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좌보미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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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좌보미알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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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27.5m 비고:23m 둘레:498m 면적:18,946㎡ 형태:원형

 좌보미알오름

별칭: 알망동산. 진모루. 진머르. 좌보악난봉(左甫岳卵峰). 장지(長旨)

위치: 표선읍 성읍2리 산 93번지

표고: 227.5m  비고:23m  둘레:498m 면적:18,946㎡ 형태:원형  난이도:☆☆

 

 

왕자는 하나이지만 이를 보필하는 여러 신하들이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화산체.

 

좌보미는 알오름의 천국이라 할 만큼 많이 모여 있기에 여느 오름처럼 등정과 하산으로 탐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몇 개의 오름 능선을 오르내리게 된다. 좌보미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번이고 만나야 한다.

오르고 또 오르면서 그의 기질과 성질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예측불허와 대략난감으로 이어지는 첫 만남이 되지만 두 번 세 번 찾노라면 비로소 어느 정도의 정체를 알 수가 있다.  명장이 거느린 ​주변의 봉우리들은 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저마나 개성이 뚜렷하며, 어느 곳을 올라도 ​대상이 다른 전망이 펼쳐진다.

좌보미가 거느린 봉우리들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알오름 몇 개를 포함하는 탐방을 마쳤을 때 비로소 그 느낌과 상상이 나오며, 이는 애초의 추측을 불허할 정도이다. 주봉의 비고(高)는 112m이며, 남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이나 다소 복잡하게 펼쳐진다.

눈에 확실하게 눈에 뜨는 큰 봉우리만도 다섯 개이며 작은 봉우리들을 합치면 13개나 되는 특별한 오름이다. 오래전 이 일대의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 소리가 들렸을 테고 솟아오르다 떨어지는 모습들이 대단했을 것이며 요란한 폭발음이 들렸음을 상상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도 하나를 선택하여 알오름으로 정한 것을 보면 그만큼 소화산체로서의 입지가 충분하고 대표로 구분하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보통의 오름들 중에서는 이런 경우 주봉과 알오름이 섞였다 할지라도 그냥 알오름 또는 새끼오름으로 부르는 만큼 좌보미알오름은 특별한 경우임을 알 수가 있다. 탐방은 초입을 통하여 좌우측으로 알오름이 위치하고 있는데 선택은 자유이나 가능한 우측 알오름을 먼저 오르면서 진행을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좌보미 알오름 탐방기-

알오름이라고는 하지만 한숨에 오르는 것은 역시 버거운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고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오르다 멈추고 돌아섰다.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일대를 전망하노라니 어느새 흘린 에너지가 회복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수없이 펼쳐지는 오름 군락들. 만날 때는 저마다 최고라고 자부를 하거나 무난한 곳이라고 하겠지만 오늘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공교롭게도 좌보미의 경방 초소는 알오름에 있으며 선택한 루트로는 제1 알오름인 셈이다. 사방을 전망하기보다는 이곳에서 남쪽을 중심으로 좌우측이 열리므로 산불예방 감시를 겸한 초소로서의 최적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다른 알오름과 더불어 왕좌의 좌보미가 마침내 시야에 들어왔는데, 지금의 알오름 정상에서 볼 때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으로 보이는 데다 눈높이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만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좌보미는 결코 그저 그렇고 그런 오름이 아니며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오름이 아니었다. 힘들게 오르고 나면 희열을 느끼게 하는 전망이 기다리고 다시 편안하게 내려가면 오르막의 봉우리들이 기다리는 과정이 이어졌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기에 어쩌면 우리네 ​삶이나 인생을 논하는 것처럼 굴곡과 다양한 과정을 따라 넘나들어야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부드러움만이 존재하지 않고 평탄한 것만이 앞에 놓이지 않으며 굴곡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에 더한 비교가 되었다. ​인생만사와 희로애락을 다 짊어진 것처럼 저 또한 자연으로서의 그런 형세를 취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두 번째 오르게 되는 알오름에서는 멀리 우도와 일출봉도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동부권의 오름 군락을 바라보는 동안 겨울의 한기를 실은 샛바람이 얼굴과 온몸으로 향하지만 급한 걸음을 재촉할 수는 없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초읽기를 이행하는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이 새끼오름이지 만만치 않았고 심한 경사가 이어지는 데다 얇게 쌓인 눈이 내리막 과정을 불편하게 하였다.

 

오름 탐방에서 이 정도의 비고(高)를 두려워하지는 않겠지만 4막 5장으로 이어지는 때문에 벅찬 느낌도 들었다.  선 채로 지나온 곳 방향으로 돌아서니 첫째와 둘째 알오름이 보였는데 자신들의 뚜렷한 이름조차 없다는 데에 대하여 심히 유감스러울 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당하게 소화산체로서 저마다의 명칭이 정해도 되련만 새끼오름으로 부르는 때문에 그 설움과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왕좌의 보살핌 속에 그의 하달을 따르며  묵묵히 스스로의 할 바를 다하는 모습이라 어우러진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족형의 오름들임을 알 수가 있었다.  좌보미를 1차적으로 에워싼 다섯 개의 봉우리를 다 만나면 더 좋겠지만 나머지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마지막 알오름에 도착을 한 후 주변을 전망했는데 백약이(오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서운함을 금치 못 하는 듯했다. 이날만큼은 백약이도 바라보는 대상일 뿐이었고, 가까운 거리이기에 함께 탐방을 해도 되겠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위풍당당과 의기양양한 좌보미와 여러 알오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그 안에 숨은 기(氣)를 얻어내며 한 해의 소망을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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