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두레박에 퍼 올린 꿈
상태바
(강문칠 문화칼럼)두레박에 퍼 올린 꿈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9.10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문칠(전 제주예총 회장,음악평론가.작곡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 집에는 우물이 있었다. 수도가 없는 시절이라 아침 일찍 또는 오후에는 밥을 지을 물을 동네 먼 밖에 까지 걸어가서 양동이를 지게에 지고 실어 날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밥을 해먹기 위한 물이지만 때로는 세수도 하고 식사 후에 그릇을 씻기 위해서 물을 사용할 때면 물이 아까워서(물이 부족하면 또 다시 길러 가야하기에) 아껴서 사용해야 했던 시절.

여름이면 동네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친구 집에 몰려가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서로의 등목을 씻겨주면 시원하기도 하고 물을 길러 동네 밖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부럽기 까지 했다.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은 참으로 신나는 것이었다, 두레박에는 끈이 달여 있어서 한참이나 우물 깊숙이 내려가고 왼쪽 오른 쪽으로 빙빙 돌려 두레박이 물속으로 들어가게 한 뒤에 물을 길어 올렸다.

손을 바닥에 짚고 등목을 할 때면 여름이지만 차가운 우물물로 더위와 땀이 금새 사라지는 느낌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 두레박에는 많은 꿈과 희망을 담고 자꾸만 물을 퍼 올렸던 것이다.

땀을 흘리면서 신나게 살아갔던 그때의 시간들은 두레박이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과 시원한 우물물이 반드시 기다리고 있다는 안정감 속에 하루하루가 신나는 시간들이었다.

그러한 추억이 아주 멀리 와 버린 40여년이 지난 지금, 새삼 떠올려지는 것은 왜일까? 너무나 많은 편리함 속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삶의 희망과 목표 그리고 꿈을 안고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산다는 것은 희망을 갖는 것이며, 신념과 용기를 안고 부단히 전진하는 것, 그 후에 목적한 바의 것을 확보한다는 꿈을 확신하기에 힘든 하루와 인생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레박은 여름에 만이 아니라 우리들 인생 전반에의 희망과 꿈이었다. 우물 깊숙이 두레박을 내려놓고 두레박에 물을 가득히 담기 위해 보이지는 않지만 손에 전해오는 느낌으로 물을 가득 길어 올리는 것처럼, 그 만큼 여유로움과 확신에 찬 믿음은 우리들 생활 속에 일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과 소년, 청년, 장년기를 거치는 동안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오면서 그 때 그때 마다 작은 소망과 꿈들이 모아져서 어느덧 60이 넘은 나이가 되어 뒤를 돌아보면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 온 시간들 속에는 부끄러운 일들도 있지만 그래도 목표를 세우고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 온 인생이었다. 숱한 격언과 교훈의 말들, 선인들의 인생, 선배, 스승들의 지적과 반성이 연속성 위에 지금에 서 있는 자신을 본다.

 

숱한 사회적 격동기를 맞으면서 때로는 현실 비판과 우회하는 비겁함도 있었다. 현실을 도피하는 듯한 불안감과 적응을 해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를 안고 내가 바로 서야하는 시대적 아픔을 헤쳐 나아가는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두레박을 오직 손에 전해져 오는 감각으로 꿈과 희망을 건져 올리기 위해 많은 허우적거림과 방황들이 있었다.

‘내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대학 시절과 청년기에 세운 인생의 목표는 자신감과 사명감으로 살아가려는 노력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두레박에 퍼 올린 꿈과 희망에 근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된다.

그래서 ‘나를 발견하자’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열심히 살아 온 지금, 나에게는 꿈과 희망을 퍼 올린 두레박이 있어 여유로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을 전혀 후회 없이 살아가지는 못한다 하드라도, 최선을 다하는 인생이기를 바라면서, 내가 지금 해야 할 일들과 맡은 직무 그리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아침을 맞이한다.

두레박에 퍼 올린 꿈과 희망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간직되길 바라면서 후회 없는 시간으로 하루를 맞이하기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