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촌 장수마을, 중국 루가오(Rugao)
상태바
평범한 농촌 장수마을, 중국 루가오(Rugao)
  • 이원종 교수
  • 승인 2013.07.09 2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원종교수의 백세건강/자연 환경에 순응하라

 

 

중국의 장수마을인 장쑤(江蘇)성 난통(南通)으로 떠났다.

상해의 근처에 있는 난통은 대도시이지만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에서는 관직의 높고 낮음을 이야기하지 말고, 광저우에서는 음식 자랑을 하지 말고, 난통에서는 나이 자랑을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난통에서도 100세 이상 장수노인을 찾으려면 루가오로 가야 한다고 한다. 루가오는 난통시에 포함된 현의 하나로 자동차로 서북쪽으로 1시간을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해라


루가오시의 대명진(大名鎭)에 살고 있는 최고령인 장전씨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

올해 나이 106세.

진(鎭)은 우리나라의 동(洞)에 해당한다.

동네에 들어서자 장수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동방대수성(東方大壽星)’이라는 대형 네온싸인이 보인다.

장전씨의 할머니 집은 농가주택으로 앞에는 텃밭이 있다. 쌀농사를 하며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는다. 겨울철임에도 텃밭에는 파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할머니는 10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하고 반가이 손님을 맞이한다. 엄지손가락의 손톱길이가 7-8cm는 되어 보인다. 할머니의 장수비결은 늙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106세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수명은 연장된다는 그녀 가족들의 설명이다. 할머니의 가족으로는 아들이 두명. 큰 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둘째 아들인 장도전(張道全, 67세)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의 주식은 옥수수죽과 쌀밥. 닭고기와 야채볶음을 좋아한다.

할머니의 집 앞에 있는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로 식탁을 채운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식탁에는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초라한 부엌이라 보여주기가 민망하다고 한다.

닭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간장과 청주로 간을 한다.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닭고기를 볶는다. 양파와 풋고추를 넣고, 생강과 마늘을 으깨어 넣고 후추를 뿌려 다시 한 번 볶아낸다.

식탁에는 닭고기야채볶음과 삶은 강낭콩이 준비되어 있다. 가족이 여러 명이라서 한 가지 반찬을 두 접시씩 준비해 놓았다.

 

자연 환경에 순응하라


내가 루가오에 도착한 것은 초겨울. 날씨는 따뜻했다. 그래서인지 루가오지역에는 난방시설이 없다. 이곳에는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 난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자는 데에 익숙해 있지 않은 우리에게는 밤에 조금 쌀쌀하다.

노인들은 겨울철에 집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겨울철 조금 춥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 노인들은 겨울철 긴긴 밤을 춥게 지내다가 해가 떠오르면 밖에 나와 따스함을 즐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날씨에 순응하지 않고 여름철에는 인위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하여 온도를 내리고, 겨울철에는 인위적으로 집안의 온도를 지나치게 올리는 가정이 많다. 이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아침, 저녁에 죽을 먹는다


노인들은 아침, 저녁으로 죽을 먹는다. 죽으로 부족하면 만두로 보충한다.

소식하여 위를 편안하게 해준다. 점심에는 반드시 밥을 한 끼 먹어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보충한다. 노인들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다.

단백질은 점심에 닭고기로 보충한다. 농촌에서는 주로 점심을 중요시하여 온 식구가 모여 식사를 한다.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아 배불리 먹을 수도 없지만 절대로 배불리 먹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효문화


루가오의 장수 비결은 생활습관과 자녀들의 효(孝)덕분이라고 말한다.

노인들은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루가오현에서는 효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 보통 며느리나 손자며느리가 노인들을 극진히 돌보고 있다.

몸이 건강한 노인들은 텃밭에서 일을 하거나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한다. 오후에는 낮잠을 자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쉬지 않고 노동을 하거나 몸을 쉴새 없이 움직이며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루가오는 다른 장수마을과 같이 산골 마을도 아닌 중소도시이다. 평범한 농촌마을.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온화한 기후. 이곳에서의 첫 번째 장수 비결은 식생활이다.

하루 두 끼를 죽으로 때우는 소식. 겨울철에도 텃밭에서 새파랗게 자라는 채소들이 그들의 건강을 지켜준다.

둘째는 효 중심의 전통적인 사고방식. 노인들이 대접받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 루가오를 방문하여 얻은 교훈 한 가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녀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

그러나 요즈음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이나 자녀들 모두 서로의 편리함을 이유로 따로 살기를 원하고 있다. 효문화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 이원종 교수는..

   
이원종 교수
이원종교수는 22년 전부터 강원도 강릉 교외의 농가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농사짓는 교수로도 유명한 이원종교수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노스다코타주립대학교에서 식품공학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KBS 아침마당, 생로병사의 비밀, MBC 스페셜, SBS 건강스페셜 등 각종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으며, 그의 저서로는 ‘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영혼의 식탁’자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