특별하다.  대체 어느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이 인정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였던 걸까. 다소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 인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부드럽고 완만한 산세를 엿볼 수 있다고 했지만 아리송할 따름이다. 일찍이 밀감밭으로 변한 만큼 변화의 시기와 정도도 서둘렀음을 알 수 있는데 산남권의 오름들의 일부가 그러하듯 이제 더 이상의 인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서귀포 시내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름들의 특징은 능선까지 밀감밭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가가 아닌 이상은 과수원으로 개간이 된 곳들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기온이 온화한 지역이다 보니 예전부터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토평동의 인정오름 역시 일찍이 이런 환경으로 변했으며 그 외 등성에는 묘지들까지 차지를 하고 있어서 오름으로서의 가치나 중요성은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이다.

따라서 산책이나 탐방으로서의 가치를 운운하기에는 좀 부적합 곳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인정오름으로서는 애석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이미 너무 오랜 기간 이런 상황이 이어진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더욱이 오름의 모양새를 두고서 인정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여 명칭이 정해진 것을 두고서는 더 서글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멀리서 봤을 때 오름 능선의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에 견주어 인정으로 표현을 했겠지만 실상 처한 상황은 아주 다르다. 오름 기슭의 밀감밭과 묘지들 외에도 아래로는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주변에는 공업사가 있어 제 모습을 다 보여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다 서귀포 시내권에는 고근산이나 영천악 등 산책로가 잘 구성이 된 걸쭉한 오름들이 있어서 인정오름으로서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주변의 인기 있는 걸쭉한 오름들을 향하여 부러움도 느끼겠지만 그보다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더 이상의 변화를 거부하려는 인정오름의 입장일 것이다. 한자로는 이신악(伊信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다소 차이는 나지만 다른 맥락으로는 인경악(印鏡岳)이라고도 하고 있다. 불과 49m의 비고(高)로서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을 지니고 있으나 무엇보다 변화가 심하게 이뤄진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에 주차를 하고서 맞은편 소로를 따라서 들어가면 된다. 다른 진입로도 있지만 어차피 둘레를 돌아보고 전진 코스로 진행을 하면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좋다

 

 

-인정오름 탐방기-

어쨌거나 화산체인 만큼 기슭 아래쪽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밀감밭 옆으로 낡은 건물이 보였는데 과수원 창고를 겸하는 시설물로 보이나 지금은 거의 폐가가 된 상태로 일부 농기구 등이 보였다. 이 방향에서 오름을 오르기 위해서는 부득이 과수원을 지나야 했는데 문이 있지만 그 옆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틈을 이용했다. 인정오름의 허리까지 밀감나무들이 차지를 하고 있는 셈이었고, 어차피 수확 시기가 아닌 만큼 별도의 탐방로를 찾을 필요가 없이 밭의 한구석을 지나면 되었다.

과수원 옆을 지나다 돌아서니 한라산 방향의 모습이 보였는데 구름층과 함께 가시거리는 별로이지만 비교적 전망이 좋은 장소였다. 사실상 정상부에서는 숲으로 가려져 이곳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전부라 해도 틀림이 없다. 과수원 옆을 통하여 오름 정상부로 향하는 소로가 보였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 것 같지만 희미하게 길이 나 있으나 하절기를 맞아서 수풀과 잎새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더러 방해를 했다.

또한 입구를 빠져나와서 등성으로 향하는 곳도 역시 수풀이 가득 차지를 하고 있었다. 여름을 맞아 저들도 성장과 발전의 진행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각도로 본다면 그나마 자연스러운 인정오름의 한 부분을 만나게 되는 셈이었지만 그 자연미도 잠시뿐이고 곳곳에 무덤들이 있었다. 일부는 산담까지 잘 꾸며진 모습이고 이미 오래전부터 오름 일대가 묘지들이 차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천리(이장)을 한 묘의 자리도 몇 곳이 있었다. 예측하건대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벌초나 성묘 등을 통한 방문 등이 인정오름을 찾는 탐방객보다 많을 것으로 느껴졌다. 이렇다 할 오름 정상부의 표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북쪽으로 트인 공간이 있어 전망대 역할을 했다. 날씨마저 가시거리의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근처의 영천봉과 한라산 능선이 펼쳐진 모습을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그다지 특별함을 찾을 수 없는 길을 다시 가지 않고서 다른 진입로를 찾아 하산을 시작했다. 인정오름이 내어주는 작은 배려가 된 셈인데 이정도의 산책로만 이어진다면 참으로 자연스럽고 운치를 느끼겠지만 잠시 동안의 분위기일 뿐이었다. 진입로를 빠져나오고 돌아서니 비로소 이곳이 공업사 입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름의 아래쪽으로 소로가 이어졌고 마을로 연계가 되었는데 전진형의 순환 코스로 이어졌기 때문에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주변의 산딸나무와 담쟁이넝쿨에게 눈인사를 나누며 느린 걸음으로 마무리를 이어갔다. 과수원 너머로 오름의 일부가 보였지만 인정이 넘치는 부드러움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애처롭기도 했다.

자신의 살을 과수원으로 내줬고 더러는 망자들의 넋을 달래주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나머지 등성을 지키기 위하여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는 것일까. 마무리 즈음 돌아 나오면서 만난 수풀과 잡목들이 그러하고 자유롭고 어수선하게 펼쳐진 생태 숲이 이를 입증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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