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큰드레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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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큰드레왓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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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628.4m 비고:140m 둘레:2,792m 면적:490,592㎡ 형태:원추형

 큰드레왓

별칭: 큰두레. 큰두레왓. 대두리봉(大斗里峰)

위치: 제주시 오라동 산 107번지

표고: 1,628.4m  비고:140m 둘레:2,792m 면적:490,592㎡ 형태:원추형 난이도: ☆☆☆☆

 

 

나란히 두 산 체가 어우러져 있으면서 들판과 봉우리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오름...

드레는 들(들판)+에 또는 드레왓(들+에+왓)을 나타내며 왓은 밭이나 일정한 터 또는 들판이나 벌판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큰드레는 큰 들판을 뜻하는 명칭으로 풀이가 되지만 실제 오름의 형태 등을 고려한다면 평평한 대지나 벌판과는 거리가 멀다.

인근에 이어져 있는 족은(大)드레와 구분을 하여 큰, 족은으로 부르고 있는데 족은드레는 금봉(金奉)이나 소두리봉(小斗里峰)이라고 하며 큰드레는 대두리봉(大斗里峰)으로 표기하고 있다. 두 화산체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이 안 된다. 드레(큰. 족은)의 동쪽은 탐라계곡 상류이며 서쪽은 어리목 광장이고, 북쪽은 아흔아홉골로서 이들에 에워싸인 산마루의 고원지대에 있는 화산체들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 기슭 아래를 지나는 대표적인 계곡은 Y 계곡과 탐라계곡이라 할 수 있는데, 깊은 경사와 험난한 기슭으로 이뤄졌지만 그 사이를 채운 산 체와 등성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멋이 풍긴다. 이른바 소화산체로서 오름으로 부르는 곳도 있으며 화산쇄설물이 쌓여 산 체처럼 높고 거대한 등성을 이룬 곳도 있다. 

제주도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구목을 시작으로 삼각봉과 큰드레가 이런 환경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방향의 왕관릉과 민대가리 동산(오름) 등도 계곡을 따라 거대하게 솟아나 있다. 한라산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만나게 되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서 생김새나 산 체의 특성도 다르게 나타난다. 다만,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면서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과정이 불가능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큰드레왓 탐방기- 

이 일대의 조릿대 군락과 관련하여 식물의 생태 변화 등을 조사하는 취재단과 함께 사전 허가를 받고 참여를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실제 큰드레를 만나는 과정은 다른 루트를 이용해도 되건만 학술적 조사의 범위를 따르다 보니 더 길고 넓은 영역을 가로지르게 되었던 것이다.  장구목을 지나고 길게 이어지는 등성과 기슭을 따라 삼각봉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에 어리목 광장을 출발하여 윗세오름을 거쳐 진행을 했으니까 제법 긴 장정이 이어진 상황이었다. 질리도록 만나고 스치는 조릿대 군락은 하염없이 식상함을 느끼게 했다. 민둥산의 형태를 애써 가린다고는 하지만 다른 식물들의 자생을 방해하는 때문에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실상 조릿대가 뿌리를 내린 이상 더 이상의 식물의 생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구목에서 삼각봉과 큰두레왓로 가는 루트 자체만으로도 설렘과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소화산체는 아니지만 화산 쇄설물들로 인하여 등성과 기슭이 이어지며 깊은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계절이 그러하듯 천연색의 물결과 이동하는 내내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산 체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넘쳐났다.

이어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대자연의 세상은 풍요롭고 신비스러움마저 묻어났다. 조릿대 외에는 어쩌다 만나는 구상나무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미 고사한 구상나무들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살아서 백 년. 죽어서 백 년. 조금 더 이동을 하다가 지나온 방향을 보니 장구목 능선과 북봉이 펼쳐졌고 옆으로는 민대가리의 허리가 길게 이어졌다. 아름다워서 아름답다고 표현을 해야 할 모습이었기에 기꺼이 작은 환호를 보내줬다.

시기와 질투로 방해를 하는 날씨는 내내 가시거리를 인색하게 했지만 더 이상의 바램은 사치라 생각해버렸다. 그러면서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곳이기에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어서 삼각봉 등성에 도착을 했다. 오름의 형세가 삼각추처럼 생겨서 삼각봉이라고 명칭이 붙었으나 이는 아래쪽에서 그 형태가 잘 나타난다.

다른 연유로는 끝 봉우리가 솔개의 머리 모습을 하고 있어서 연두봉(솔개鳶頭)이라고도 부르는 화산체이다. 탐라계곡을 사이에 두고 너머에는 왕관릉이 자리하고 있는데 경사가 심한 기슭과 계곡 주변에는 가을색이 진하게 나타났다. 밋밋한 절벽을 감추며 화려하게 색칠을 한 풍경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관음사를 출발하여 부악 정상으로 가는 루트에서 만나게 되는 다리와 용진각 대피소 자리도 뚜렷하게 보였다.

계속되는 조릿대왓과 더러 잡목들이 우거진 곳을 지난 후 드디어 큰드레(두레왓)에 도착을 했다. 맞은편이나 그 주변에서 보는 경관이 더 아름답고 익숙하지만 실상 정상부의 상황은 평범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어리목을 출발하여 윗세오름을 갈 경우 만세동산 전망대에 보는 모습이 가장 특별하게 드러나고, 급하고 심하게 이뤄진 절벽의 일부는 바위로 이뤄져서 뚜렷하게 확인이 되지만 정상부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이웃하는 족은 두레왓보다 산 체는 크지만 실제 비고(高)는 족은드레가 훨씬 높다. 큰드레가 140m이며 족은 드레는 보통의 오름 보다 높은 279m이다. 길고 넓게 펼쳐지는 등성을 따라 이동을 했고 북봉 기슭에 도착을 하니 특별한 바위체가 눈에 띄었다. 마치 큰드레지기라도 되는 양 위엄이 있어 보이고 그 모습 또한 당당하게 느껴졌다. 인증과 흔적을 입증하기에 어울려 보이기도 했다.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곳에도 묘가 있었다.

이미 천리(이장)을 한 묘이지만 그대로였는데 정교하게 산담이 둘러졌고 봉분 외에 묘지의 면적도 꽤나 넓은 편이었다. 언제 어느 쪽을 경유하여 이곳까지 상여를 메고 왔을까. 그리고 산담으로 사용을 한 돌들은 대체 어디에서 구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큰두레왓 등성을 떠나기에 앞서 뒤를 돌아보니 장구목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부악의 북봉까지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껏 제법 긴 여정을 진행한지라 지나온 곳들을 한동안 바라봤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도 따랐기 때문이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다시 깊은 숲을 헤쳐 나갈 차례인데 한동안 등성을 따라 열린 공간을 지났지만 비로소 어려운 환경을 맞게 되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가 가장 아름답다. 숲을 헤치고 조릿대 군락을 헤매는 동안에도 눈에 띄는 그 모습들에 전진을 멈추곤 했다.

이따금 만나는 표식으로 끈이 있지만 정해진 루트가 아닌 탓에 어려움도 따랐다. 허리까지 자란 조릿대들은 심하게 진행을 방해했고 이따금 돌부리나 쓰러진 나무들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마침내 숲을 빠져나온 후 기슭에 서니 족은드레(두레왓)이 보였고 그 너머로는 어승생악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최종 목적지가 어리목 광장이니 아직도 갈 길은 멀었지만 그나마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서로는 힘을 내자고 위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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