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연분홍 꽃이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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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연분홍 꽃이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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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2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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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연분홍 꽃이 피었는데

       
       

 

붉게 단풍들어가는 잎을 가진 키 작은 나무가 있습니다.

 

 

표면에 털이 뽀송하게 돋은 긴 타원형 잎들이 가지 밑에서부터 붉은 빛깔로 물들어갑니다.

마지막 빛깔조차 고운 이 나무는 산철쭉입니다.

봄에 연분홍 꽃을 피워내던 나무가 끝을 아주 강렬한 빛깔로 마무리하는군요.

 

 

산철쭉은 높이 1-2m정도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입니다.

4-5월에 깔때기모양 연분홍 꽃을 피우고, 열매는 9월 이후 익어가지요.

 

 

그런데 잎을 거의 떨어뜨리고 열매만 남겨두었을 시기에 난데없이 꽃을 피웠습니다.

겨울에 피어난 꽃이라고 하지만 꽃잎 안쪽에 진홍색 반점도 뚜렷하고 수술과 암술이 꽃잎 밖으로 시원하게 뻗은 모양이 곱습니다.

단지 꽃을 찾아 날아올 곤충들을 보기가 어렵다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지요.

 

 

아, 이 겨울에도 꽃을 찾아왔던 곤충들이 있었네요.

하지만 곤충들은 꽃이 내뿜은 끈적이는 점액에 달라붙어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져버렸습니다.

산철쭉은 어린순의 비늘조각과 꽃줄기, 꽃받침 등에 끈적이는 물질을 내뿜습니다.

꽃가루와 꿀을 얻기 위해 꽃잎 안쪽으로 향하던 곤충들이 사정없이 그 덫에 걸려버린 것이지요.

순간 꽃이 바라던 곤충이 찾아와 주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잎 떨어진 가지에선 긴 털을 길게 뻗은 열매가 보입니다.

 

 

가지 이곳저곳에 익어서 벌어진 열매들이 매달려있네요.

이 시기엔 이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드문드문 고운 빛깔 꽃들이 새침하게 피었으니 이를 안타깝게 여겨야 할지 고민스러워집니다.

이처럼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닌데 외부작극이 생리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꽃눈이 이상발육을 하여 꽃이 피어나는 현상을 불시개화(不時開花, unseasonable blooming)라고 합니다.

 

그러나 필 시기가 아님에도 피어난 꽃조차도 아름답습니다.

곱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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