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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자연의 수혜자'로서 식물을 봐야 합니다"[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척박한 바위 틈새의 분홍장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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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10.25  0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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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장구채 (석죽과) Melandryum capidatum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높고 맑아 가을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꽃 친구들과 함께 멸종위기종 2급 식물인 분홍장구채를 만나보고자 꽃 탐방 길을 나섰습니다.

뭔가 보고자 하는 꽃을 찾아가는 마음은 항시 설렙니다. 예전처럼 그 장소에서 그대로 자라고 있는지, 주변 환경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는지, 또 꽃 피는 시기가 맞지 않아 활짝 핀 꽃을 보지 못하고 다시 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가지 겹치는 생각에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꽃 탐방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분홍장구채는 주로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의 바위틈에 자랍니다. 그런데 인근에 교량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약간의 거리가 있어 별 영향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지난해에 보았던 그 암벽이 무참히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전에 무리 지어 꽃 피우던 암벽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암벽 일대가 모조리 파헤쳐지지는 않아 나머지 암벽에 붙어있는 분홍장구채 몇 개체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선명한 진분홍 꽃이 검고 칙칙한 바위 벽을 배경으로 눈에 확 뜨였습니다. 분홍장구채의 꽃을 보고 있으면 참 아름답습니다. 가녀린 줄기 끝, 푸른 잎새 사이에 피운 분홍 꽃이 파란 가을하늘 아래 바람결 따라 살랑댑니다.

분홍 비단 폭에 싸인 아리따운 아가씨가 가녀린 허리로 춤을 추듯 살랑대는 춤사위가 매혹적인 꽃입니다. 손이 닿으려야 닿을 수 없는 높은 절벽의 바위 틈새에서 살랑대니 더욱 감질나게 아름답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해 보입니다.

넓고 넓은 천지에 흙 한 줌도 보이지 않는 가파른 수직 절벽의 척박한 바위 틈새에서 자라는 분홍장구채, 염천 땡볕에 불판처럼 달구어진 바위틈에서 내리쬐는 한여름의 햇볕에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시들고 타들어 가는 시련을 겪고 나서야 꽃을 피웁니다.

생의 극한을 참고 견뎌내느라 타들어 간 이파리 위에 한이 서린 듯한 분홍빛 꽃을 피워 올린 연약한 꽃송이들입니다.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것인지, 생의 위협으로 몰리다 몰려서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도피처로 선택한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라는 환경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척박한 바위 틈새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분홍장구채

 


분홍장구채는 북방계 식물로서 석죽과 장구채 속(屬)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같은 속(屬)의 장구채, 가는장구채, 털장구채 등 다른 개체 꽃이 대개 흰색, 녹색 또는 자주색인데 꽃 색깔이 분홍색이기 때문에 분홍색 꽃이 피는 장구채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것이라 합니다. 정부에서는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극히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에 매우 취약한 종입니다.

꽃이 아름다운 북방계 희귀식물인 분홍장구채는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채집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육상식물 중 멸종위기종 1급 11종, 2급 77종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멸종위기종의 자생지마다 울타리를 치거나 감시인을 두고 관리, 보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공사장마다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습니다. 자생지가 사유지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멸종위기종이 제대로 보호 관리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이 관심을 두고 그 종을 식별하여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을 포획, 채취, 훼손하거나 죽인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야생생물 2급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률 규정은 엄격합니다. 하지만 훼손되고 나서 사후에 법적 처벌을 한다면 이미 늦습니다.

얼마 전에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분이 모처에 멸종위기종 어류(魚類) 조사를 나갔다가 그 강변 음식점에서 매운탕을 시켰는데 그 매운탕이 바로 조사하고자 하는 멸종위기종이었다고 합니다. 음식점 주인은 그 물고기가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일반 시민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멸종위기종이 보호, 관리 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정부의 홍보, 교육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민 스스로도 알려고 하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건전한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기본 구성요소 중 근원인 식물에 대하여 더욱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자연보호’라는 알량한 인간 중심적 입장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보호받아야 만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의 피보호자’인 수혜자로서 식물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남의 생명, 근원적으로는 식물을 먹으면서 자기의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입니다.

인간 역시 하나의 생물에 불과합니다. 인간 스스로는 단 한 톨의 먹거리도 생산할 수 없는 ‘식물 의존체’입니다. 자연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지속을 보전하기 위해서 식물에 관한 관심과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는 꽃 탐방이었습니다.

(2018. 9월 한탄강 변의 분홍장구채)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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