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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무영
홍수 : 새로운 진단과 새로운 처방한무영/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  webmaster@news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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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1.11.26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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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가 잦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에는 새로운 진단에 따른 새로운 처방이 필요하다.


최근의 홍수 피해를 단지 하늘에서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돌리면 인간은 할 일이 별로 없다. 그저 평소에 좋은 일 많이 하고 주위에 억울한 사람이 없는지 보살피고 하늘에 기도를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국토의 계곡이나 하천은 수백만년 이상 온갖 최악의 기후 상태를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니 백년 빈도의 비를 감당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단지 인간이 개입되는 바람에 자연이 평소 감당하는 물상태가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반복해서 같은 홍수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분석과 진단에 의한 처방을 내 놓아야 한다. 진단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학교 물리학에서 배운 운동량 (운동량 = 질량 × 속도) 으로 설명이 된다. 우선 질량이 많아졌다. 내려가는 빗물의 양이 많아진 것이다.

새로 집이나 도로를 지으면서 지붕이나 포장에서 나온 빗물을 모두 하수도나 하천에 넣고 버리는 바람에 같은 비라도 더 많은 비가 온 것처럼 흐르게 된다.

둘째, 빗물의 속도가 빨라졌다. 도로나 아스팔트는 거침이 없는 빗물의 고속도로가 된다. 하천 중간에 있던 돌부리를 다 없애고 직선화된 하천도 옛날에 비해 물을 빨리 내려 보낸다.

너도 나도 빨리 내려 보낸 빗물은 커다란 운동량이 되어 하류의 시설과 사람에 피해를 주게 된다. 이것은 도시 설계나 하천정비의 개념과 철학적 빈곤에서 비롯된다. 빗물이란 그저 빨리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서 나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류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빗물을 버리는 도시로 만든 것이다.

특히 경사가 급한 우리나라에는 편평한 지역에 사는 외국에서 하던 방식을 따라 해선 낭패를 볼 수 있다.

 

진단이 나왔으니 처방은 간단하다. 그것은 빗물의 질량을 줄이고, 속도를 줄여 운동량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하천이나 하수도로 들어오는 빗물의 양을 줄여보자.

집집마다 빗물저장조를 만들든지 오목하게 정원을 만들어 침투시켜서 지붕이나 주차장에서 나오는 빗물을 천천히 내려가게 하면 된다. 도로를 만들어도 중앙분리대를 오목하게 만들어 땅속에 침투시키면 된다. 소규모 지역마다 역할을 분담해 그 할당량을 채우면 된다.

둘째는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천이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것은 속도를 줄여준다. 개천가의 돌부리, 나무그루터기들도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연못을 만들어 지체시간을 늘려 속도를 줄인다. 세 번째는 이것을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설명하고 정책에 반영해 모든 사람들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같은 땅 같은 기후에서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오래 살아본 우리의 선조들에게 답이 있다. 마을을 나타내는 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洞 = 水 + 同). 마을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로서, 개발전과 개발후의 물 상태를 똑같이 하라는 뜻이다.

즉 빗물의 운동량이 같도록 만드는 것이 철칙이다. 경복궁의 경회루를 만든 이유도 궁궐을 지을 때 빗물이 더 많이 나가서 청계천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운동량 보전의 법칙’을 지도자가 솔선수범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처방을 어떻게 우리 사회가 도입할 것인가는 정책적인 문제다. 도시를 설계하거나 관리할 때 빗물을 버리는 대신 빗물을 모아 운동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을 바꿔야 된다. 도로, 건물, 하천 정비등 신규 개발시 추가되는 빗물의 운동량을 환산해 그만큼 책임을 부가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발생원에서 조절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하다. 현재 50개 시군에서 이러한 것을 반영한 빗물조례를 만들었으나 시행을 위한 규칙이나 정책 결정 라인의 의지가 부족하다. 이를 위한 정부자체의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의 제도적 확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우리 모두가 정책적으로 합심해 빗물을 흩어지도록 관리하면 홍수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도 힘이 세어진 빗물에 생명과 재산을 내 놓아야 한다.

이와 같이 빗물을 분산해서 모아서 홍수를 해결하면 물 부족은 저절로 해결된다. 길들기 힘든 야생마도 잘 만 다루면 천리마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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