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말을 매고 기르는 곳'..위미2리 마매기큰당(안카름당)
상태바
[향토문화]'말을 매고 기르는 곳'..위미2리 마매기큰당(안카름당)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8.12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당집은 없고 당안에는 소나무, 아웨나무, 사스레피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위미2리 마매기큰당(안카름당)

 

소재 : 남원읍 위미리 2052-2번지. 위미2리교차로에서 동쪽 100m 남짓 되는 곳에서 북쪽으로 난 소로로 70m 정도 지점 갈림길에 접한 북서쪽 밭에 남향으로 앉은 당이 있다.
신 이름 : 큰도한집
계보 : 한라산계 산신
제 지내는 날 : 1월2일(당 굿) 1, 2, 3월과 9월중에는 개별적으로 택일하여 다닌다. 당에 갈 때는 메 3그릇, 고기 3개, 돌레떡, 과일, 지전 등을 가지고 간다.

 

 


이곳의 지형지세가 마치 말잔등〔馬脈〕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마매기」는 마맥(馬脈)의 변형이다. 또는 '말을 매고 기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당은 마을을 수호하는 본향인 「마매기(매매기)큰당」이며, 당신은 ‘마매기큰도한집’이라는 남신이다. 원래 위미리 큰당은 고망물 머리에 있었는데 해마다 정월 초이틀이 되면 마을공동으로 제사를 지내곤 했다.

당을 설립하게 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종의 신분인 수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해 6월 아들이 '큰한집' 즉 마마에 걸려 생명이 위독했다. 큰한집 귀신은 심술이 사납고 고약하여 무엇이든지 청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병든 이의 생명을 빼앗는 무서운 존재였다.


수복의 아들 몸에 들어간 큰한집 귀신은 한 여름인데도 당유자를 청하였다. 심방이 "이 깊은 여름에 당유자가 어디 있느냐"고 사정하고 달래어도 막무가내로 우기면서 "큰댁 김훈장 집 고팡 항아리 속에 있으니 당장 가져오라"고 불호령을 쳐댔다. 수복이 부인은 자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세도가 당당하여 평소에 상것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김훈장을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추석명절에 제수로 마련해 둔 것을 감히 종놈 자식에게 준단 말이냐"
고 한마디로 거절했다.

수복이 부인은 신세를 한탄하며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다 말하니, 좋다 두고 보자라고 한마디 하고는 돌아눕자마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고 이레쯤 지나서였다. 건강하던 김훈장네 두 아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마마에 걸리게 되었다. 그래서 김훈장네 집은 불을 질러 마마귀신을 없애야 했는데, 활활 타는 불길 속에서 하얀 비들기 세 마리가 하늘 높이 솟구쳐 날아 올랐다.

그 비둘기들은 위미리 마을 위를 몇 바퀴 돌다가 한 마리는 마매기동산으로, 또 한 마리는 예촌망으로, 나머지 한 마리는 보목리로 각각 날아가 앉았다.

이 비둘기는 세 아이(수복이 아들, 김훈장네 형제)의 영혼으로, 이 세 아이는 크게 될 인물이었는데 김훈장이 세도를 잘 못 부린 때문에 일찍 죽고 만 것이다. 그 후 이들 세 영혼이 비둘기로 환생하여 날아가 앉은 곳에 당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당의 유래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하례리 본향당에 전해오는 본풀이가 그것이다. 1700년경 정의현에서 허좌수가 말을 타고 서쪽으로 가던 중 하례리에서 무당들이 당굿을 하고 있었다.

굿을 하는 앞에서 말에서 내려야 하는데 좌수는 심방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심방이 이러하면 얼마 못 가서 흉이 난다고 하였다. 허좌수는 말을 듣지 않고 가다 효례천을 넘자 말의 다리가 부러졌다.

이에 화가 난 허좌수가 돌아가서 무당들에게 그 신을 내어 놓아라 하니 무당은 말을 잡아서 제물을 올려야 한다고 하여 말을 잡아 올리고 굿을 했더니 구렁이가 기어 나왔다. 이에 허좌수는 단칼로 그 뱀의 목을 잘라버렸고 그 목에서는 붉은 피를 뿜으며 세 마리의 비둘기가 날았다.

한 마리는 북으로 날아 하례경 지금의 당가름에 앉고 한 마리는 동으로 날아 위미리 마메기동산에 앉고 또 한 마리는 보목리로 날아 조노기에 앉았는데 각각 예촌본당, 위미 마메기본당, 보목리 조노기본당이 되었다고 한다.


당밭에 1.5m 정도 높이로 돌담을 쌓고 철문을 달았다. 신목 앞에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상자 안에는 향로, 촛대, 술잔, 명도, 초 등 굿 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 있다. 주변에 타다 남은 초, 과일 소주병, 음료수병 등이 보인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체육대회가 있을 때 이 당에 와서 성화를 채화하여 운동회를 개최하였다는 성소라고 한다. 몇 년 전에 불이 나서 당집과 주변나무들이 타버렸다고 한다.

현재 당집은 없고 당안에는 소나무, 아웨나무, 사스레피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남쪽으로 철문이 설치되었고 평소에는 잠가 둔다.


이 당신은 관운, 재운, 승진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위미리 주민 전체가 다니며 일본에 가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제주도에 오면 들린다. 이 당은 영험이 큰 당이기 때문에 심방들도 두려워한다고 했다.

10여년 전 남자 심방이 굿을 잘못해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 한다. 그 심방의 나이는 70대도 안 되었으며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후 서귀포에서 온 여자 심방이 굿을 하다가 지금은 딸이 물려받아서 한다. 최근 매인심방은 신대인씨이다.
《작성 100528, 수정보완 1111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