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을..”
상태바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을..”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1.10.03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인터뷰)파올로 디 크로제 국제슬로푸드 사무총장

 

파올로 디 크로제 국제슬로푸드 사무총장

 파올로 디 크로체(Paolo di croce) 국제슬로푸드협회 사무총장이 지난 2009년 테라마드레 코리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어렵게 한국을 다시 찾은 파올로를 통해 슬로푸드 운동을 언론에 잘 전달하기 위해 지난 27일 오후2시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를 위해 사전에 파올로와 전자 우편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의 누구나 맛있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오늘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파올로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국제 슬로푸드 협회가 벌이는 주요한 사업들에 대해 소개해주시고, 각각의 의의를 설명해 주십시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전 세계 150개국 10만 회원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국제 조직입니다. 또한 세계 1500여개 지역에 지부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사람이 음식과 가지는 관계에 있어서 넓은 범위에 걸친 문화적 변화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으로의 접근권을 가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좋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적절한 질 높은 맛과 먹는 즐거움을 뜻합니다. '깨끗하다'는 것은 자연 환경과 생산자의 건강에 해를 주지 않는 음식의 생산과 소비를 뜻합니다. '공정하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접근 가능한 가격, 생산자에게는 공정한 임금 양쪽 모두를 뜻합니다.

 
슬로푸드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세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종다양성, 교육, 그리고 네트워크입니다.

종다양성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전통적인 작물이나 종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소규모 자영농민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이 조합은 농산물의 판매와 유통에 도움을 제공하고, 농민들을 농산물 판매 축제 등에 초청해서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와 생산자 간의 네트워크, 그리고 어른과 아이를 위한 워크샵을 조직함으로써 학교 텃밭이나 음식 교육 과정을 통해 슬로푸드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101개 국가에서 1288 개의 교육 활동이 조직되었습니다.

수천 명의 학교 아이들과, 간접적으로는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 교육이었지요. 교육의 성과는 또한 인터넷 캠페인이나 출판물 등을 통해 전 세계 음식 생산자와 회원 네트워크로 공유되었습니다.

 
2004년에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전 세계 소규모 식품 생산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테라 마드레(Terra Madre) 네트워크를 발족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들이 좋은 조건 하에 생산을 계속하고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국제적인 네트워크에는 또한 정보 공유와 상호 협조 체제 구축을 위해 요리사, 학자, 청년, 그리고 다른 공동체 멤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재 테라 마드레 네트워크는 2천개 이상의 음식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곧 슬로푸드의 종다양성, 품질, 전통, 그리고 지식의 보호자들입니다. 이 2천개 음식 공동체가 개별적으로 만나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통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2년에 한 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테라 마드레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국슬로푸드지부 안종운 이사장과 국제협약을 맺은 파올로 사무총장

- 슬로푸드 운동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국제 협회가 이탈리아에 있는데,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 현황은 어떻습니까?

 


“슬로푸드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 지부이며 300개 이상의 국내 지부와 4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슬로푸드 이탈리아는 모든 지부에서 많은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 중인데, 다른 국제적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450개 이상의 학교 텃밭, 200건 이상의 프레지디아(Presidia, 소규모 농민․생산자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사업)와 Earth Market(슬로푸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농민 장터) 프로젝트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살롱 델 구스토(Salon del Gusto, 유럽의 고품질 슬로푸드 음식 박람회)나 테라 마드레와 같은 중요한 슬로푸드 사업들이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시행 중이고요.

이탈리아에서 슬로푸드 운동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음식의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국내 논쟁에서 우리의 목소리와 의견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집니다“

 


- 사무총장께서 생각하시는 슬로푸드 운동이란 무엇입니까? 슬로푸드 운동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맨 처음 슬로푸드 운동은 그저 음식의 즐거움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맛’이라는 것과 그것을 위해 사용가능한 요리법이 얼마나 다양한 지,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을 기르고 생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장소와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지를 배워갔지요. 우리는 또한 계절의 자연적인 리듬을 존중해야만 하며, 먹는 것의 즐거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협회 회장과 다른 슬로푸드 회원들에 의해 개발된 레시피는 그 즐거움의 추구에 또 하나의 재료를 더합니다. 일명 책임감이라는 것이죠. 음식에 대한 흥미 못지않게 책임을 함께 생각하는 이 철학은 ‘생태 미식(eco-gastronomy)’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전 세계 농업 종다양성 보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몇 년 뒤, 슬로푸드 운동은 여기에 또 다른 중요한 재료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이라는 개념을요.

 
좋고, 깨끗하고, 공정하다는 세 가지 형용사는 음식이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들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좋다(Good)는 말은 음식의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가치에서 파생되는 느낌, 기억, 그리고 정체성의 복합적인 영역을 설명합니다.

깨끗한(Clean) 음식은 생태계와 환경을 존중하면서 생산되는 음식을 뜻하는 말이지요. 공정한(Fair) 음식은 사회 정의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인데, 판매 유통 과정에서 생산자에게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진 음식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먹는 것은 농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질 좋은 음식, 환경과 지역 전통을 존중하며 생산된 농산물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종다양성을 보호하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장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이 음식 시스템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시스템이 얼마나 많이 붕괴되었는지는 다음의 사실들로 알 수가 있죠.

◇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간다는 것. (약 1억 명)

◇ 나쁜 식습관과 관련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숫자 역시 점점 증가한다는 사실. (거의 2억 명)

◇ 산업화된 농업이 현재의 환경 악화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

세계는 종다양성을 잃어가면서 우리의 역사,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문화까지 함께 잃었습니다“

 

남양주시에서 열린 유기농대회에서 인사하는 파올로 사무총장


- 국제 슬로푸드 협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시면서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거나 감동적이었던 사건(에피소드)은 무엇입니까?

 


“제 마음 속에 너무 많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와 사건들이 간직되어 있어서 무엇부터 얘기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테라 마드레 기간 동안 만났던 얼굴들, 목소리들, 그리고 우정과 박애의 그 마음들은 제 마음과 영혼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2000년 살롱 델 구스토 기간 동안 프레지디아 100건 달성을 기념하는 첫 번째 대회가 열렸을 때라든가, 남미나 아프리카의 음식 공동체와 함께 한 회의들도 역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 국제 슬로푸드 협회가 지금까지 해온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단언하건대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우리의 국제적인 네트워크입니다. 우리는 지역 경제의 중요성, 소규모 농업, 종다양성 보호, 붕괴된 음식 시스템을 바꿀 필요성 등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서 공공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길을 계속해서 충실히 간다면, 다른 중요한 결과들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편 파올로 디 크로체(Paolo di croce) 사무총장은 토리노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으며 1998년부터 슬로푸드협회에서 환경과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맛의 방주, 프레지디아’ 프로젝트에서 활동해왔다. 토리노에서 2년마다 열리며 150개국 7000여명이 참여하는 ‘테라마드레’의 의장이자 주최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제 슬로푸드협회 사무총장에 재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