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주 첫 로켓에 새들은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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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주 첫 로켓에 새들은 길을 잃었다..
  • 고현준
  • 승인 2021.12.3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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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희(강정주민, 평화운동가)

[기고] 제주 첫 로켓에 새들은 길을 잃었다

 

최성희(강정주민, 평화운동가)

 

작은 저항이 있었다.

"우주 난개발, 우주 군사화, 기후 위기 가속화시키는 로켓발사 중단하라!"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가속화 시키는 로켓 발사 중단하라!"

소수나 몇 명의 제주도민들이 강풍을 견디며 준비해간 현수막을 펼쳤다. 이 강풍에 로켓이 발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길이 3.2 미터, 이륙 중량 51kg의 소형 로켓이었다.

 

29일 당일 로켓 발사 중단 촉구 도민 피켓팅 그룹

 

12월 29일 제주 14개 시민 단체들은 제주 첫 민간 로켓발사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전날인 12월 28일 제주도정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발사를 계기로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주 경쟁에 본격적인 참여와 함께, 농어업 및 관광에 치중된 제주산업 구조의 취약점 극복과 기술집약적인 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을 촉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제주도정이 공공연히 ‘우주 경쟁 참여’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주를 자원 채굴과 점령의 도구, 즉 식민지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제주의 자연을 개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발상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끊임없는 파괴 만을 낳을 뿐이다.

[제주도정] 보도자료에서 “농어업 및 관광에 치중된 제주산업 구조의 취약점 극복”을 말하고 있지만 로켓연료의 핵심요소인 과염소산은 지하수와 농산물을 오염시키고 태아와 신생아의 갑상선과 뇌활동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기술집약적인 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은 이 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인공 지능이 지배하는 미래 산업으로 갈수록 많은 이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고 있다.”

12월 29일 제주 한경면 용수리 카이스트 개교 50주년을 기념하는 로켓 발사 행사장에는 마을 대표들, 지역도의원이자 도의회의장, 도의원, 제주도정 정무부지사, 카이스트 관계자들, 로켓 제작 기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대표들이 참석하였다.

정치인들, 교수들, 기업인들이 맨 앞에 앉고 마을 주민들이 뒤에 앉은 모습은 4.3 행사를 비롯한 제주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으나, 여전히 의아함과 불편함을 일으키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앞에 앉는다고 달라질 것인가.

제주의 위정자들은 도민을 도의 운명의 결정권자 라기 보단 정책 동원 대상의 입장으로 보기 일쑤이다. 식장 뒤쪽에는 또한 10여명의 고산 어린이들이 해맑은 눈을 하며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가슴이 턱 내려 앉았다. 어린이들이 곧 꼼짝없이 듣게 될 로켓 발사 소음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우주 개발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교육시키는 현장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로켓 발사 중단 촉구 도민 피켓팅 그룹

 

오전 11시 53분경 솟아오르던 로켓은 돌풍으로 얼마를 못 가고 금방 낙하하였다. 제주 첫 로켓 블루웨일0.1은 수십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란 하늘아래 자취를 감추었다. 육안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나는 12월 5일 새벽 1시 15분 비공개 로켓 발사 시험 때 로켓 발사의 엄청난 소음에 충격을 받았던 바 있다. 같이 현장에 갔던 지인은 그것을 핵폭팔과 전투기 소음이 합쳐진 소리처럼 들린다고 말하였다. 고막이 아픈 것이 몇 일간 느껴졌다.

12월 29일 발사 때 그 정도의 소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로켓이 더 이상 솟아오르지 못하고 5초만에 자동 비행 중단된 탓이다. 그러나 얼마 후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V자로 무리를 지어 날던 새떼들이 방향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며 흩어지는 것이 육안으로도 발견되었다. 새들이 무슨 충격을 받은 듯 허우적대는 날개짓을 보인 것이다.

 

발사 후에 또 한 가지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발사대 하단이 한동안 연기를 내며 계속 연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지독한 화약 냄새를 느꼈다. 동행했던 지인이 그러했다. 지인은 주민들이 냄새 난다고 수근거리는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지인은 로켓이 바다에 떨어졌을 때 해양생물들에 끼칠 폐해를 우려했다. 그리고 이 강풍에 바다로 나간 어선을 보며 걱정했다. 후에 어선들이 로켓 발사시 해상통제를 위해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민들은 또한 바다에 떨어진 로켓을 수거했다. 로켓 발사가 아니었으면 그들이 이 날씨에 선뜻 바다에 나갈 일이 없었다.

몇 언론이 말하듯 어떤 마을 주민들은 우주 산업이 미래에 일자리를 줄 거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벽 1시 15분 내가 충격을 받은 발사 소음에 자다가 몸을 벌떡 일으킨 주민들은 없을 것인가.

한 두 번도 아닌 여러 번의 발사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주민들은 없을 것인가. 아이들은 어떨 것인가. 동네의 개들과 고양이들은 정말 괜찮을 것인가. 새들은 괜찮을 것인가. 이 발사가 마을에, 그리고 제주에 빈번해지는 것이 정말 괜찮을 것인가. 왜 우리는 묻지 않는가.

 

발사 후에 총평 시간이 있어 잠깐 들어보았다. 식장에 앉아있던 한 인사가 자신은 제주도민인데 이러한 행사가 제주에 어떤 혜택이 있겠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기업의 청년 대표는 ‘앞으로 소형인공위성시대가 온다.

민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많을 것이다. 그라고 오늘 발사 시 용수리 주민들이 배를 이용하여 해상통제를 해주었다. 로켓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일(거리)도 생긴다. (자신들 같은) 전문 인력들이 발사 준비로 몇 주간 머물 때마다 식당을 찾을 일이 생긴다. 단기적으로 주민들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나 장기적으로 우주시대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을 것이다’라는 요지의 말을 하였다.

그러나..우주 산업을 미래의 먹고 사는 일을 위한 산업으로만 인식하고 그것의 과도한 경쟁이 불러올 환경적 참사와 군사화의 위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우려스럽다. 정책입인자들은 군사력의 증강을 위해 항공우주력의 발달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우주 난개발, 우주 군사화, 기후 위기.. 우리는 당장 발 앞의 것이 아니면 주의를 기울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미래의 먹고 사는 일로 기대되는 우주 산업이 당신의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

“로켓 발사는 탄소 배출과 우주쓰레기들을 동반하며 오존층을 파괴하는데 일조한다[..]. 불행히도 ‘우주 경쟁’ 참여를 독려하는 제주도정의 근시안적 시각이 제주에 가져올 재앙의 그림자를 우려한다. “대한민국에서 적도와 가장 가까운 제주는 우주 발사체 발사 가능 범위각의 최적지로 손꼽”히고 “제주를 우주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고자” 말한 원희룡 제주 전 도지사의 망언을 경계해야 한다.”(14개 시민단체 성명서 중, 2021, 12, 29)

 

 

*최성희는 강정마을 주민이자 평화활동가이자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일원이다. 2019년 두 명의 여성동료들과 함께 여성병역거부 선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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