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앉는 익숙한 의자에 앉으셔서 커피한잔을 청하시고는 집에서 키우시는 강아지와 자꾸만 찾아와 주변을 어질러 놓는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홀로 사시는 기초 수급자 할머니이신데 매일 찾아 오셔서는 커피 한 잔 드시고 직원들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시다 돌아가시곤 합니다.
할머니가 표선면 민원실을 매일 찾아오시게 된 지가 두 달 정도 되어 갑니다.
할머니가 사시는 이웃 주민으로부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신 거 같다며 혼자 사시는 게 걱정된다는 전화를 받고 할머니의 치매 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모셔 갔었던 바로 그 다음 날부터입니다.
병원에 모셔가는 동안 잘해 드린 것도 없는데 무엇이 맘에 들었는지 할머니께서는 그 다음 날부터 매일 찾아오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따금 간식거리가 생기면 간식을 들고 오시기도 하고, 또 조화를 어디서 구하셨는지 조화도 갖고 오셔서 표선면 복지상담실에는 자그마한 조화꽃병도 생겼습니다.
할머니께서 찾아오실 때마다 특별한 대접을 해 드리는 것도 없고, 업무가 밀릴 때면 제대로 말벗도 해드리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흐뭇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조용히 바라보시다가 돌아가시고는 합니다.
서울이 고향이신 할머니께서는 단 한 분뿐인 아드님도 서울에 살고 계셔서 이곳에는 아무 연고자도 없이 혼자 생활하시는 분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작은 손길에도 이렇게 큰 믿음과 사랑을 주시는 것을 보니 많이도 외로우셨나 봅니다.
저희 직원들도 그 외로움을 알기에 할머니께서 오시면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고 치매 약은 잘 챙겨 드시고 계시는지, 따로 아픈 곳은 없으신지, 강아지는 잘 크고 있는지 등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어 드리곤 합니다.
지난번엔 직원들과 함께 할머니 댁을 찾아 집안내부를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 등을 해드리고 왔습니다.
또 요번 어버이날에는 할머니께서도 외롭지 않은 어버이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찾아갔었습니다. 희미하게 비치는 할머니의 미소 속에 행복함이 살짝 묻어 나옴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나눔의 기운이 가득차는 가정의 달 오월, 주변의 외로운 분들을 찾아 쓸쓸함을 덜어드리는 조그마한 행복과 보람 찾기를 시작해 볼 것을 권해봅니다.
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