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며, 애닯은 80대 노장의 '사부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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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며, 애닯은 80대 노장의 '사부모곡'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3.06.0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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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삼양동 거주 김양근 옹의 '효도못한 삶 글로 달래기'

 

제주시 삼양동 김양근 옹
   

집이 온통 글귀로 뒤덮였다.
길에도 쓰여졌고 집 벽은 몰론 방안도 글귀로 가득이다.


80대의 노장 김양근 (81세 삼양동 거주) 옹은 이처럼 매일 틈이 있는 곳을 찾아  글을 쓰며 부모에게 다하지 못한 효도의 한을 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집안 곳곳에 써내려간 글귀들은 인생에 귀감이 되는 좋은 글들.
논어는 물론 환경과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내용 또한 다양하고 자유롭다.

 

평생 남을 돕는 일에 더 열심히 살아 온 김양근 옹은 “부모님이 17세때 돌아가시고 바로 결혼했는데 평생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한 불효가 한으로 남아 있다”며 “남을 도와가며 살면 부모님에게 그 에너지가 닿아 제 마음을 알게되지 않을까 하여 남을 돕는 일을 주저한 적이 없었다”고 전한다.


방에 가득 놓인 표창패와 감사패 등은 그동안 그이가 이웃을 위해 보내 준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보답인지도 모른다.


왜 그토록 그는 노장이 되어서도 이웃돕기와 글 쓰기에 나섰던 것일까.

 

김 옹은 "부모님께 효도를 하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다"고 몇번이나 얘기하며 "20대부터도 주변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등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자식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앞으로 남은 여생도 남을 돕는 일에 가진 재산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서 운전을 한  경력으로 젊을 때부터 화물차를 몰았다고 한다.

그때 장의차가 없을 당시 동네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솔선수범,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평소 좋은 일에 몸을 아낀 적이 없다는 것.

 

그는 한마디를 끝내고는 다시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함께 살지 못한 마음이 늘 걸린다"고 재삼재사 강조하며, 불효에 대한 미안함을 '사모곡처럼 사부모곡'을 연주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온듯 보였다.

'적선지가 필유여경'이라는 글귀를 보여주며 "좋은 일을 많이 해야 집안에도 좋은 일이 쌓인다"고 설명한 김양근 옹에 대해 강유림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제주도협의회장은 "김양근 옹의 장손은 현역대위이며 자식이 모두 2남7녀인데  모두가 다 잘 살고 있다"고 귀뜸했다.

돌아가신 부무님에 대한 애틋함이 이토록 절실해서일까.


그런 마음을 담아 적어내는 그의 글귀에도 그런 마음이 담긴듯  이처럼 정성 가득 벽에 방에 그대로 걸려 있어 보기에 애틋하다.

글도 어릴 때 공부를 하지 못해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배우다 보니 한글로 써서 초등학교 1학년생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쓰고 있다는 설명.

그러다보니 지나던 사람들이 좋은 글귀를 받아 적어가는 사람도 많다고.

 

김 옹은 "어떻게 보면 부모님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나온 것만 해도 선택받은 행복"이라고 강조하고 "태어난 것만 해도 만족해서 살면 행복한데 부자라도 만족을 모르면 근심이 생기는 법"이라며 삶의 무한한 만족을 조언하기도 했다.


우주에서 태양열 에너지가 대지를 키우듯 공기와 바람은 숨을 쉬는 것이며 빗물로 물을 마시고 곡식도 키운다는 얘기다.

 

김 옹은 어떻게 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지나는 길에 쓰레기라도 있으면 직접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로 환경의식 또한  뚜렷하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시겠느냐"는 질문에 김 옹은 "앞으로도 10년은 충분히 더 쓸 수 있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아직도 집앞 마당을 내놓아 독거노인들을 모셔서 관광지도 가고 식사도 대접하는 등  불우이웃과 함께하는 일을 쉬지 않는 것은 물론 차를 타고 가다 동네사람을 만나면 함께 타고 가자는 권유도 마다하지 않는 점 이 모두가 오래전에 몸에 벤 습관이다..

 

"평생 경찰서에 한번 가 본 적이 없다"며 무사고 운전을 자랑하는 김 옹은 "남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운전을 하면 교통사고도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양근 옹의 외조카가 되는 강유림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제주도협의회장은 “외숙은 오래전부터 나의 이익보다는 남을 돕고 도와주는 일에 솔선수범하는 모범을 보여주셔서 나도 봉사의 일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며 돈을 버는 일보다도 그동안 통장직이나 환경단체 운영 등 봉사하는 일에 나서게 된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행복한 마음으로 글귀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집에서 큰길까지 쓰여진 글귀

 

 

 

 표창패가 수두록하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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