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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무영
또 다시 고마운 빗물에게 악의 누명을 씌우려는가?한무영(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  webmaster@news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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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1.06.21  13: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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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산성비라는 말이 많이 쓰이면서 심한 경우에는 ‘죽음의 비’라고까지 불렀다. 그 이후 그 피해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이제 비는 맞을 수도 없고, 우리가 사용할 수 없는 나쁜 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빗물은 금방 중성 내지는 알칼리가 된다.

산성비가 호수를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하지만 원로 생태학자의 이야기는 다르다(김준민, ≪들풀에서 줍는 과학≫).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산성비라는 이름 때문에 빗물은 오랫동안 억울하게 나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우리가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이 빗물을 제대로 이용하면 경제적인 이득도 엄청날 뿐 아니라 생태계도 살아난다! 이런 사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최근에 출간된 ≪빗물과 당신≫(한무영, 강창래 공저/알마/2011)를 참고하시라.


지금 방사능비라는 말을 들으면 그때 온세상이 산성비, 죽음의 비로 뒤덮혀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분위기가 떠오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방사능비 역시 과학적인 측정 결과를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런 과학적인 사실을 수용하면서도 사람들의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7일 "전날 오후 8시 20분부터 자정까지 내린 빗물에서 리터당 2.77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KINS는 "리터당 2.77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빗물을 하루 2리터씩 1년 동안 꾸준히 마셨다고 가정해 환산한 연간피폭선량은 0.045밀리시버트라"고 밝혔다. 엑스레이 1회 촬영 시 받는 선량이 약 0.1mSv, 일반인 연간피폭선량 한도는 1mSv이다. (노컷뉴스 2011-04-07)


이처럼 방사능수치가 아주 미미하다고 밝히면서도 이 기사의 헤드라인은, <'방사능 비'에서 日원전 사태 이후 최고치 방사능 검출>이라고 뽑고 있다. ‘최고치’라는 말은 맞겠지만, 이 말의 느낌만으로 보면 큰일이 난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언론에 나온 의사들의 인터뷰 역시 위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인체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정도다.


내가 방사능비가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고 말하면, 조심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우리뿐만이 아니라 물이 부족한 지구촌 어디에서든지) 빗믈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사실 지속가능한 수자원은 빗물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산성비라는 이름으로 빗물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었고 그 귀중하고 고마운 수자원을 내버리고 살았다. 지난날 산성비 문제를 생각해 보면 지금 방사능비라는 이름에서부터 그것에 대한 공포감 조성이 또다시 오랫동안 빗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중요한 자원을 내다 버리는 결과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목욕한 물 버리려다가 애를 버리는 격이다.


방사능비라는 이름도 사실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이름은 방사능이 심각한 수준일 때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발표를 보아도 미미하다. 괜찮다면서 왜 이렇게 난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이 세상 모든 것을 두려워만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건강도 지나치게 걱정하면 그것 자체가 심기증이라는 병이 된다. 교통사고가 두려워서 외출을 하지 않을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그런 걱정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오늘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발표한 ‘실시간 국내 방사선 수치’를 보면 지극히 정상이다. 그리고 지난 3월 15일에 발표된 도쿄의 방사능 검출량도 흉부 엑스레이시 노출되는 양의 10분의1 미만이었고, 인체에 해가 없는 정도였다고 했다.

만일 지금 한국에서 내리는 비나 공기가 방사능 위험지역이라면 일본은 아마도 국가 전체가 멸망할 위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방사능비라는 이름을 만들고 그 폐해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제 겨우 산성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만하니까 또다시 방사능비라는 이름으로 빗물을 ‘악의 근원’으로 만들어버릴까 심히 걱정스럽다. 빗물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 또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수자원은 빗물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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