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복으로 채워지는 외로움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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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행복으로 채워지는 외로움 나누기
  • 현은정
  • 승인 2013.05.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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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정 표선면 주무관

현은정 표선면 주무관
오늘도 어김없이 민원실 문을 열고 할머니가 들어서십니다.


매일 앉는 익숙한 의자에 앉으셔서 커피한잔을 청하시고는 집에서 키우시는 강아지와 자꾸만 찾아와 주변을 어질러 놓는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홀로 사시는 기초 수급자 할머니이신데 매일 찾아 오셔서는 커피 한 잔 드시고 직원들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시다 돌아가시곤 합니다.


할머니가 표선면 민원실을 매일 찾아오시게 된 지가 두 달 정도 되어 갑니다.


할머니가 사시는 이웃 주민으로부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신 거 같다며 혼자 사시는 게 걱정된다는 전화를 받고 할머니의 치매 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모셔 갔었던 바로 그 다음 날부터입니다.


병원에 모셔가는 동안 잘해 드린 것도 없는데 무엇이 맘에 들었는지 할머니께서는 그 다음 날부터 매일 찾아오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따금 간식거리가 생기면 간식을 들고 오시기도 하고, 또 조화를 어디서 구하셨는지 조화도 갖고 오셔서 표선면 복지상담실에는 자그마한 조화꽃병도 생겼습니다.


할머니께서 찾아오실 때마다 특별한 대접을 해 드리는 것도 없고, 업무가 밀릴 때면 제대로 말벗도 해드리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흐뭇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조용히 바라보시다가 돌아가시고는 합니다.


서울이 고향이신 할머니께서는 단 한 분뿐인 아드님도 서울에 살고 계셔서 이곳에는 아무 연고자도 없이 혼자 생활하시는 분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작은 손길에도 이렇게 큰 믿음과 사랑을 주시는 것을 보니 많이도 외로우셨나 봅니다.


저희 직원들도 그 외로움을 알기에 할머니께서 오시면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고 치매 약은 잘 챙겨 드시고 계시는지, 따로 아픈 곳은 없으신지, 강아지는 잘 크고 있는지 등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어 드리곤 합니다.


지난번엔 직원들과 함께 할머니 댁을 찾아 집안내부를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 등을 해드리고 왔습니다.


또 요번 어버이날에는 할머니께서도 외롭지 않은 어버이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찾아갔었습니다. 희미하게 비치는 할머니의 미소 속에 행복함이 살짝 묻어 나옴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나눔의 기운이 가득차는 가정의 달 오월, 주변의 외로운 분들을 찾아 쓸쓸함을 덜어드리는 조그마한 행복과 보람 찾기를 시작해 볼 것을 권해봅니다.


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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